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림사 쿵푸‘의 나라 중국에서 ’태권도 한류‘를 꿈꿔 온 서원식 국제평화태권도단 단장의 구상이 조금씩 결실을 보고 있다.
태권도 경력 45년, 공인 8단인 서 단장은 2008년 서울에서 태권도장 6곳을 운영하다 41세에 홀로 중국으로 건너갔다. 중국어를 전혀 못 하던 그는 어학 공부부터 시작해 중국 명문 칭화대에 진학했고, 7년간의 노력 끝에 외국인 최초로 체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칭화대 체육학 박사 출신… 2023년 중국 최초로 '태권도국제인재반' 설립
이후 칭화대와 베이징대에서 초빙교수로 3년간 태권도를 지도하며 교육과 국제교류 활동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쌓은 인적 네트워크만 약 1000명에 이른다.
이를 바탕으로 수도체육대학교(首都体育学院)를 설득해 2022년 협력관계를 맺었고, 이듬해인 2023년 중국 최초로 외국인 태권도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태권도국제인재반'을 세웠다. 외국인 학생들이 예과에서 중국어와 기초 학업을 준비한 뒤 학부와 석·박사과정으로 진학할 수 있도록 연계한 과정이다.
조건도 남달랐다. 대학이 학생들에게 학비와 중국어 어학연수비, 기숙사비 등을 지원하는 대신 자신은 별도의 급여를 받지 않기로 했다.
2021년 '주중한국태권도시범단'으로 출발한 시범단은 지난해 11월 인재반 유학생들을 주축으로 '국제평화태권도단(International Peace Taekwondo Group·IPT)'으로 재결성됐다. 이후 중국 현지 대형 체육·문화행사에 잇따라 초청받으며 호평을 받고 있다.
국제평화태권도단은 1일 베이징건축대학교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제18회 베이징 태권도 슈퍼리그' 개막식에 특별 초청돼 축하시범을 펼쳤다. 지난 제17회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초청으로, 그동안 중국에서 이어온 시범공연과 문화교류 활동을 인정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대회에는 베이징 일대 청소년 선수 약 500명이 참가했고, 인공지능(AI) 로봇이 참여하는 어린이 품새 경기 등 새로운 시도도 선보였다.
서 단장은 "올해도 특별 초청을 받아 영광"이라며 "바쁜 가운데서도 최선을 다해 준비한 학생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한 달 새 굵직한 무대가 이어졌다. 지난달 K-FESTA 개막식과 수도체육대 개교 70주년 기념행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베이징협의회가 주최한 '제1회 한중 태권도 문화교류 한마당' 개막식에서 잇따라 축하시범을 선보였다. 앞서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행사와 칭화대·베이징대 국제문화제 무대에도 올랐다. 지금까지 시범공연과 봉사활동은 30여 차례에 이른다.
학업과 훈련 병행하는 다국적 유학생들
단원들은 한국을 비롯해 스페인·몽골·베트남 등 국적이 다양하다. 특별장학생으로 대학의 지원을 받으며 정규수업과 태권도 전문훈련을 병행한다. 서 단장은 "서로 다른 나라 청년들이 함께 훈련하고 공연하는 과정 자체가 국제교류이자 평화의 실천"이라고 했다.
서 단장은 현재 태권도국제인재반 외국인 주임으로 인재 양성과 전문훈련, 국제교류를 총괄한다. 태권도를 경기나 무도에 그치지 않고 국가 간 우호를 넓히는 교육적·외교적 자산으로 키우는 것이 그의 목표다.
서원식 단장 "학업·건강 지키며 완성도 높일 환경 필요“
노재헌 주중대사도 이들의 활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노 대사는 지난달 9일 K-FESTA 개막식 공연을 마친 단원들에게 사비로 저녁 식사를 마련해 격려했다.
서 단장은 "학생들이 타국에서 부상과 어려움을 이겨내며 봉사해 왔지만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었다"며 "대사님의 격려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누군가가 노력을 알아준다는 사실만으로도 학생들에게는 큰 위로와 용기가 된다"고 덧붙였다.
초청이 늘면서 부담도 커졌다. 장학금 외에 작품 제작이나 전문훈련 등에 대한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서 단장은 "공연 횟수를 늘리기보다 학생들의 학업과 건강을 지키며 완성도를 높일 안정적인 운영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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