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금리 쇼크가 국내 채권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미 국채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을 넘어서며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크게 뛸 수 있다는 우려다. 연말까지 회사채 만기가 대거 몰린 가운데 차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신용도를 기준으로 한 기업 간 유동성 양극화도 한층 심화할 수밖에 없다.
14일(현지시간) 글로벌 금융정보 플랫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글로벌 금리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5.012%까지 올랐다. 10년물 금리가 5%를 넘어선 건 2023년 이후 처음이다. 중동 정세 불안에 국제유가가 오르고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 미국의 재정 적자와 국채 공급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추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연준은 오는 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현재 연 3.50~3.75%지만, 시장에서는 0.25%포인트 인상 확률을 90% 안팎으로 본다. 실제 인상이 이뤄지면 2023년 이후 약 3년 만의 상승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국내 기업의 자금조달 부담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미 국채금리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기준이 되는 만큼 국내 채권시장도 연쇄적으로 충격을 받기 때문이다. 기업은 신용등급이 그대로 유지돼도 국고채 등 금리가 올라 신규 회사채 발행, 기존 채권 차환에 적용되는 금리가 함께 높아지는 구조가 된다.
이미 국내 시장엔 충격이 반영되기 시작했다. 전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일주일 만에 12.5bp(1bp=0.01%포인트) 오른 연 4.025%로 마감했다. 10년물도 같은 기간 15.1bp 뛴 연 4.536%를 기록했다. AA- 등급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같은 기간 11.3bp 오르며 연 4.690%까지 상승했다. 지난달 말(4.516%) 대비 20bp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문제는 올해 하반기 회사채 만기가 대거 도래한다는 데 있다. 이날부터 12월 말까지 예정된 회사채 만기 규모만 18조2552억원으로 19조원에 육박한다. 전년 동기보다 3조2241억원(20.5%) 늘어난 규모다. 9월 남은 기간 3조4221억원에 이어 10월 7조738억원, 11월 5조3673억원, 12월 2조3920억원으로 당장 다음 달까지 갚거나 차환해야 하는 자금만 10조원을 넘는다.
만기 채권을 새 회사채로 차환하려는 기업의 경우 전보다 더 많은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 과거보다 높아진 현재 금리 수준에서 채권을 재발행하면 이자가 늘어나서다. 일부 기업은 보유 현금으로 상환하거나, 은행 대출 등 다른 조달 수단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금리 상승세가 장기화하면 대체 수단 역시 금리 인상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기업 간 자금조달 양극화도 한층 뚜렷해질 전망이다. 재무구조와 현금흐름이 양호한 우량기업은 금리가 높더라도 회사채 발행을 이어갈 수 있다. 반면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은 높은 금리를 제시해도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다. 금리 상승기에 투자자가 상대적으로 안전한 우량채를 선호하며 중소·중견기업부터 '돈맥경화(자금 흐름 경색)'를 겪게 된다는 의미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장은 "다시 고금리 시대로 넘어가면서 시장금리가 계속 올라 채권 발행 시장은 거의 고사 상태"라며 "국채 금리가 인상되면 민간 채권 금리는 더 오르기 때문에 기업은 자금조달 비용이 대폭 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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