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러시아 석탄 제재라는 같은 위기를 두고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남부발전이 대기업 계열 공급사와 국내 중견 공급사에 전혀 다른 잣대를 들이댔다는 주장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철규 의원(국민의힘, 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은 두 발전 공기업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제재와 공급 불가항력 사태를 처리하면서 대기업 계열사에는 편의를 봐주고, 중견 공급사에는 계약 위반 책임과 거액의 중재·소송을 떠넘겼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대러 경제제재 지정 등 예기치 못한 외부 요인으로 해외 은행이 대금 송금을 거절하고 법적 제재 위험이 커지면서, 유연탄 공급사들이 불가항력적 공급 불가를 호소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같은 사안에서 한국남동발전과 국내 시멘트사들은 불가항력을 인정했지만, 서부발전과 남부발전만 이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 이 의원 측 설명이다.
이 의원에 따르면 서부발전은 지난해 7월 대기업 계열 공급사가 해외 은행의 송금 거절 등을 이유로 불가항력을 주장하자 불과 이틀 만에 이를 받아들였고, 대체탄 납품으로 계약을 신속히 변경해 줬다.
더 큰 문제는 정산 과정이다. 해당 계열사가 1항차로 납품한 러시아산 유연탄은 계약열량이 5,800kcal/kg이었는데, 하역항 입하탄 검수열량은 5,695kcal/kg으로 선적항 제출 열량(5,972kcal/kg)보다 277kcal/kg 낮았다. 그럼에도 서부발전은 바이어·엄파이어 샘플 검수조차 거치지 않고 선적항 기준으로 단가를 올려 정산했다는 것이다. 하역항 검수열량을 기준으로 하면 약 1억 2853만원을 감액해야 했지만, 오히려 약 1억 7226만원의 웃돈을 지급해 결과적으로 약 3억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이 의원은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를 명백한 배임 행위로 규정하고 부당 지급액의 즉각 환수를 요구했다.
반면 서부발전은 과거 '경쟁 확대와 진입장벽 완화 모범사례'로 홍보했던 국내 중견 공급사의 불가항력 소명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중견사는 주거래은행의 송금 불가 공문, 국내 대형 법무법인의 미국 2차 제재 위반 위험 경고 의견서, 글로벌 컨설팅사의 차명 지배 실사 보고서까지 제출했지만 모두 배척됐다는 것이다.
시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서부발전이 중견사에 대체탄 공급을 공식 요청한 날은 2025년 9월 17일인데, 이보다 앞선 9월 9일에 이미 카르텔 유착 의혹이 제기된 특정 공급사 등 2곳과 협상해 총 40만 톤의 대체 물량을 계약했다. 단가는 기존 계약단가(톤당 85.8달러)보다 약 10달러 높은 94.5~95.5달러였다. 이 의원은 대체 석탄을 공급할 수 없을 때 공개시장 조달 권리를 갖도록 규정한 계약서 제11조를 정면으로 위배한 정황이라고 짚었다.
이후 서부발전은 중견사가 제안한 대체탄에 대해 입찰 규격에 없던 사후 규격(점결성 기준 등)과 제출이 불가능한 광산 라이선스 번호를 요구하며 6개월간 시간을 끌었고, 올해 9월 대한상사중재원에 약 80억원대 손해배상 중재를 신청해 모든 책임을 중견사에 넘겼다는 지적이다.
남부발전의 일 처리도 비정상적이었다는 것이 이 의원의 주장이다. 해당 중견사는 문제의 계약이 진행 중이던 때에도 남부발전 요청에 따라 2025년 7월 16일 별도 계약을 체결하고, 8월 1일 통관된 러시아산 석탄 10만 톤을 차질 없이 납품하는 등 성실히 의무를 이행해 왔다.
그런데도 남부발전은 대러 제재 위험이 불거지자 중견사의 불가항력 소명을 외면했다. 중견사가 불가항력을 공식 선언한 9월 4일보다 이틀 앞선 9월 2일, 이미 다른 업체와 기존 계약단가(톤당 84.54달러)보다 비싼 89.2달러에 대체탄 13만 3,219톤을 긴급 선구매했다는 것이다.
당시 중견사의 기존 물량은 선적이 끝나고 남부발전이 세관 통관 신고까지 마친 상태였고, 계약 조건(CFR)에 따라 소유권도 남부발전에 넘어와 있었다. 불가항력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물량을 그대로 인수하면 될 일이었지만, 남부발전은 공급 이행과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통관을 취소했다. 그러고도 미리 비싸게 사둔 대체탄과의 차액 등을 물어내라며 올해 7월 부산지방법원에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이 이 의원 측 설명이다.
이철규 의원은 "서부발전은 대기업 계열사에 약 3억원의 손실을 감수하며 웃돈 정산과 계약 변경이라는 특혜성 편의를 봐주면서, 중견 공급사에는 유착 의혹 업체 등의 비싼 탄을 미리 사놓고 약 80억 원대 중재를 떠넘겼다"며 "남부발전 역시 수급 요청에 부응해 별도 물량까지 성실히 납품한 중견 공급사에 불가항력 선언도 하기 전 대체탄을 선구매하고 소송을 제기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두 발전 공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성실한 국내 기업을 사지로 몰아넣고 타 발전사와의 거래 길마저 막아버린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서부발전이 대기업 계열사에 부당 지급한 정산 대금은 배임에 해당하는 만큼 즉각 환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발전사 내부에 형성된 카르텔로 인해 자체적인 자정 작용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즉시 철저한 진상 규명 조사에 나서 잘못된 행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이번 의혹에 대한 서부발전과 남부발전의 공식 입장과 해명이 어떻게 나올지, 그리고 정부 차원의 조사가 실제로 이뤄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