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럼 베트남 서기장, 푸틴과 '새 이정표' 세웠다...모스크바 국빈 방문서 남긴 것

  • 푸틴과 크렘린 회담 뒤 공동성명... 에너지·원전·AI까지 협력 축 확대

  • 레프 톨스토이 평화상 수상도... 러시아 언론 "새 협력 단계의 출발점"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베트남 통신사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베트남 통신사]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이 모스크바에서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 행보를 전면에 내세웠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양국 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로 규정했고 양국은 정상회담에서 교역액 150억 달러(약 20조원) 목표와 원전·에너지·과학기술 협력을 구체적 과제로 올렸다. 회담 직후에는 두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협력 문서 교환식도 열렸다.

베트남 통신사 등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또 럼 서기장과 부인 응오 프엉 리 여사는 9일(현지시간) 밤 러시아 모스크바를 떠나 국빈 방문 일정을 마쳤다. 또 럼 서기장은 7일부터 9일까지 러시아에 머문 뒤 프랑스로 이동해 9일부터 12일까지 공식 방문과 파리에서 열리는 우주 정상회의 참석 일정을 이어간다.
 

크렘린 정상회담, 협력의 무게중심을 넓히다


이번 방문의 핵심은 9일 크렘린에서 열린 정상회담이었다. 또 럼 서기장은 이날 국빈 환영식을 받은 뒤 푸틴 대통령과 회담하고 양국 관계와 국제 현안을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 대해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양국의 전통적 우호 관계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서 새로운 이정표"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베트남을 러시아의 아시아·태평양 정책에서 "신뢰할 수 있는 협력 상대이자 우선순위가 높은 국가"라고 평가했다. 또 럼 서기장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베트남 외교의 주요 축으로 제시했다. 그는 베트남이 러시아를 "중요한 협력국이자 최우선 순위에 있는 파트너"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경제 협력을 더 실질적으로 키우는 데 뜻을 모았다. 두 정상은 정부 간 경제·무역·과학기술 협력위원회의 역할을 높이고 양국 교역액을 조속히 150억 달러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에너지와 원전 협력도 주요 의제로 올랐다. 양국은 에너지, 석유, 가스를 기존 협력의 핵심 축으로 유지하면서 이미 정부 간 협정이 체결된 원전 협력을 구체화하고 풍력, 가스 발전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푸틴 대통령은 원전 협력과 관련해 러시아가 베트남의 수요에 맞춰 경험과 기술을 공유하고 인력 양성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양국이 채택한 공동성명은 원자력·방사선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러시아의 검증된 기술을 적용하되, 사업 이행 일정과 현지화 비율은 양측이 합의한 수준에서 정한다는 원칙을 담았다.

과학기술 협력도 새 동력으로 제시됐다. 공동성명에 따르면 양국은 인공지능(AI), 디지털 기술, 생명공학, 신소재, 양자기술, 우주기술, 자동화를 우선 협력 분야로 명시하고 공동 연구와 기술 이전을 확대하기로 했다. 양자기술 분야에서는 협력 로드맵을 수립하기로 합의했다. 또 올해 지정된 '러시아·베트남 과학·교육 협력의 해' 사업을 계기로 대학, 연구기관, 혁신센터 간 연결과 젊은 연구자 교류를 강화하기로 했다.
 

레프 톨스토이 평화상, 베트남 외교 노선 부각
러시아 국민예술가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에게 2026년 레프 톨스토이 평화상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베트남 통신사
러시아 국민예술가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에게 2026년 레프 톨스토이 평화상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베트남 통신사]


또 럼 서기장은 러시아 방문 기간 레프 톨스토이 국제평화상을 받았다. 시상식은 9일 저녁 크렘린궁에서 열렸고 푸틴 대통령,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국가두마 의장,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연방평의회 의장이 참석했다.

세계적 지휘자로도 유명한 러시아 국민예술가이자 심사위원장인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2026년 레프 톨스토이 국제평화상'을 또 럼 서기장에게 수여했다. 상은 평화 증진, 민족 간 협력과 이해 확대, 국제법 존중, 베트남의 평화 애호 전통과 대화 정신 확산에 기여한 공로로 주어졌다. 이 상은 2023~2024년 아프리카연합(AU), 2025년 중앙아시아 3개국 정상에게 돌아간 바 있다.

또 럼 서기장은 수상 소감에서 "이 상은 개인에 대한 인정만이 아니라 베트남 국민의 평화 애호 전통과 독립·자주·우호·협력·발전의 대외 노선에 대한 평가"라고 밝혔다. 이어 베트남은 국제사회와 함께 대화를 촉진하고 유엔헌장과 국제법에 근거해 이견과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럼 서기장의 수상에 대해 "러시아와 베트남의 우호와 상호 이해를 강화한 기여를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 여론, “베트남은 ASEAN 진출 교량”

러시아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번 방문을 양국 관계의 새 출발점으로 주목했다. 크렘린 공식 포털과 러시아 매체들은 정상회담 내용을 전하며 베트남이 러시아와의 관계 발전을 중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러시아 정부 포털과 여러 매체는 디지털 경제, 평화적 목적의 원자력, 교통 인프라, 산업, 농업 분야의 협력 가능성과 무역 장벽 해소 문제도 함께 다뤘다.

러시아 매체 우라뉴스(ura.news)는 러시아가 베트남과 장기 협력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베트남이 러시아 기업의 ASEAN 시장과 다른 국제시장 진출을 잇는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카테리나 콜두노바 러시아 외교부 산하 모스크바국립국제관계대학(MGIMO) ASEAN센터장은 러시아의 동방 전환과 2045년 선진국 도약을 목표로 한 베트남의 성장 전략 속에서 원자력, 정보기술, 농업, 인프라, 물류, 교육 분야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베트남이 ASEAN·러시아 대화 조정국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위상을 갖는다고 덧붙였다.

니키타 마슬렌니코프 러시아 정치기술센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수십 년간 ASEAN이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며, 러시아가 세계 경제에서 경쟁하고 자국의 발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 지역에서의 존재감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안톤 브레디힌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중국·현대아시아연구소 수석연구원(역사학 박사)은 이번 방문을 "새로운 역사적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그는 양국이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흔들림 없이 심화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며, 과학기술, 에너지, 석유·가스 분야의 잠재력을 현실화하고 경제·무역·투자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문서들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문화와 인적 교류도 정상회담 의제에 포함됐다. 또 럼 서기장은 푸틴 대통령이 베트남 국민에 대한 비자 면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점을 환영했고, 베트남은 2027년 베트남에서 열리는 '러시아 문화 시즌' 개최에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붉은광장에서 열린 베트남 문화 축제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또럼 서기장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모스크바 브누코보 국제공항에서 열린 환송식으로 마무리됐다. 러시아 측에서는 드미트리 체르니셴코 부총리, 겐나디 베즈데트코 주베트남 러시아대사, 러시아 외교부 의전국장이, 베트남 측에서는 당 민 코이 주러시아 베트남대사 부부가 대표단을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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