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정부는 2027년도 총지출 규모를 820.9조 원으로 잡았다. 작년도 본예산 727.9조원에 비하면 12.8%, 93조 원 늘어난 것이고 추경을 포함한 총예산 753.0조원에 비하면 9.0%, 67.9조 원 증가한 예산이다. 언론에서는 본예산 대비 증가율 12.8%를 가지고 수퍼 예산이라고 하지만 두 차례 추경을 포함한 예산 753조에 대한 증가율을 가지고 따지는 것이 더 현실적이므로 증가율은 9%가 맞다. ‘대체불가 대한민국으로의 도약’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V자형 경제회복을 달성하기 위해서 적극적인 재정투입 투자로 잠재성장률을 올린다고 하지만 미사려구로만 들린다. 국민의 기억 속에 남은 것은 터무니없이 오른 물가와 전월세 가격과 건강보험 및 세금 부담밖에 없다. 최저생계 가계야 국가에서 챙겨주기라도 하지만 국가지원도 받지 못하는 빛 좋은 개살구 중산층은 늘어나는 세금과 물가 부담에다가 쪼그라드는 소득과 일자리 때문에 짜증이 나다가 못해 화가 날 지경이다.
지출예산은 2010년 282조원에서 2027년 821조원으로 약 3배 증가했다. 금액으로 보면 크게 상승한 것이지만 증가율만 가지고 높은 수치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명목경제 성장세와 비교한 상대적인 증가속도를 가지고 판단해야 하며 또 지출 내용이 잠재성장 성과를 얼마나 낼 수 있는지, 그리고 국세수입에 따른 예상되는 재정적자를 가지고 판단해야 할 문제다.
명목GDP와 비교한 예산 적정성
[그림]에서 보듯이 GDPDP 대한 총지출의 비율로 보면 2027년의 25.8%가 예년에 비해 크게 높다고 볼 수는 없다. 직전 4년 평균치인 25.9%보다 오히려 낮다. 2010년대 10여 년 동안 21%대에서 머물던 것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꾸준히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이 있었고 정부의 정책기조도 성장기조보다 복지기조로 바뀌에 따라 GDP 대비 총지출 비중이 오르는 것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 다만 GDP의 25% 수준 혹은 그 이상으로 오랫동안 지속이 가능한가의 문제는 따로 따져봐야 할 문제다.
잠재 성장력 제고 가능성으로 본 적정성
2026년 본예산 대비 2027년도 총지출 예산 증가액 93조 원을 분야별로 뜯어보면 보건복지고용 분야에서 24.6조원, 교육에서 10.8조원 일반 및 지방 행정에서 27.6조원이 증액되어서 합계 증액의 2/3나 되는 63조원이 보건, 행정, 교육 분야에 책정되어서 잠재성장률 제고와 관련성이 미약하다. 미래성장엔진과 관련이 높은 R&D 투자와 산업, 중소기업, 에너지 분야의 증액규모는 각각 4조와 9.4조 원으로 총지출 증가액의 14.4%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2027년 수퍼 확장 예산을 잠재성장력이나 미래를 위한 혁신투자로 규정하는 것은 어색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2027년 예산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총 282.8조 원이 투입되는 중점투자과제다. 이 중 3대 메가 프로젝트 투자에 투입될 21.3조 원과 미래성장엔진 즉, 첨단전략산업이나 에너지 전환 사업투자에 투입될 62.8조 원은 잠재성장력 증대와 직결되는 부분으로 기대해 볼 만한 항목들이다. 3대 메가프로젝트 분야, 즉 K-반도체강국(3.4조원), AI데이터센터(0.5조원), 그리고 피지컬AI 강국 구축(3.1조원)을 위해 투자되는 재정 규모는 총 7.0조 원으로써 작년 3.3조 원의 두 배가 넘는다. 미래성장엔진을 확충하기 위하여 포스트 반도체 산업이라고 할 첨단전략산업 육성에 41.4조 원이 투입되고 에너지 대전환을 위해서 6.6조 원이 투자되며 창업혁신생태계 활성화에 4.5조 원, 중소기업의 도약과 수출확대에 6.6조 원 등이 투입될 예정이다. 그렇지만 청년 성장단계별 종합지원에 43.3조 원, K양극화 해소에 117.1조 원, 그리고 국민 안전과 평화에 38.3조 원 등 막대한 자원이 투입되는 것은 잠재성장력과 직접 연관된다고 보기 힘들다.
2027년 예산에서 가장 눈에 돋보이는 부분이 미래대응기금 조성이다. 미래대응기금의 재원은 추세를 벗어나서 초과로 걷히는 세수와 교육교부금 개편에 따른 절감액으로 조달되는데 약 162.3조 원이 조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대응기금의 지출 분야는 넥스트 (NEXT)라고 명명한 4개 사업에 2027년 중 45.4조 원을 투입하고 국채신규발행을 줄이는 데 12.5조원을 들여서 나머지 약 104.4조 원은 적립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막대한 미래대응기금의 규모에 비추어 보면 실제로 성장동력 계정에 투입되는 금액은 14.2조 원에 불과하며 100조 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이 정확한 용처를 정하지 않고 예치해 둔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국세수입과 국가채무로 평가한 적정성
2027년 예산안은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3.1조 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6년 적자 107.6조 원에 비하면 현저히 개선되는 것이고 그 결과로 2027년에는 GDP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50.6%에서 48.3%로 오히려 떨어지는 것으로 예측한다. 이런 장밋빛 예상의 이면에는 2027년 국세수입이 584.4 조 원으로 2926년에 비해 194조 원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잡기 때문이다. 2026년 상반기 중 세수 실적을 보면 소득세, 법인세, 증권거래세 등 거의 모든 세목에서 작년 보다 세수가 좋은데 이런 추세가 2027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여기서 염려되는 부문은 최근의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기업의 실적 악화와 이에 따른 소득세 및 법인세의 위축 가능성이다. 환율 하락세가 내년에도 이어진다면 수출기업,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와 기계 및 방위산업체의 실적이 악화되고 법인세나 소득세수가 현저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 글로벌 인플레와 금리인상에 따라 세계경제가 침체할 가능성도 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세입부분의 감액추경이 불가피해 질 것이고 그에 따라 지출부문도 수정되어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설혹 2027년도 국세수입이 2026년처럼 좋아서 국가채무가 늘어나지 않더라도 6월 현재 1338조가 넘는 중앙정부 국가채무의 이자 부담만 연 50조 원이 넘는 상황에서 국내외 금리가 더 상승하면 국가부담도 더 올라가는 상황을 피할 수가 없다.
잠재성장력을 끌어 올리는 일은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것이 재정지출을 늘이는 일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장 효과 있는 분야에 가장 효율적 재정지출이 되어야 성장 동력이 살아나면서 생산적인 재정기반을 구출할 수 있게 된다. 그런 관점에서 미래대응기금이라는 명목으로 100조 가까운 돈은 묶어 두는 것은 잠재성장력 확충과 관련성이 높다고 할 수 없다. 또 지출은 커지면서 세수가 부족하여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상황에 더하여 국내외적으로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이라면 재정건전성은 더 위험해진다. 내년도 예산의 명목적인 증가율로 보면 과도한 확장예산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생산성을 위한 투자보다는 복지지출 중심으로 편성되었고 국내외적으로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 너무 낙관적인 국세수입 전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를 피할 수 없다.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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