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가까이 우정을 이어온 고등학교 동창 세 명이 땅끝 해남에서 나란히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인생 2막을 함께 열어가고 있다.
각자 다른 길을 걸었던 친구들이 60대가 된 뒤 다시 모여 담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으로 살아가면서 농사일도 서로 돕고 있어 눈길을 끈다.
15일 해남군에 따르면 이야기의 주인공은 1977년 고등학교에 함께 입학한 이무성 대표와 조한호·정호진씨다.
세 사람의 해남 생활은 이 대표가 먼저 시작했다. 해남에 정착한 지 18년째인 이 대표를 따라 두 친구도 차례로 해남행을 결정하면서 오랜 친구들이 다시 이웃으로 만나게 됐다.
세 사람 모두 토목·건축 분야를 전공한 경험도 귀농생활에 도움이 됐다. 자신들의 경험과 기술을 활용해 집을 짓고 밭을 일구면서 농촌생활의 기반을 하나씩 만들어갔다.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이들도 해남을 대표하는 농산물 가운데 하나인 고구마 재배로 농사를 시작했지만 이후 다른 농가와 차별화할 수 있는 과수 작목으로 눈을 돌렸다.
흥미로운 점은 세 친구가 같은 작물을 재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각자의 주력 작목을 나눠 이 대표와 두 친구가 미니사과인 루비에스·홍옥 등을 비롯해 납작복숭아, 친환경 학교급식용 머루포도 등을 각각 재배하고 있다.
생산한 농산물은 학교급식과 해남로컬푸드, 해남미소 등을 통해 판매하면서 판로도 넓혀가고 있다.
같은 지역에서 함께 농사를 짓지만 작목을 분리하면서 서로 경쟁하기보다 농사 경험과 기술을 공유하고 필요한 일손을 돕는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다.
귀농 초기에는 행정기관의 지원도 활용했다. 올해는 세 친구 가운데 한 명이 해남군 농업기술센터의 ‘2026년 귀농인 영농정착 확대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농자재 지원 등을 받았다.
이무성 대표는 농촌 정착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원생활의 낭만’만 보고 귀농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무성 대표는 “시골생활은 단순히 전원생활에 대한 로망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철저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며 “해남의 귀농 지원정책과 정보를 꼼꼼히 찾아 활용하는 것도 정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해남으로 귀농·귀촌하려는 후배들에게 판로 개척 방법과 영농 과정에서 쌓은 경험을 나누는 멘토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세 친구의 이야기는 온라인에서도 소개됐다. 해남군에 따르면 지난 4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귀농산어촌 서울센터 유튜브 채널 ‘귀농타임’을 통해 이들의 정착생활이 공개됐으며 일주일여 만에 조회수 2만6000회를 넘어섰다.
김희선 해남군 농업기술센터 귀농귀촌팀장은 “귀농·귀촌인들이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과 현장 중심의 소통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해남군은 귀농·귀촌인의 안정적인 농촌 정착을 위해 영농정착 지원을 비롯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군은 단순한 인구 유입에 그치지 않고 귀농·귀촌인이 농업을 통해 소득 기반을 마련하고 기존 주민들과 어우러져 지역 구성원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단계별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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