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 이은상 행사 대관 반발...창원시는 "조례 따라 승인"

  • "3·15 정신 계승하는 공간과 맞지 않아"

  • 대관 기준 정비·외부 전문가 참여 심사 요구

진보당 경남도당이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의 이은상 기념행사 대관 승인을 비판하며 철회를 촉구했다사진진보당 경남도당
진보당 경남도당이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의 이은상 기념행사 대관 승인을 비판하며 철회를 촉구했다.[사진=진보당 경남도당]

진보당 경남도당이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에서 예정된 노산 이은상 관련 학술행사를 두고 “창원시가 조례의 입법 취지와 3·15의거 정신을 외면한 기계적 행정을 하고 있다”며 대관 승인 철회를 촉구했다.

이번 논란은 오는 10월 31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에서 이은상 관련 행사가 예정되면서 시작됐다.

사단법인 남하이승규 노산이은상 기념사업회가 ‘마산의 빅 브랜드 가고파의 힘’을 주제로 학술 토크콘서트를 열기로 한 것.

창원시는 주최 측이 제출한 행사계획서를 검토한 결과, 조례상 대관 제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대관을 최종 승인했다.

이에 대해 진보당 경남도당은 15일 논평을 통해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은 대한민국 민주화 과정과 창원에서 발생한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 그 정신을 계승·보존하기 위해 만든 시설”이라며 “행사계획서에 대관 제한 내용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승인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진보당 경남도당은 특히 행사 장소가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이라는 점을 강하게 질타했다. 도당은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은 3·15의거가 시작된 마산에서 독재에 맞선 시민들의 희생과 저항을 기억하고 그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만든 공간”이라며 “이곳에서 이은상을 기리는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지역 민주주의 역사와 공간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은상이 3·15 부정선거 직전 이승만·이기붕을 위한 자유당 유세에 참여했고, 3·15의거를 ‘지성을 잃어버린 데모’라고 폄훼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또한 5·16 군사쿠데타를 ‘혁명’으로 평가해 유신체제를 공개 지지하고 전두환 정권에서 국정자문위원을 맡았던 행적을 거론하며 “이은상의 궤적은 민주주의전당이 기념하고 계승해야 할 역사와 정반대에 서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안을 실무 부서의 판단 착오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도당은 “가장 최근인 2024년에도 ‘마산가고파국화축제’ 명칭 복원을 둘러싸고 이은상의 친독재 행적 논란이 불거졌고, 민주주의전당 역시 과거 전시에서 이승만 정권의 책임을 축소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며 “이런 논란을 수차례 겪은 창원시가 역사적 논란을 알지 못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특히 도당은 창원시의 '행정 편의주의'를 직격했다. 도당은 “행사계획서에 ‘독재 찬양’이라는 말만 없으면 누구를 기념하든 상관없다는 것이냐”며 “해당 인물이 전당의 설립 취지와 부합하는지조차 살피지 않는 대관 심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강하게 반문했다. 그러면서 “창원시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스스로 정한 조례의 목적과 3·15 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대관 승인의 즉각적인 취소를 촉구했다.

나아가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했다. 도당은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사실을 왜곡·폄훼하거나 독재를 미화하는 등 전당 설립 목적을 중대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는 행사는 대관을 제한할 수 있도록 조례에 명확한 규정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관 심사 과정의 개선도 요구했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행사를 공무원 한두 명이 서류만 보고 결정하는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며 “운영자문위원회와 전문가, 시민사회 등이 참여해 설립 취지 부합 여부를 검토하는 별도의 심사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창원시 관계자는 “이은상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논란은 인지하고 있지만 제출된 행사계획서와 현행 조례에 따라 대관 여부를 판단했다”며 “현재까지 승인과 관련해 변경된 사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규정과 서류 등 행정적 절차를 우선한 창원시의 판단과, 공간이 지닌 역사적 상징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시각이 정면으로 맞붙는 대목이다.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오는 10월 31일로 예정된 행사를 앞두고 지역사회 내 진통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례에 따른 ‘행정의 적법성’과 민주주의전당이라는 ‘장소의 상징성’ 중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지, 이번 대관 결정이 향후 공공시설 운영에 어떤 선례를 남기게 될지 지역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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