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북서부 홍해 연안에 있는 모카항이 최근 친이란 무장정파 후티반군의 손에 넘어가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호르무즈 해협을 피해 석유를 수출해온 홍해 루트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모카 지역에 공습을 단행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모카항은 16~18세기에 전성기를 누린 무역항이다. 막대한 커피 공급이 이곳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커피숍 문화가 번성했다.
커피는 1400년대부터 예멘에서 번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문에 따르면, 학자들은 이때부터 예멘인들이 커피를 마셨다고 추정하며, 아랍 수피 수도승들이 한밤중 기도를 위해 깨어있으려고 커피를 마셨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1530년대 오스만투르크의 예멘 정복 이후 커피 문화는 확산됐다. 이런 전통은 오늘날 많은 커피전문점에서 마실 수 있는 에스프레소에 초콜릿을 섞은 '카페 모카' 음료로 이어졌다. 하지만 1720년대부터 인도네시아와 카리브해 등에서 커피 재배가 시작되면서 세계 커피시장에서 모카의 역할은 점차 줄어들었다.
앨런 미하일 예일대 중동사학 교수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리적 위치가 중요하다"면서 모카항이 홍해가 인도양과 만나는 좁은 구간인 밥 엘만답 해협에 인접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곳을 막으면 사우디 서부 얀부항 등에서 생산한 석유를 아시아나 유럽 등으로 수출하기 어렵다. 또 아시아 등에서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거쳐 유럽으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이 해협을 지나야 한다. 모카항은 밥 엘만답 해협에서 약 80㎞ 떨어져 있다.
이번 이란전쟁 발발 이후 미국의 동맹국인 사우디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반군의 갈등은 격화됐다. 독일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군은 지난 10일 모카항을 후티반군에 빼앗겼다. 후티는 11일 해협 한가운데 있는 요충지인 페림섬(마윤섬)도 점령했다. 설상가상으로 사우디는 동서를 잇는 1200㎞ 길이의 송유관에 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을 중단했다. 이를 두고 이라크에 있는 친이란 민병대의 소행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디의 동부 연안에 있는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이, 서부 연안 밥 엘만답 해협은 후티 반군이 가로막으면서 전 세계 원유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CNN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지휘관들이 예멘에 주둔하면서 밥 엘만답 해협의 폐쇄를 돕고 있다고 보도했다.
예멘은 지난 10여 년 동안 후티 반군과 정부군의 내전으로 올해 기준 1인당 GDP가 471달러(약 63만원)에 불과하는 등 사실상 '실패한 국가' 상태라고 내셔널인터레스트는 보도했다. 이에 모카 지역의 커피 문화를 되살리고 주민들에게 일거리를 주기 위한 국제적 노력도 있었다. 예멘의 커피 농부들과 해외 바이어를 연결하는 사업체도 있었다. 하지만 전쟁이 격화하면서 모카 지역의 옛 커피 영광을 되찾기 위한 농부들의 꿈도 꺾였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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