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중대범죄수사청장의 국무회의 배석 논란과 관련해 수사기관에 대한 지휘·감독을 포기하는 것은 헌법과 정부조직법 위반이자 탄핵 사유라고 주장했다. 공소청과 경찰청 등 행정부 소속 기관이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지휘·감독을 받는 것은 당연하며, 중수청장을 공개회의에서 제외하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과 무관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지휘·감독권이 있다는 사실과 수사기관장을 국무회의에 정례적으로 참석시키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별개 문제다. 권한의 유무만큼이나 그 행사의 적절성도 중요하다.
국무회의는 정부의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자리다. 국무위원이 아닌 외청장이 배석할 수는 있지만 모든 기관장이 참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기관은 일반 행정기관과 성격이 다르다. 대통령과 국무위원도 수사나 기소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장이 대통령 주재 회의에 정기적으로 참석해 국정 방향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정치적 중립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구체적인 사건 지시가 없더라도 권력과 수사기관 사이의 거리가 좁혀졌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사법의 공정성은 실질적인 독립성뿐 아니라 국민이 독립적이라고 믿을 수 있는 외양까지 갖춰야 한다.
수사기관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장치도 가볍게 볼 수 없다. 과거 검찰청법은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인 사건에 관해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지휘·감독하도록 규정했다. 현행 중수청법과 공소청법에도 이와 유사한 규정이 마련돼 있다. 수사기관이 행정부 소속이라는 이유로 정권의 의중에 따라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역대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국무회의에 정례적으로 배석시키지 않은 관행도 이러한 우려와 무관하지 않다.
더욱 민감한 것은 이 대통령 자신이 여러 형사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 왔고, 측근들도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수사기관장을 정례적으로 불러 국정 현안을 논의한다면 직접적인 사건 지시가 없더라도 수사기관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잘못하면 사과하고 취소하는 것”이라고 말해 공소 취소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발언의 의도와 별개로 대통령과 수사기관의 관계에 대한 의구심을 키울 수 있는 대목이다.
참여연대도 대통령 주재 회의에 수사·공소유지 기관장이 참석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을 줄 수 있다며 국무회의 정례 참석을 삼가라고 촉구했다.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은 정권의 유불리에 따라 달리 적용할 원칙이 아니다. 지금의 집권세력이 행사하는 권한은 훗날 다른 정권도 행사할 수 있다. 당장의 국정 운영 편의보다 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막을 제도를 우선해야 한다.
김지용 중수청장은 국무회의 참석 여부에 대해 관련 법령 검토와 관계 기관 협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먼저 따져야 할 것은 정례 배석의 필요성과 적절성이다. 국정 방향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면 주무 장관을 통해 전달하면 된다. 대통령의 지휘·감독권을 인정한다고 해서 수사기관장의 정례 참석까지 당연시할 이유는 없다. 지휘·감독권의 존재가 정례 배석의 필요성까지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수사기관은 행정부 소속이면서도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한다. 두 원칙의 균형을 지키는 것이 대통령의 책무다. 지휘·감독권이 있다는 이유로 권한을 최대한 확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수사기관의 독립성은 선언이 아니라 제도와 행동으로 입증돼야 한다. 권력과 수사 사이에 필요한 거리를 지키는 것이 공정한 형사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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