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시내버스가 파업 직전 극적으로 노사협상을 타결했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는 813억원에 달하는 미적립 퇴직금과 연간 1500억원이 넘는 재정지원, 장기간 미뤄진 운영체계 개편 문제가 동시에 드러났다. 이에 본보는 두 차례에 걸쳐 울산 시내버스의 재정·운영 구조를 진단하고, 공영제와 교통공사 설립을 포함한 향후 운영체계 개편 가능성과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울산 시내버스 709대가 멈출 뻔했다.
지난 28일 오전 3시 50분께 울산지역 6개 시내버스 업체 노사는 첫차 파업을 앞두고 임금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했다.
노사는 시급 5% 인상과 2028년부터 정년 65세 연장, 식비 1000원 인상 등에 합의했다. 노조가 주요 쟁점으로 제기했던 미적립 퇴직금 문제도 울산시가 제시한 재정지원 확대 방안을 토대로 단계적인 해결에 나서기로 했다.
당장의 버스 대란은 피했다. 하지만 이번 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울산 시내버스의 문제는 임금 몇 퍼센트나 정년 몇 년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민간회사가 운영하지만 손실의 대부분은 울산시가 부담하고 있고, 버스업체에는 800억원이 넘는 퇴직금 미적립액이 쌓였다. 재정지원은 확대됐지만 울산 시내버스는 여전히 재정지원형 민영제로 운영되고 있다.
울산은 현재 '재정지원형 민영제' 방식으로 시내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민간 버스업체가 노선과 차량을 운영하고 울산시는 표준운송원가에서 수입금과 각종 보조금 등을 제외한 손실액의 일정 비율을 지원하는 구조다.
올해 울산시가 6개 시내버스 업체에 지원하는 금액은 손실액의 97%인 1519억원이다.
여기에 경영·서비스 평가 등에 따른 성과차등지원금 30억원을 별도로 지급한다. 이를 포함하면 실제 지원 수준은 손실액의 약 99%에 이른다.
울산시는 이번 임금협상 과정에서 올해 손실액의 1%에 해당하는 약 15억원을 추가 지원하고, 내년부터는 약 45억원을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올해 손실보전율은 98%, 내년부터는 100% 수준으로 높아진다. 성과차등지원까지 포함할 경우 지원 규모는 더 커진다.
운영은 민간이 맡지만 운송손실의 대부분을 이미 공공재정이 부담하는 구조인 셈이다.
김상욱 울산시장도 취임 전부터 이 같은 울산 시내버스 운영체계에 문제를 제기해왔다.
김 시장은 지난 6월 버스노조와 운수업체, 행정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울산 시내버스 수송분담률이 약 10%에 머무는 상황에서 매년 1600억원 상당의 재정이 투입되는 현실을 공유했다.
당시 김 시장은 "어디에 살든 불편 없이 버스를 탈 수 있는 울산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간담회가 울산 시내버스 완전 공영화를 위한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임금협상에서 가장 큰 쟁점 가운데 하나는 미적립 퇴직금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울산지역 6개 시내버스 업체의 퇴직금 지급의무액은 1115억원이다.
실제 적립액은 302억원으로 미적립액이 813억원에 달한다.
울산시는 운송수입 감소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업체의 경영상황이 악화되는 과정에서 퇴직금 적립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는 올해 추가 지원하는 약 15억원과 내년부터 추가되는 약 45억원, 기존 성과차등지원 재원 등을 활용해 퇴직금 적립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매년 최대 65억원가량을 적립하면 현재 미적립액을 해소하는 데 약 13년이 걸릴 것으로 시는 예상하고 있다.
전제조건도 있다. 노사가 현행 확정급여형(DB) 퇴직급여제도를 확정기여형(DC)으로 전환하고 추가 지원금을 퇴직금 적립에 사용해야 한다.
울산시가 813억원을 한꺼번에 대신 지급하는 방식은 아니다.
그럼에도 민간 버스업체에서 장기간 누적된 퇴직금 문제를 추가 재정지원을 통해 정상화하는 만큼 향후 회계 관리와 퇴직금 적립 이행 여부에 대한 관리·감독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울산이 시내버스 운영체계를 고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울산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준공영제 도입 문제를 검토했다.
2019년에는 시내버스 혁신위원회가 준공영제와 부분 공영제 등을 결합한 '울산형 다중복합 운영체계'를 제안했다.
2021년에는 한 단계 더 나갔다.
울산시와 울산광역버스운송사업조합,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울산지역버스노동조합은 그해 11월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 협약'을 체결했다.
목표 시점은 2023년 하반기였다.
당시 울산시는 버스업체가 노선 운행을 담당하고 시는 서비스 수준 관리와 재정지원, 운영정책 등을 맡는 준공영제를 도입해 경영 투명성과 서비스 수준을 높인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실제 도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재정지원 규모는 계속 늘었지만 버스 운영체계의 기본 틀은 재정지원형 민영제로 남았다.
이번 임금협상에서 노조는 당초 시급 9% 인상을 요구했고 사측은 2%를 제시했다.
장시간 조정 끝에 5% 인상과 정년 연장 등에 합의하면서 108개 노선, 709대가 멈추는 상황은 피했다.
미적립 퇴직금에도 단계적인 해결 방안이 마련됐다. 그러나 노사협상 타결이 울산 시내버스 운영체계의 문제까지 해결한 것은 아니다.
울산시는 내년부터 버스업체의 운송손실을 100%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따라 운송원가와 회계 관리, 경영·서비스 평가 등 재정지원에 수반되는 관리체계를 어떻게 강화할지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한국교통연구원은 버스 준공영제의 장점으로 비수익 노선 유지와 경영안정, 서비스 개선 등을 꼽는 동시에 재정지원 증가와 경영효율 저하 가능성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회계와 인력, 표준운송원가에 대한 지자체의 관리·감독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을 어디까지 지원할 것인가의 문제는 이제 운영권과 관리책임을 어디까지 공공이 가져갈 것인가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파업은 끝났지만 울산 시내버스의 오래된 숙제는 오히려 더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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