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피해 이사했는데…가정폭력 5번 신고한 아내, 새집 앞에서 살해됐다

  • 이별 전후 여성 59.6% 폭력 경험…주소 비공개 보호조치는 신청해야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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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가정폭력을 다섯 차례나 경찰에 신고하고 접근금지 조치와 스마트워치까지 받은 30대 여성이 이혼소송 중 남편에게 살해됐다. 경찰은 소송 서류가 오가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새 주소가 남편에게 노출됐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1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경기 광주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이날 오전 7시 17분께 경기 광주시 한 다세대주택 외부 계단에서 이혼소송 중이던 아내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후 달아난 A씨는 약 4시간 20분 뒤 수원의 한 모텔에서 붙잡혔다.

B씨는 지난해 3월부터 남편의 가정폭력을 다섯 차례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지난 5월 가정폭력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으며, 이후 B씨는 남편과 별거한 채 경기 광주의 다른 주거지에서 생활했다. 지난달부터는 이혼소송도 진행했다. 법원은 A씨를 주거지에서 격리하고 B씨의 100m 이내 접근과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을 제한하는 임시보호명령을 내렸다.

B씨는 이혼소송 과정에서 자신의 새 주소가 남편에게 알려졌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경찰에 "소송 서류 송달 과정에서 주거지 비공개 요청을 하지 않아 남편에게 주소가 노출된 것 같다"며 상담 요청을 했고, 이후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았다.

범행 당시 B씨는 이 스마트워치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목숨을 구하지 못했다. 경찰은 A씨가 법원 서류를 통해 별거 중인 아내의 새 주소를 파악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가정폭력 피해자가 별거나 이혼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강력범죄에 노출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인천 부평에서는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이 끝난 지 일주일 만에 60대 남성이 별거 중인 아내를 찾아가 살해했다. 남성은 앞서 아내를 흉기로 위협해 100m 이내 접근금지와 연락 제한 조치를 받았고, 법원은 이를 두 차례 연장해 총 6개월간 적용했다. 피해자는 사건 당일 경찰서를 찾아 스마트워치 지급과 폐쇄회로(CC)TV 설치를 문의할 예정이었지만 그 전에 살해됐다.

2022년 충남 서산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가정폭력을 네 차례 신고한 40대 여성이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남편에게 살해됐다. 피해자에게는 스마트워치가 지급돼 있었지만 남편은 접근금지 기간에도 피해자를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검찰은 이후 남편을 보복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정부 조사에서도 별거와 이혼 전후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고위험 시기라는 점이 확인됐다.

성평등가족부가 지난 7월 발표한 '2025년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혼·별거·동거 종료 경험자의 50.0%가 이별 전후 배우자나 파트너에게 신체적·성적·경제적·정서적 폭력을 한 가지 이상 경험했다. 여성은 이 비율이 59.6%에 달했다. 현재 배우자·파트너에 의한 평생 폭력 피해 경험률 14.4%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이별 전후 스토킹 피해 경험도 여성 29.1%, 남성 18.9%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의 이별폭력 피해율은 2022년 조사 당시 54.5%에서 59.6%로 높아졌다.

소송 과정에서 범죄 피해자의 주소가 가해자에게 드러나는 문제를 막기 위한 제도는 이미 마련돼 있다. 지난해 7월 12일부터 시행된 개정 민사소송법 제163조는 소송관계인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 우려가 있는 경우 법원이 당사자의 신청을 받아 주소 등 개인정보를 상대방에게 공개하지 않는 보호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보호 대상에는 주소뿐 아니라 주민등록번호와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등이 포함된다.

가사소송법 제12조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경우 가사소송 절차에도 민사소송법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어 이혼소송에서도 이 같은 개인정보 보호조치를 신청할 수 있다.

주소 노출 문제는 제도 시행 전부터 지적돼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6월 '민사소송에서의 범죄피해자 개인정보 보호 강화 방안' 보고서에서 개인정보 보호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소송과 송달 과정에서 범죄 피해자의 주소가 노출될 수 있는 사각지대가 남을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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