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부상한 '청해부대 확대' 파견…국회 동의·전투 연루가 변수

  • 2020년 독자 호위 선례 있지만 현재는 미·이란 전쟁 중

  • 이란과 갈등 가능성도…한미 간 기여 수준 조율도 과제

수송선들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운항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수송선들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운항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기여 방안으로 청해부대 역할 강화를 검토하면서 2020년 작전지역 확대 사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처럼 독자 지휘 아래 우리 선박을 보호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이번에는 미·이란 전쟁 중인 해역이라는 점에서 국회 동의 여부와 전투 연루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란과의 관계 악화 가능성은 물론, 기여 수준을 둘러싼 한미 간 외교적 조율도 필수로 꼽힌다.
 
21일 정부는 국내 상선과 원유 수송로, 국민 안전 보호를 위해 청해부대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전쟁에 관여 또는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고 밝히면서, 신규 부대를 보내는 대신 이미 중동 해역에 파견된 청해부대의 활동 범위나 임무를 넓히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 확대는 이미 전례가 있어 정부가 검토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꼽힌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20년 1월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높아지자 청해부대 파견 지역을 기존 아덴만 일대에서 오만만과 아라비아·페르시아만 일대까지 한시적으로 확대했다. 당시 청해부대는 미국 주도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연락장교 2명을 보내 정보 공유 등도 진행했다. 미국의 호위연합체에 정식으로 참여하지 않으면서 협력 통로를 마련한 것이다.
 
정부는 당시 기존 국회 파견 동의안의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 포함’이라는 문구를 근거로 별도 동의 없이 작전 지역을 확대했다.
 
다만 지난 사례와 달리 현재는 교전 중인 지역으로 작전 범위가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상선이나 함정을 겨냥한 공격을 받았을 때 어디까지 대응할지, 미국 측과 어느 수준으로 정보를 공유할지에 따라 ‘우리 국민 보호’와 ‘전쟁 관여’의 경계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쟁점은 이번 임무가 국회가 승인한 기존 파견 목적과 범위를 벗어나는지다. 헌법 제60조 2항은 국회에 국군의 해외 파견 동의권을 부여한다. 기존 동의안이 해적 퇴치와 선박의 안전 항해 지원을 목적으로 한 것과 달리, 교전 중인 해역에서의 상선 호위와 공격 대응은 임무의 성격과 위험 수준이 달라 실질적인 임무 변경으로 판단될 수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지난 3월 국회에서 아덴만의 해적 대응과 호르무즈의 교전 상황은 “차원이 다르다”며 국회의 동의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란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군이 독자 지휘 아래 자국 선박을 보호하더라도, 이란이 이를 미국의 해협 작전에 대한 지원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 협력하면서도 이란과의 직접적인 갈등을 피했던 효과를 이번에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청해부대가 상선 보호 임무로 이동하더라도, 전투에 연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전쟁에 관여하지 않는 파병’의 경계가 실제 공격 상황에서는 불분명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 간 기여 수준을 둘러싼 조율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8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항 회복을 위해 실질적으로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 국무부는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전쟁 개입 파병은 없다’는 발언을 미국의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해석한 보도가 나오자 청와대가 이를 반박하기도 했다.
 
반도체 협력과 대미 투자 약속의 신속한 이행 등 다양한 현안이 논의되는 시점에서, 청해부대의 임무와 기여 수준에 대한 양국의 기대가 다르면 한미관계의 또 다른 부담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넓히는 것이 정부가 검토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여 방안”이라며 “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에 호르무즈 항행 안전을 위한 기여 자체를 거부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실제 가능한 지원 방안을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고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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