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1차 상승 : 한국은행 기준금리 금리인하와 비상계엄 사태
지난 7월 초 만하더라도 달러당 1550원을 넘나들던 원화환율이 최근 1410원대까지 급락하면서 그 배경과 원인은 물론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수년 간 1300원과 1400원 사이에서 안정적으로 등락하던 원화환율이 갑자기 오르면서 처음으로 1400원을 뚫고 올라간 것은 2024년 11월 중순 경이었다. 당시 11월 수출증가율이 1%대로 저조했고 4분기 경제성장률도 1.2%로 낮아서 원화환율이 오를 여건은 충분히 잠재되어 있었지만 갑자기 1450원대 이상으로 폭등 반전된 것은 그해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0%에서 3.00%로 낮춘 것이 원화환율 상승의 주된 요인이었다.
2025년 1월 초 1470원대로 오른 뒤 4월까지 4개월 동안 원화환율이 1470원대를 견고하게 유지했던 결정적인 원인은 그해 12월 3일에 있었던 비상계엄조치 때문이다. 비상계엄조치가 가져온 정치 사회 경제적인 불안이 원화환율을 1470원대에 묶어둔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다. 2025년 2월과 5월 두 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50bp 더 인하했지만 그것이 원화환율을 추가로 올리지 못하면서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도 정치적 변수가 당시 환율 움직임의 압도적인 변수였음을 잘 말해주고 있다. 계엄 사태의 후유증이 국회의 대통령 탄핵과 새 대통령 선거로 마무리되면서 정치적 불안이 사라지자 2025년 중반 이후 원화환율은 빠른 속도로 하락하여 2025년 9월까지 1400원대 아래에서 유지된 것이 그것을 잘 입증해준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정국이 안정되면서 1400원대 아래로 빠르게 에서 안정되던 환율이 다시 2차로 뛰기 시작한 시점은 2025년 6월부터다. 2025년 상반기 수출증가율이 0.0%였을 정도로 수출이 부진했고 경제성장률도 1.0%에 못 미쳤으며 기준금리도 2.50%까지 낮아져 환율상승의 여건을 갖추기도 했지만 원화환율 폭등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달러당 142엔대를 유지해 오던 일본 엔화가 2025년 중반부터 꾸준히 오르면서 150엔대를 뚫고 160엔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아래 [그림 참조])
일본 엔화환율은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0.25%에서 0.50%로 25bp 올렸던 2025년 1월 이후 4월까지 157엔에서 142엔대로 잠깐 낮아졌지만 4월 이후 다시 올라가면서 160엔을 돌파하기에 이르렀다. 2026년에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25bp나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엔화환율은 오름세가 꺾이지 않았다. 두 번의 기준금리 인상과 역사상 최대의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엔화가 달러에 대해 약세인 이유는 무엇보다도 275bp라는 미일간의 기준금리 격차가 존재하는 가운데 일본은행의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희박한 것이 가장 결정적이다. 일본의 다까이치 정부가 기준금리 인하를 반대하는데다가 막대한 일본의 국가부채 및 재정적자도 기준금리를 올리기 힘든 이유다.
엔화약세를 우려하는 베센트 메모
일본 기준금리의 연속적인 인상에도 불구하고 상승 추세가 꺾이지 않자 7월 말부터 미국과 일본의 정책당국이 동시적으로 적극적인 개입에 나서게 되었다. 베센트 재무부 장관이 인위적인 외환시장 개입을 지시하고 인플레를 우려한 일본 재무성 당국도 개입의사를 밝히면서 163엔을 넘나들던 엔화환율은 8월 초 이후 157엔대로 떨어졌다. 미국이 급격한 엔화환율 상승, 즉 달러 초강세를 꺼리는 이유는 달러 초강세에 따라 일본의 대미금융투자자금이 미국서 빠져 나갈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미국 국채만 1조 달러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의 대미 금융투자 금액은 3조-4조 달러 이상에 달할 것이 분명한데 일본 투자가들이 환차익을 노리고 미국 시장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미국으로서도 당혹스런 일이 될 것이 분명하다. 또 다른 해석은 엔화약세 때문에 일본 정부가 트럼프 정부와 약속한 5500억 달러 대미투자 계획을 수행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무엇이 원인이든지 간에 미국과 일본 정부로서는 엔화환율의 추가적인 상승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은 분명히 확인된 셈이다.
향후 원화환율 전망
미국이 엔화환율 뿐만 아니라 원화환율의 불안을 지적하면서 원화환율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7월 3일 1554원이던 원화환율은 8월 11일 1415원까지 떨어지면서 향후 어디까지 떨어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원화환율이 1400원대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는 쪽에서는 우리나라 인플레가 2%대로 비교적 안정된 가운데 기록적인 반도체 수출에 힘입어 경제성장률이 3%에 육박하고 있으며 경상수지가 상반기 중에만 2천억 달러가 넘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새로운 한국은행 집행부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금리인상을 강조해 왔던 점도 원화환율 하락을 점치게 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환율이 다시 오를 것으로 보는 쪽에서는 한미간의 기준금리 격차가 아직도 –100bp나 되고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감도 종식되지 않았으며 개인 투자가의 활발한 대외 증권투자 활동이 때문에 지속적으로 달러수요를 창출하고 있다고 본다.
향후 원화환율의 향방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변수는 미국 연준과 일본이 기준금리 정책방향이다. 먼저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린다면 원화환율이 다시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커지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당분간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취임 이후 케빈 월시 연준의장이 내놓은 여러 정책 방향을 보면 포워드가이던스(향후금리 예고정책)를 폐기하여사실상 금리 정책의 방향을 모르게 하는 것이나 다섯 개의 연준개혁 태스크 포스를 구성하는 금리를 올리지 않으려는 시간벌기 꼼수에 가까워 보인다. 게다가 2만 명 감소세로 반전된 7월 고용동향도 금리를 올리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1월 중간선거도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하게 발목잡는 요인이 되고 있다. 반면에 일본은행은 대내외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압박을 많이 받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일본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에 부정적인 견해를 표시하는 가운데 환율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플레율이 2%대 가까이로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 정책적 부담이 되고 있다. 현재의 미일 금리차 275bp를 고려할 때 금년 중 일본의 기준금리는 한두 차례 올릴 가능성이 매우 크고 그 경우 엔화 환율은 150엔대 아래로 떨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 일본이 금리를 올리고 미국은 금리를 동결한다면 엔화환율은 크게 떨어질 것이고 원화도 동조현상 때문에 같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전 연준위원이었고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이었던 스티븐 마이런의 소위 마라라고 구상이다. 그 구상의 핵심은 미국이 금리 인상 없이 무역적자도 줄이면서 동시에 미국 금융시장도 활황세를 지속시키는 묘안이 엔화, 원화 및 대만달러화 등 아시아권 국가 통화에 대해서만 달러가 약세가 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아시아권 통화에 대한 달러 약세를 통해 아시아권 국가의 대미 흑자는 줄이면서 동시에 유럽통화에 대해서는 달러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킴으로써 대미 투자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환율판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단기 국채금리는 높이고 장기국채금리는 낮추는 정책)인 셈이다. 쉽게 말하자면 미국은 가만히 있고 아시아권 국가들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환율을 낮춤으로써 무역수지 적자도 줄이고 대미 금융시장도 견고하게 끌고 가겠다는 구상이다. 마라라고 구상대로라면 원화환율은 1400원대 혹은 그 이하로 내려갈 수 있다는 말이다. 환율만큼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따로 없지만 일단 1500원대에서 1400원대 초반까지 내려온 것만 해도 우리 경제로써는 여러모로 다행이다.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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