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등 주요국 대다수가 3세대 이동통신(3G) 서비스를 종료한 가운데 국내 통신업계 역시 3G 서비스 종료에 나섰지만 이용자보호문제로 난항에 빠졌다. 휴대전화 이용자는 급감했지만 차량·승강기 비상통화 등에 쓰이는 산업용 회선을 단기간에 옮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통신업계는 3G 망 유지를 위해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사용하고 있다며 연내 5G 단독모드(SA) 확대를 위한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 해외 주요국들처럼 원만한 세대전환을 위해 정부 차원의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2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SKT)과 KT의 연간 3G 망 유지비는 각각 400억원, 700억원으로 추산된다. 과기정통부의 지난 6월 말 기준 유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 및 무선 데이터 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3G 휴대전화 회선은 32만8124개다. 전체 회선의 0.5% 수준이다. 기업간거래(B2B)와 사물인터넷(IoT) 회선까지 포함하면 3G 회선은 2%에 육박한다
SKT는 지난달 3G 신규 가입 중단 계획을 밝혔다. KT 역시 3G 신규 가입 중단을 계획 중이다.
새 가입을 막아도 이미 설치된 산업용 단말기는 남는 것이 문제다. 차량이나 승강기의 비상통화 장치를 다른 통신망에 연결하려면 설비 운영 주체가 단말기를 교체하고, 전환 후에도 통화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신규 가입을 막는 조치만으로 기존 회선을 없앨 수 없다.
IoT 센서는 주고받는 데이터가 극히 적다. 때문에 이용자 입장에서는 3G 방식에서 LTE, 5G 등으로 세대 교체에 나설 이유가 없다. 때문에 통신 세대가 바뀔 때마다 이미 설치된 IoT 센서 교체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여부가 새로운 고민 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 대부분의 국가는 3G 서비스를 종료했다. 글로벌 이동통신 공급업체 협회(GSA)에 따르면 지난 6월 말까지 89개 국가 및 지역에서 313건의 2G 및 3G 서비스 종료가 완료됐거나 계획 중이다.
미국에서 AT&T는 지난 2022년 2월에, 티모바일은 같은 해 7월, 버라이즌은 같은 해 12월에 3G 서비스를 종료했다. 일본에서도 소프트뱅크가 지난 2024년 4월부터 3G 서비스를 종료했다. NTT 도코모는 지난 3월에 3G 서비스를 마쳤다. 영국도 주요 통신사인 보다폰, 이이(EE), 쓰리(Three)가 지난 2024년에 3G망 종료를 완료했다.
해외 사업자들은 종료일까지 기다렸다가 망을 끄는 방식으로 해결하지 않았다. 종료 전 이용자 단말기 전환을 준비했다. 일본 도코모의 경우 지난 2019년부터 종료 계획을 예고한 후 지난해부터 3G 이용자가 전화를 걸 때 단말기 교체 필요성을 알리는 음성 안내를 제공하는 등 절차가 이뤄졌다. 영국 통신 규제기관 오프콤은 통신사뿐 아니라 IoT 기기·서비스 공급업체에도 망 종료에 따른 서비스 유지와 기기 전환 계획을 안내했다.
국내 과기정통부 역시 3G 종료에 관해 이용자 보호를 전제로 예측 가능한 일정에 따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용자보호를 최우선으로 두고 IoT를 포함한 모든 회선 수가 일정 수준 이상 낮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일정을 미리 예고해 놓고 단말기 교체를 독려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단말기 교체를 먼저한 뒤 종료일을 정하자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통신사가 보유한 회선 정보와 차량·승강기 운영 주체가 보유한 장비 정보를 맞춰 교체 대상을 확인해야 한다. 비용 부담 주체를 정하는 일도 남아 있어 전환 비용에 대한 부담도 커진다.
그 사이 통신사들의 5G SA 투자 일정도 다가온다. 과기정통부는 연말까지 5G 기지국의 SA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KT는 이미 SA를 상용화했으며 SKT와 LG유플러스도 연내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산업용 3G 회선의 전환 일정이 늦어질수록 통신사들은 기존 망 유지와 새 망 확대에 동시에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용자보호도 중요하지만 통신 세대 전환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의 배려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용자 보호 범위를 어디까지 둘 것인지, 가입자 수와 IoT 단말기 수를 어디까지 줄여야 하는지 세부 목표치를 먼저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전임교수는 "국내에서는 3G 종료 과정에서 이용자가 4G·5G로 충분히 전환할 수 있는지 엄격하게 살피다 보니 다른 나라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용자 보호에 문제가 없을 만큼 전환 조치가 이뤄졌다면 종료 일정도 유연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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