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설ㅣ기본·원칙·상식] 엔비디아가 불식한 AI 고점론, K-반도체 더 달린다

엔비디아가 시장 눈높이를 상회하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인공지능(AI) 산업의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우려가 다시 고비를 넘었다. AI 투자 과잉과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AI 시대 아이콘 기업인 엔비디아가 또 한번 성장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엔비디아는 26일(현지시간) 2027회계연도 2분기 매출이 962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인 920억달러를 크게 웃돌았고, 주당순이익도 2.22달러로 전망치를 넘어섰다. 3분기 매출 전망도 1080억 달러로 상향 조정됐다. 더 주목할 대목은 엔비디아가 AI 수요의 지속성을 강하게 자신했다는 점이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AI 인프라 구축이 중요한 전환점에 있다고 강조했고, 2028회계연도까지 매출이 7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AI 투자 사이클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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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챗GPT]


그동안 시장에서는 AI 고점론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천문학적인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의문이 컸다.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가 과도하다는 지적과 함께 반도체 수요가 정점을 찍고 둔화할 것이라는 피크아웃론도 확산했다. 엔비디아의 이번 실적은 적어도 현재까지 AI 인프라 투자가 꺾였다는 신호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오히려 병목은 수요가 아니라 공급이다. 엔비디아는 강한 수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메모리 가격 상승이 수익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반도체 시장의 다음 전장이 GPU에서 메모리로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다. HBM과 고성능 D램 등 AI용 메모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엔비디아와 협업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 기업에는 상당한 호재다. AI 가속기 수요와 연계된 메모리와 패키징, 기판, 전력·냉각 등 관련 산업의 수요가 함께 커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AI 반도체 슈퍼사이클 지속을 담보할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실제 엔비디아 실적 발표 후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동반 강세를 보이며 시장의 기대를 반영했다.

엔비디아 실적 호조만으로 AI 거품론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AI 기업들의 막대한 자본 지출이 실제 수익으로 연결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검증이 필요하다. 실적이 좋아도 시장의 기대가 더 높다면 주가는 흔들릴 수 있다. 과거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고도 주가가 하락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다만 산업의 방향성과 기업 실적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AI 산업에 거품이 일부 존재하는 것과 AI 반도체 수요가 꺾였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번 엔비디아 실적은 후자의 우려가 아직 현실화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AI 반도체 경쟁에서 앞서가는 것은 곧 국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문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을 비롯한 차세대 메모리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도록 연구개발과 설비투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전력과 용수, 인재 등 반도체 인프라 문제도 더 이상 기업의 몫으로만 남겨둬서는 안 된다. 지금은 AI 고점론에 휩쓸려 투자를 늦출 게 아니라 냉정하게 위험을 관리하면서 경쟁국보다 한발 앞서 기술과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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