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공개된 통계 두 개가 나란히 시선을 붙잡았다. 하나는 중국의 연구개발(R&D) 총액이 사상 처음 미국을 제쳤다는 소식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 학생들이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수학·과학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다. 두 지표가 가리키는 방향은 같다. 중국이 기초 체력에서부터 인공지능(AI) 시대의 패권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 연구소의 '과학기술지표'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의 연구개발비는 약 847조원으로 미국(약 831조원)을 앞질렀다. 이는 1981년 조사 개시 이후 45년 만에 첫 역전이다. 아울러 중국은 PISA 수학·과학 분야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인재 저변에서도 출중한 모습을 나타냈다.
전 세계가 AI 경쟁 시대에 들어선 지금, AI의 기반이 되는 수학 및 과학 교육의 중요성은 가히 절대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AI 시대에는 수학자가 의사보다 돈을 더 번다"며 암기·시험 중심 교육으로는 AI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지적했고,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역시 "지금 스무 살로 돌아간다면 소프트웨어보다 물리과학을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AI 3대 강국' 도약을 국정 목표로 내건 한국 역시 교육 현장을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반도체·데이터센터 투자 등 인프라 경쟁에는 속도를 내지만 정작 그 경쟁의 최종 승부처인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 정책은 이 목표와 얼마나 보조를 맞추고 있는지 의문이다. 물론 한국 학생들 역시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했고, 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5.13%로 세계 2위이니 초라한 성적표는 아니다. 하지만 미·중과 함께 AI 3강을 목표로 하는 우리로서는 가볍게 볼 일만은 아니다.
이 와중에 일부 반도체 계약학과 입결이 서울대 자연계까지 넘어섰다는 희망 섞인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졸업 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대기업 취업이 보장되는 실용적 진로에 상위권 이과 수험생들이 몰리면서 의대 일변도였던 진로 공식에 다소나마 변화의 물꼬를 튼 것이다. 하지만 이는 소수 명문대 반도체 계약학과의 소수 정원에 국한된 것이고, 전체 이공계 지원 저변을 넓히는 근본적 변화로 보기엔 아직 이르다.
AI 3강이라는 목표는 인프라 투자만으로 이룰 수 없다. 반도체 공장을 짓듯 인재를 단기간에 찍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는 AI 반도체 전쟁 이상으로 AI 인재 전쟁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것이 그 방증이다. 따라서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 및 대학교, 대학원까지 각 교육과정에 걸쳐 AI 인재 양성을 위해 일관된 교육 체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수학·과학·공학을 기반으로 AI를 이해하고, 인간과 윤리에 대한 바탕 위에서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 진정한 AI 교육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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