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실제로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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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중심 컨설팅 기업 하모나이(Harmonai)의 빌 라일런스 회장]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쉬운 답이다. 하지만 틀린 답이기도 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실제로 얼마나 될까? 수백조 원일까? 그보다 더 많을까?  수십 년간 한국의 정책 당국과 기업, 투자자들이 고민해 온 문제지만, 놀랍게도 그 답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한국 주식이 오랫동안 비교 가능한 해외 시장보다 낮은 가치로 거래돼 왔다는 근거는 충분하다. 그러나 시장 전체의 가치평가 격차는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만 보여 줄 뿐이다. 무엇이, 얼마나, 왜 저평가되는지까지 정확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모든 기업에 똑같이 적용되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이 지난 달 28일 첫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를 개막한 가운데,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3주간 42개 기관과 55개 상장사가 참여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적인 자본시장 행사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명칭의 변화 자체도 의미가 크다. 이제 목표는 단순히 디스카운트를 없애는 데 그치지 않고, 코리아 프리미엄을 만들어 내는 데 있다.

바람직한 목표다. 하지만 디스카운트에서 프리미엄으로 나아가려면 문제를 훨씬 더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반도체 제조업체와 은행, 방산기업, 수출 중심의 산업체가 모두 같은 이유로 저평가된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 기업마다 수익성, 성장성, 지배구조, 자본 배분, 소유 구조, 지정학적 위험, 시장 접근성, 해외에서의 인식 등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 전체를 비교하면 저평가 현상은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개별 기업의 문제까지 진단할 수는 없다. 정확한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원인에 따라 해법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미 여러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 보호가 강화됐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자본 효율성과 주주환원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외환시장과 시장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개혁이 진행 중이며, 영문 공시 의무도 크게 확대됐다.

그러나 해외의 인식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MSCI는 2026년 평가에서 한국의 개혁을 인정하면서도, 글로벌 투자자들이 여전히 외환시장의 유동성과 실무상 부담 등을 장애물로 지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 정보를 영어로 쉽게 구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바로 얼마 전에도 이러한 인식을 보여 주는 사례가 나왔다. 록펠러 인터내셔널의 루치르 샤르마 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한국 증시가 최근 눈부신 성과를 거뒀음에도 이를 ‘국가적 부담’으로 표현했다. 높은 변동성과 투기적 거래가 해외 투자자들의 진지한 투자를 가로막고, 한국의 국제적 신뢰도까지 위협한다는 주장이다. 이 진단이 모든 면에서 옳은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시각이 파이낸셜타임스에서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제시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나는 한 가지 중요한 구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자체가 평판의 격차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평판의 격차가 인식의 문제인 것은 아니다. 때로는 실질적인 문제가 있다.

지배구조가 탄탄하다는 사실이 명확히 입증됐는데도 해외 투자자들이 취약하다고 여긴다면, 이는 인식의 격차일 수 있다. 반면 실제로 지배구조가 취약하다면, 그 인식은 타당하다. 자본 배분이 실제로 개선됐는데도 투자자들이 이를 알아보지 못한다면, 정보 전달이나 투자자와의 소통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자본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고 있다면, 이는 실질적인 문제다.

소통을 잘한다고 해서 취약한 기초체력을 바로잡을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져도 해외 이해관계자들이 이를 이해하거나 인정하지 못한다면, 평판과 기업가치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충분히 나타날 수 없다. 핵심은 이 둘을 구분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기업별로, 보다 실증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이 문제를 연구하면서 나는 네 가지 실천 원칙에 주목하게 됐다. 겉보기에는 단순하지만, 실제로는 절대 그렇지 않다.

첫째, 측정해야 한다. 개별 기업의 가치평가 격차를 측정하고, 그중 어느 정도가 기초체력, 동종 기업과의 비교, 구조적 요인으로, 합리적으로 설명되는지 파악해야 한다.

둘째,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공시와 투자자 자료, 경영진의 발언, 그 밖에 공개·유통되는 다양한 정보를 통해 기업이 해외에 실제로 어떤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셋째,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해외 투자자와 애널리스트, 언론, 그 밖의 이해관계자들이 실제로 어떤 정보를 접하고 어떻게 이해하는지 체계적으로 들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그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

기업도 국가도 자신의 평판을 소유하지 않는다. 평판은 투자자와 고객, 정부, 기자, 직원, 일반 대중 등 다른 사람들의 머릿속에 존재한다. 한국은 이들의 인식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영향을 미치기 위해 노력할 수는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한국이 자신에 대해 하는 말이 아니다. 한국이 실제 행동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세계가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해하라. 잘못된 것은 고쳐라. 옳은 것은 입증하라. 

이런 관점에서 보면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는 단순한 홍보 기회 이상의 의미가 있다. 금융위원회도 그동안 한국 자본시장의 IR 활동이 개별적으로 이뤄져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분산됐고, 시장 전체의 경쟁력을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따라서 이 활동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은 단순히 보여 주는 방식을 바꾸는 일이 아니다. 실질적인 행동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 행사의 성패는 한국이 3주 동안 무엇을 전달하는지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이후 해외 이해관계자들이 무엇을 이해하고, 무엇을 믿으며, 어떤 행동을 하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모든 한국 기업이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해외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그럴 만한 기업도 있고, 그렇지 않은 기업도 있을 것이다. 목표는 가능한 한 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한국 기업의 가치가 평가되도록 하는 데 있어야 한다. 동시에 실제 약점과 제대로 이해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를 구분해야 한다.

코리아 프리미엄은 선언하거나 말로 전달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업 하나하나가, 한 걸음씩, 행동과 말로 얻어 내야 한다. 반드시 행동이 먼저다.

필자 소개 

빌 라일런스는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FIFA 월드컵에 참여하고 외환위기 당시 청와대에 자문하는 등, 약 40년간 한국의 정부·기업·기관과 함께 일해 왔다. 현재 런던에 본사를 둔 AI 중심 컨설팅 기업 하모나이(Harmonai)의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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