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명예교수]
지난 6월 말 9100까지 치솟았던 코스피지수가 단일종목 상장지수펀드(ETF)의 급락에 직격탄을 맞아 6000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의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액은 56조3,000억원(387억 달러)로 추정되었다. 이중 SK하이닉스 레버리지로 인한 손실이 24조7000억원에 달했고 여기에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로 인한 손실 7조2899억원을 더하면 단일종목 비중이 57%에 달했다. 돌아왔던 서학개미들은 정부가 규제에 착수하기도 전에 다시 나가고 있다. 금융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 폐지”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금융당국은 예탁금 인상 등으로 단일종목 ETF시장의 진입장벽을 높이면서 개인투자자들의 거래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서학개미’를 불러들이려던 ‘혁신상품’은 투자자의 수익과 상관없이 수수료를 가져가는 금융 시스템(운용사, 증권사, 거래소)만을 가장 확실한 승자로 선언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무덤’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한국의 ‘지옥’을 본 일본 금융청은 레버리지형 ETF 상장을 “공익상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현 정부 들어 주식시장이 활성화된 것은 분명하지만 조급한 ‘정부 실패’가 초래한 주식시장의 불안정성이 하필 정부가 부동산시장 개혁에 드라이브를 거는 시점에 부각되면서 오히려 자본이동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인공지능(AI)이 한국경제에서 핵심 화두로 정착하면서 소요되는 예산과 자금 규모가 조 단위로 상향되었다. 한국경제도 이미 금융시장의 규모가 실물부문을 흔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금융산업의 자기이익을 위한 일방적인 운동은 한국경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미 한국경제에서 ‘약탈금융’의 점차적인 확산은 실물부문의 성장을 저해하는 금융의 역기능을 키우고 있다.
학계에서는 “금융화(Financialization)”로 개념화되고 있는 이들 현상은 금융이 실물경제 지원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넘어서 실물자산의 가치를 증대시키기보다 금융 기법 및 자산 매매를 통한 단기 수익 창출에 치중함으로써 오히려 실물경제를 왜곡, 파괴하는 행태를 가리킨다. ‘돈 된다고 솥단지 내다 파는 격’이다. 그 여실한 결과가 ‘제조업 몰락’의 운명을 공유하고 있는 작금의 영국경제와 미국경제이다.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었던 영국은 지난 7월 앤 공주가 방한하여 이재명 대통령에게 자국 조선업 부흥을 위한 도움을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군함 10척 건조’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직접 요청하는 처지가 되었다. 이러한 제조업 몰락의 배후에서 작동했던 경제논리가 금융자본의 이익을 대변했던 신자유주의의 논리, 즉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통한 기업 효율화’였다. 미국 조선업의 몰락은 제조업의 자산과 노동력을 ‘자본효율화’라는 단기 재무적 척도(주주가치 극대화)로 재단하는 금융화가 제조역량의 고사로 이어진 대표적인 산업적 실패 사례이다.
중국과 새로운 체제경쟁에 돌입한 미국으로서는 스스로 ‘달러’만으로는 싸울 수 없기 때문에 제조업 부흥이 절실하고 한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조선업 부흥을 위해 기술이전뿐만 아니라 자본투자까지 한국에게 강요하는 이유는 조선업처럼 중후장대한 산업에 장기 투자할 자본이 미국 금융자본주의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업 재건을 위해 선택한 경제안보 논리는 금융자본주의의 논리에는 정면으로 반할 수밖에 없다. 이는 반도체산업에도 마찬가지이다. 금융자본주의의 ‘효율화’ 논리를 거스르는 ‘공급망 내재화’ 논리가 부상하면서 반도체 공장은 ‘귀한 자식’으로 격상되었다. 그래서 한미동맹의 축은 갈수록 한국 쪽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개발된 논리가 ‘한미동맹은 경제동맹’이라는 동맹확장론이다. 미국의 국가안보(군사안보 + 경제안보)를 보장하는데 한미동맹은 ‘대체불가’이다. 하지만 미국의 현재가 한국의 미래는 될 수 없다. 미국처럼 사모펀드와 제조업의 국내 공존을 지탱할 하드파워를 갖추지 못한 한국경제로서는 사모펀드가 초래하고 있는 ‘약탈금융’의 폐단에 대해서 ‘원점타격’에 준하는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
금융은 원론적으로 ‘제로섬게임’의 경제활동이다. 금융산업은 다른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그를 통해 생산된 부가가치를 일부 이전받을 때 비로소 자신의 확대재생산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금융이 높은 수익률을 올릴수록 제조업의 수익률은 낮아진다. 이러한 상황은 흔히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것으로 비유된다. 최근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개인 투자자의 선택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논리로 합리화할 수 있는 선을 넘은 상품이다. 손실은 개인투자자에게 집중되고 수익은 금융회사에 집중되는 상품은 처음부터 공급되지 말았어야 한다. 금융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효율성’의 논리에 제조업은 위축되고 몰락할 수 있다. 생산적 금융과 약탈금융을 가르는 경계선은 분명하다. 제조업의 성장에 기여하는지, 아니면 그것의 몰락과 해체를 촉진하는지이다. 그러므로 금융산업 육성론으로 금융과잉을 조장하면서 사모펀드의 ‘약탈금융’에 ‘땜질처방’으로 대처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금융정책의 대원칙을 금융혁신이 아니라 금융안정으로 설정하고 사모펀드 관련해서는 경제안보의 관점에서 사모펀드에 의한 기업의 인수합병에 대한 철저한 감독이 필수적이다. 일정한 조건에 해당되는 인수합병을 사전신고제로 운영함으로써 사모펀드의 약탈금융에 한국경제의 생태계와 안보가 위협을 받는 상황을 사전에 예방해야 할 것이다.
김호균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독일 브레멘대 경제학 박사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
▷서울대 경제학과 ▷독일 브레멘대 경제학 박사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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