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산자락이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26일(현지시간) 네팔과 티베트 접경지대에서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 붕괴'로 발생한 산사태와 홍수는 현재까지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1400명 넘는 실종자를 남겼다. 히말라야 산맥에서 거대한 빙하가 붕괴하며 산사태를 일으켰고, 그와 함께 쏟아진 퇴적물들로 인해 강이 범람하며 순식간에 마을을 덮쳤다.
지구 온난화 여파에 수천 년간 암석과 빙하를 붙잡아온 접착제 역할을 해온 영구동토층이 약해지면서, 그 위에 얹혀 있던 빙하 자체가 통째로 무너지는 새로운 유형의 재해가 나타나고 있다. '영구'라는 이름이 무색해진 셈이다. 최근 들어 이 접경지대에서만 유사한 빙하 붕괴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은 기후 변화가 배경 변수를 넘어 이제 상수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이번 사고로 조기 경보 체계의 한계도 드러났다. 네팔은 빙하호 수위를 감시하는 센서망을 운영해왔지만, 산사태와 빙하 붕괴가 결합돼 순식간에 들이닥치는 급류형 재해에는 애초에 무력했다. 위험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시스템 자체가, 새롭게 나타나는 재해 유형을 따라잡지 못한 셈이다. 정교한 시스템도 상상하지 못한 재해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네팔은 비싼 대가를 치르며 확인시켜줬다.
이같은 기후 위기는 히말라야에서 떨어진 한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지난 2021년 그린피스 분석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이어질 경우 2030년까지 한반도 국토의 5% 이상이 물에 잠기고 332만명이 침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경기도, 인천 등 서해안의 수도권 인구 밀집 지역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며, 인천국제공항은 완전 침수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충남 당진과 전북 군산·김제 등 서해안 저지대는 고도가 낮고 태풍 해일에 취약해 위험이 더 크다.
아시아 7개 도시만 따져도 2030년까지 724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고, 서울의 피해액도 수조 원대로 추산된다. 최근 몇 년간 반복된 국지성 집중호우와 반지하 침수, 도심 하천 범람 및 폭염 등의 장면은 이같은 기후 위기가 먼 미래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현실임을 보여준다. 우리는 불과 2주 전 경남 지역에서 '200년 만의 폭우'를 경험한 바 있다.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남태평양 섬나라나 히말라야 산간 마을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매일 지나다니는 서울과 인천의 도로 밑까지 파고든 위협이다.
따라서 이번에 네팔과 티벳에서 나타난 자연 재해를 먼 나라의 얘기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기상 이변에 따른 자연 재해는 우리가 감시하기로 정한 위험만 골라서 오지 않는다. 이에 산사태 취약지역 정밀조사와 실시간 계측망 확충은 물론, 공항·항만·발전소 같은 국가 기간시설의 해수면 상승 대응 설계기준 재점검, 그리고 기존 매뉴얼 밖의 복합재해 시나리오까지 아우르는 경보체계가 필요하다.
기후변화 시대의 재난은 기존의 경험을 벗어난 곳에서, 기존의 매뉴얼이 상정하지 못한 방식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과거의 재난을 더 정교하게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없었던 재난까지 상상하는 능력이다. 히말라야의 산자락이 무너진 것은 네팔의 일이지만, '설마'라는 생각을 무너뜨려야 할 것은 바로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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