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갑 은박지에 새긴 저항의 시…해남서 김남주 문학사적 가치 재조명

  • 31일 땅끝순례문학관서 전국 학술 심포지엄…옥중 친필시 문학·국가유산 가치 집중 조명

  • 유족 기탁 '은박지 시' 6점 등 유품 600여 점 보존…학술연구·문화유산 활용 논의

전남 해남군 땅끝순례문학관이 오는 31일 개최하는 ‘2026 전국 학술 심포지엄’ 홍보 포스터 ‘긁힘의 언어 새김의 시학’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김남주 시인이 옥중에서 우유갑 은박지에 새긴 친필시의 문학사적 의미와 국가유산적 가치를 집중 조명한다 사진해남군
전남 해남군 땅끝순례문학관이 오는 31일 개최하는 ‘2026 전국 학술 심포지엄’ 홍보 포스터. ‘긁힘의 언어, 새김의 시학’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김남주 시인이 옥중에서 우유갑 은박지에 새긴 친필시의 문학사적 의미와 국가유산적 가치를 집중 조명한다. [사진=해남군]
 

펜과 종이조차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었던 감옥에서 우유갑 속 은박지에 한 글자씩 새겨 넣은 시.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를 온몸으로 살아낸 김남주 시인의 옥중 친필시가 문학적 기록을 넘어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으로서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학술적으로 조명된다.

전남 해남군은 오는 31일 오후 1시 땅끝순례문학관 1층 로비에서 ‘긁힘의 언어, 새김의 시학: 우유갑 속 은박지와 김남주 시’를 주제로 전국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심포지엄은 김남주 시인이 수감생활 중 남긴 ‘은박지 시’의 문학사적 의미와 매체적 특성, 국가유산으로서의 보존 가치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

해남군 삼산면 출신인 김남주 시인은 한국 현대문학에서 저항과 민주주의, 인간의 자유를 시적 언어로 형상화한 대표적인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올해 6월 국민훈장 모란장이 추서되고, 9월에는 ‘남민전 사건’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면서 그의 삶과 문학을 다시 살펴보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학술행사가 주목하는 ‘은박지 시’는 김남주 시인이 옥중에서 우유갑 안쪽에 붙어 있던 은박지를 활용해 쓴 친필 원고다.

필기구와 종이 사용이 제한된 상황에서 날카로운 도구로 글자를 긁어 새기는 방식으로 작품을 남겼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문학 원고와 차별화된다.

시의 내용뿐 아니라 글자가 새겨진 재료와 제작 방식 자체가 당시의 수감 환경과 창작 조건을 보여주는 기록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문학 연구자와 국가유산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은박지 시의 문학적 성취와 역사적 의미를 다각도로 분석할 예정이다.

행사는 백애송 시인의 사회로 진행되며, 극단새결의 시 낭독극으로 막을 올린다.

이어 김형수·고형렬·강형철 시인이 참여하는 ‘내가 만난 김남주’ 작가대담이 마련된다. 김남주 시인을 직접 기억하는 문인들의 회고를 통해 그의 문학세계와 삶의 궤적을 되짚는다.

도종환 시인이자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기조강연도 이어진다.

2부 학술발표에서는 김남주 시와 친필자료의 가치를 세 가지 관점에서 집중적으로 다룬다.

고영직 연구자는 ‘80년대 김남주 시의 사회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주제로 당시 시대적 상황 속에서 김남주 문학이 갖는 의미를 살펴본다.

이은규 연구자는 ‘김남주 은박지 시의 매체적 특성 및 문학사적 가치’를 발표하며, 은박지라는 독특한 기록 매체와 옥중 창작 방식이 지닌 문학적 의미를 분석한다.

이수경 연구자는 ‘김남주 친필원고의 국가유산 가치 고찰’을 통해 관련 자료의 역사성과 희소성, 보존·활용 가능성을 논의한다.

주제발표 이후에는 장은영·양순모·김선기가 토론자로 참여하며, 오창은 중앙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아 종합토론을 진행한다.

심포지엄이 끝난 뒤에는 문학관 야외무대에서 김남주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김남주문학제가 이어져 학술적 논의와 문학적 추모의 의미를 더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가 갖는 또 다른 의미는 김남주 시인의 유품을 실제로 소장하고 있는 땅끝순례문학관에서 열린다는 점이다.

문학관은 지난 2024년 시인의 유족인 박광숙 여사로부터 은박지 시 6점을 포함한 유품 600여 점을 기탁받아 전시·관리하고 있다.

그동안 전시를 통해 소개해 온 자료를 본격적인 학술연구 대상으로 확장하고, 향후 체계적인 보존과 활용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이번 심포지엄의 주요 과제다.

특히 은박지 시가 지닌 문학적 가치뿐 아니라 원본 자료의 보존 필요성과 문화유산적 의미를 함께 논의한다는 점에서 향후 관련 연구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홍순근 해남군 문화예술과 고산문학팀장은 “김남주 시인의 은박지 시는 시대적 의미와 희소성, 독특한 창작 방식을 지닌 귀중한 문학자료”라며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은박지 시의 가치를 체계적으로 규명하고, 향후 보존과 활용을 위한 학술적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국 학술 심포지엄은 김남주 시인의 문학과 문화유산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행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해남군 땅끝순례문학관에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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