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래의 AI 국가론 ⑧] AI로 찾는 복지 사각지대

  • PART 2. AI와 국가의 능력

  • 예측 → 최적화 → 확장 → [선제 개입]

김정래 아주경제 전국팀장 사진 아주경제
김정래 아주경제 전국팀장. [사진= 아주경제]


인공지능(AI)이 국가의 행정과 판단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복지·재난·교통·민원에서 경찰·수사와 규제까지 영역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김정래의 AI 국가론'은 AI를 기술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능력과 책임의 문제로 바라본다. 국내외 실제 사례와 데이터를 통해 AI가 행정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 검증하고, 공무원과 조직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살핀다. 나아가 AI가 공권력과 국민의 관계를 어떻게 바꾸는지 짚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 묻는다. 목표는 AI를 경계하는 국가가 아니라 AI를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국가다. [편집자주]
 

복지 사각지대를 찾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거나 공무원이 일일이 확인하던 방식에 AI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변화의 핵심은 AI가 복지를 대신한다는 데 있지 않다. 사람이 미처 살피지 못했던 위험을 AI가 먼저 찾고, 그 신호를 사람의 확인과 지원으로 연결하면서 복지행정이 닿을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는 2023년 ‘팔로마(Paloma)’라는 AI 음성비서를 투입했다. 마드리드시가 2024년 2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혼자 사는 75세 이상 노인 5163명에게 AI가 먼저 전화를 걸었다. 2937명과 연결됐고 2071명이 대화를 끝까지 마쳤다. 이 가운데 646명이 시청 직원의 후속 연락을 희망했다.


마드리드시가 2026년 3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후속 관리를 수락한 646명 가운데 220명 이상이 고독 노인을 위한 사회통합 지원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가정방문도 380회 이뤄졌다. 시는 이를 ‘팔로마 2.0’으로 확대하고 대상 연령을 75세 이상에서 65세 이상으로 낮췄다. AI가 고독 위험을 분류하면 사회복지 담당자가 이를 다시 검토해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카운티는 노숙 위험자를 먼저 찾는 데 예측모델을 활용한다. LA카운티가 2023년 12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UCLA 캘리포니아정책연구소가 개발한 예측모델로 노숙 위험이 높은 주민을 선별한다. 이후 사례관리자가 직접 연락해 임대료와 공공요금, 의료·정신건강, 취업·법률지원 등을 연결한다.

캘리포니아정책연구소가 2025년 7월 공개한 평가자료에 따르면 프로그램 참여자는 비슷한 고위험 미참여자보다 18개월 안에 노숙자 임시주거시설이나 거리 지원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71% 낮았다. 다만 연구진은 이를 프로그램의 인과적 효과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정식 무작위대조시험 결과는 2027년 나올 예정이다.

한국에서도 같은 방향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가 2025년 3월 공개한 자료 등에 따르면 ‘AI 노인말벗 서비스’는 2024년 한 해 동안 14만9048회의 안부전화를 제공했다. 누적 이용자는 6027명이다. 이 가운데 133건이 긴급지원과 의료비, 일자리 등 복지자원으로 연결됐고, 자살위기에 놓인 이용자 1명은 실제 구조됐다.

수원시도 AI를 활용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구를 발굴하고 있다. 2023년부터 추진한 ‘초거대AI 활용 위기가구 발굴·관리 서비스’를 통해서다. 수원시에 따르면 2025년 4월까지 상담데이터 5400건을 모니터링했으며, 이 과정에서 긴급구조 요청 27건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15건은 119로 연결됐고, 5건은 병원 이송까지 이어졌다.

눈여겨볼 숫자는 AI가 걸었던 14만9048회의 전화나 분석한 5400건의 데이터가 아니다. 실제 복지자원으로 연결된 133건과 긴급구조 요청 27건이다. AI가 얼마나 많은 사람과 접촉하고 데이터를 분석했느냐보다 발견한 위험을 실제 지원으로 연결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AI 복지를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진다. AI가 몇 통의 전화를 걸었는지, 몇 건의 데이터를 분석했는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AI가 발견한 위험을 사람이 확인하고 실제 지원까지 연결했는지를 봐야 한다.

과정은 단순하다. 접촉 → 탐지 → 인간 확인 → 개입. 어느 한 단계에서 끊기면 AI의 탐지는 실제 복지로 이어지지 않는다.

AI는 반복적인 접촉과 탐지를 통해 사람이 미처 살피지 못한 위험을 먼저 드러낸다. 하지만 누구에게 실제로 개입할 것인지 판단하고 어떤 도움을 줄 것인지는 사람의 몫이다. AI 복지에서 인간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분명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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