[기수정의 여담] 관광객 4000만명보다 먼저 키워야 할 것

기수정 문화부장
기수정 문화부장

여행자의 지도에는 행정구역의 경계가 없다. 그러나 공항을 나서면 사정이 달라진다. 인접 도시로 가는 교통편이 부족하고, 지자체마다 비슷한 관광상품을 따로 운영하는 곳도 있다. 여행자에게는 하나의 여행지지만 행정에는 서로 다른 사업구역이다. 관광객을 유치하고도 그 발길을 지역 곳곳으로 이끌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한국 관광은 나날이 그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올해 방한 외국인은 지난달 27일 역대 연간 최다인 1894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됐다. 첫 2000만명 돌파를 앞두고 정부는 3000만명 조기 달성에 이어 4000만·5000만명 시대까지 내다본다. 반가운 일이지만 관광객을 맞을 산업의 기반도 그만큼 단단해졌는지는 의문이다.

관광은 숙박·음식·교통·유통·콘텐츠가 맞물리는 융복합 산업이다. 방문객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기업의 매출과 일자리로 연결하려면 산업 전반을 이해하는 정책과 인력이 필요하다. 관광산업의 외연은 넓어졌는데 행정은 여전히 유치 실적과 홍보사업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정부는 김해·대구·청주·무안·양양 등 5개 지방공항을 중심으로 관광권을 육성한다. 내년도 관광 분야 정부 예산안도 19.1% 늘어난 1조7562억원으로 편성했다. 8개 부처 27개 사업을 연계한 재정지원 규모는 국비와 지방비 등을 합쳐 약 4100억원이다. 문제는 사업을 묶는 것과 여행자의 동선을 잇는 것은 다르다는 점이다. 국제선을 늘려도 공항에서 관광지로 갈 교통편과 숙박·체험상품이 부족하면 지역에 남는 몫은 크지 않다.

예산도 집행률이나 유치 인원만으로 평가할 일이 아니다. 관광객이 얼마나 머물고 어디에서 소비했는지, 지역의 일자리가 늘었는지를 따져야 한다. 성과가 낮은 사업은 고치거나 접고, 효과가 입증된 사업에 재원을 집중해야 한다.

조직의 간판을 바꾸는 일도 반복됐다. 문체부는 2016년 관광정책실을 신설하며 부처 간 조정과 전문인력 보강을 약속했다. 이듬해 국으로 되돌렸다가 지난해 말 다시 실로 격상하는 개편을 추진했다. 10년 전과 비슷한 과제가 다시 등장했다면 그동안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국가관광전략회의도 대통령 소속으로 격상됐다. 회의의 위상보다 중요한 것은 부처별 예산과 사업을 실제로 조정할 수 있느냐다.

더 절박한 것은 현장이다.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지난 8월 숙박·음식점업 월평균 임금총액은 234만7000원으로 전체 산업 평균 409만3000원의 57% 수준이다. 근로시간과 고용 형태의 차이가 반영됐고 관광업 전체를 대표하는 수치는 아니다. 그럼에도 숙련된 종사자가 현장에 오래 머물 수 있는 여건인지 돌아보게 한다. 행정에서도 홍보 인력뿐 아니라 관광기업 육성, 교통·숙박 연계, 데이터 분석을 맡을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

K컬처는 한국을 찾을 이유를 만들었다. 다시 찾을 이유는 현장의 서비스와 여행 경험이 만든다. 관광객 4000만명을 말하기 전에 사람을 키우고, 예산의 성과를 따지고, 조직이 제대로 일하게 해야 한다. 숫자보다 먼저 키워야 할 것은 관광산업의 내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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