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부권의 대형 전력회사인 주부(中部)전력이 원전의 내진설계 기준을 정하는 지진 데이터를 조작한 문제로 사장과 회장이 동반 사퇴한다. 예상되는 지진의 흔들림이 기존 설계 기준을 크게 넘으면 추가 공사로 재가동이 늦어질 것을 우려해 회사에 유리한 계산 결과를 골라낸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주부전력은 전날 외부 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공개하고 하야시 긴고 사장과 가쓰노 사토루 회장이 이달 말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후임 사장에는 야스이 미노루 이사가 다음 달 1일 취임한다. 시즈오카현 오마에자키시에 있는 하마오카 원전 3·4호기의 재가동 심사 신청도 철회하기로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원자력규제청을 인용해 심사를 완전히 중단하기 위한 신청 철회는 전례가 없다고 전했다.
주부전력은 지난 1월 기준지진동 산정 과정에서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선별한 의혹이 있다고 발표한 뒤 외부 조사위에 사실관계와 원인 규명을 맡겼다. 8개월여에 걸친 조사 결과가 이번 경영진 사퇴와 심사 신청 철회로 이어졌다.
주부전력은 이 기준지진동을 산정하면서 회사에 유리한 지진파를 골라냈다. 원자력규제위원회에는 여러 지진파 가운데 평균값에 가장 가까운 파형을 대표로 선정했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당시 내진설계 기준인 1200갈(갈은 흔들림의 가속도를 나타내는 단위)을 크게 넘지 않는 결과를 임의로 선택했다. 규제위가 인근 단층까지 고려해 더 엄격한 조건으로 계산하라고 요구하면서 1200갈을 넘길 가능성이 커지자 조작 수법도 심해졌다. 1250갈 이상의 결과를 미리 제외하고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대 2만9000개의 지진파를 계산한 사례도 있었다. 조사위는 지진동 산정 225건 중 최소 208건이 부적절하게 이루어졌다고 판단했다. 추가 공사에 따른 재가동 지연을 피하려는 목적이었다.
데이터 조작의 배경에는 원전을 조기에 재가동하려는 경영진의 압박과 폐쇄적인 조직문화가 있었다. 당시 사장이던 가쓰노 회장은 재가동 심사가 길어지자 담당 부서를 질책했다. 2019년과 2021년 사내에서 두 차례 문제를 제기했는데도 조작은 중단되지 않았다. 규제위가 지난해 5월 조사에 착수한 뒤에도 조작은 계속됐다. 조사위는 회사 내부에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며 규칙 위반을 정당화하는 분위기가 퍼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경영진이 직접 조작을 지시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주부전력은 경영 체제와 조직문화를 쇄신한 뒤 재가동 심사를 다시 받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제 심사를 신청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닛케이에 따르면 규제위는 추가 검사를 검토하고 있으며, 검사가 끝나기까지 1년 이상 걸릴 가능성이 크다.
재가동 지연으로 주부전력의 경영 부담은 커지고 전기요금 인하 가능성은 낮아졌다. 주부전력의 전력 공급 지역에는 토요타자동차를 비롯한 제조업체가 밀집해 있다. 하마오카 원전에는 가동 중단 상태에서도 연간 약 1000억엔(약 8777억원)의 유지비가 든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주부전력은 2025년도 연료가격을 전제로 3~5호기가 가동하면 연간 2500억엔의 수익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지만, 이를 실현할 시점은 불투명해졌다. 일반 가정의 10월 전기요금은 주부전력이 간사이전력·규슈전력보다 약 15% 높아, 재가동 이후 기대됐던 요금 인하도 더욱 멀어졌다.
일본 정부의 원전 활용 확대 정책에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2040년도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약 20%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마오카 3~5호기의 총출력은 약 362만㎾로, 정부가 목표 달성에 필요하다고 보는 국내 원전 설비용량의 약 10%에 해당한다. 아사히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데이터 조작으로 다른 전력회사와 원전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원전 재가동의 문턱이 한층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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