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로 등단… 여섯 번째 책 <다시, 그대와 길을 나서다> 출간
늦깎이 작가 이제홍(67)이 여섯 번째 책을 펴냈다. 제목은 <다시, 그대와 길을 나서다>. 수필집이다.이 작가는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이수그룹 등 여러 대기업에서 고위 임원을 지냈다. 평소 역사와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으나 퇴직하고서야 작가에 도전하더니 2015년 월간 <수필문학>으로 등단에 성공했다.
부여 출신으로 백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이 작가는 역사 교과서의 ‘근초고왕이 중국 산둥반도를 지배했었다’는 구절을 보며 백제에 관한 소설을 집필하겠다고 마음 먹는다. 고향 집은 정림사지 바로 앞이었다. 오층석탑이 놀이터였다. 어른들은 ‘찬란한 백제 문화’라고 했지만 눈에 보이는 유적은 그 탑 하나뿐이었다. 찬란한 백제는 땅속에 묻혀 있을 것이라던 어린 날의 의문이 훗날 소설의 씨앗이 됐다.
정림사지가 유년의 놀이터… 소설로 ‘백제의 위대함’ 알려
등단하자마자 발표한 데뷔작이 소설 <지워지지 않는 나라>다. 일본이 ‘백제’의 역사를 우리에게서 뺏어간 것이 아닌가라는 문제 제기를 하는 소설이다. 백제의 고도였던 부여. 그곳의 궁남지에서 한 남자가 변사체로 발견된다. 그는 문화재청 직원이었다. 그의 죽음이 백제 시대에 만들어진 보물, 금동대향로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소설은 전개된다. 마치 이인화의 베스트셀러 <영원한 제국>의 도입부가 연상된다.<지워지지 않는 나라>에 이어 2017년 <사비로 가는 길>을 펴내며 백제 전문가로 이름을 알린다. 삼국시대 ‘역사의 패배자’로 낙인 찍힌 백제의 마지막 왕 의자왕(義慈王·재위 641~660)의 말년 5년을 모티프로 백제의 위대함과 탄식을 동시에 쏟아낸다. 구상 단계에서 군산에서 부여까지 금강을 따라 사흘을 걸었다. 걸을 수 있는 곳은 걷고, 그렇지 않은 곳은 상상으로 디테일을 채웠다. 그가 내린 결론은 “백제는 동양의 로마였다”는 것이다.
결혼 40년 맞아 아내와 40일간 남프랑스·북이탈리아로… 새로운 프러포즈
잠시 숨을 고르던 이 작가는 2020년 <나, 그리고 또 나>, 2026년 <우연, 운명이 되다>라는 두 편의 소설집을 낸다. 2020년에 수필집 <좋다 말았네>도 연달아 발표한다.주로 백제 역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다가 어느 순간 자신의 ‘주전공’인 수필로 돌아섰다. 최근 펴낸 수필집 <다시, 그대와 길을 나서다>는 결혼 40년을 맞아 아내와 함께 남프랑스와 북이탈리아를 40일간 걸은 기록이다.
부부는 이번 여행의 주제를 ‘사랑’으로 정했다고 한다. 도시와 마을을 지나며 사람들이 남기고 간 사랑의 흔적을 하나씩 건져 보고 그들의 사랑과 비교도 해본다. 이탈리아 베로나에선 로미오와 줄리엣의 ‘슬프지만 지고지순한 사랑’의 현장을 목격한다.
여행 마치던 날, 이탈리아의 어느 하늘 아래에서 서로의 손을 맞잡고 눈을 맞추며 “우리는 생각보다 오래, 그리고 생각보다 깊이 서로를 사랑해 왔다”라며 그들의 ‘결혼 40년’을 자축한다. 뒤늦은 프러포즈인 셈이다.
작가는 책머리에 이렇게 적었다. “젊은 날의 사랑이 불꽃처럼 뜨거웠다면, 세월이 선물해 준 지금의 사랑은 은은하고 깊은 온기를 품고 있습니다.”
백제를 좇아 10여 년을 걸어온 그의 문장이 끝내 가닿은 곳은 바로 옆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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