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수 언론들이 한국 증시의 변동성을 우려하는 보도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 증시를 "세계에서 가장 미친 주식시장(the world's craziest stock market)"이라며 "투자자들이 롤러코스피(Rollerkospi)라고 부른다"라고 지적했다. "공포의 놀이기구가 됐다"고도 했다.
'롤러코스피'라는 WSJ의 지적이 과장만은 아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으로 꼽혔던 한국 증시는 지난 6~7월 6주 만에 40% 가까이 폭락했다. 이 기간 사라진 시가총액이 2조5000억달러에 달했다. 이에 앞서 블룸버그는 지난 3일 "한국이 (중국처럼) 투자부적합 국가가 되어 가고 있다(South Korea is Becoming Uninvestable, Too)"고 지적했다. 이 역시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는 한국 증시의 위험관리를 지적한 보도다.
두 해외 언론의 보도는 이번 사태의 본질이 단순한 주가 등락이 아니라 구조적 변동성 확대에 있다는 게 골자다. AI 반도체 랠리를 타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한때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을 넘어섰다는 사실, 특정 업종과 종목에 지수 전체의 운명이 걸린 시장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하루 거래대금의 60~70%를 차지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레버리지 상품까지 동원했던 것 역시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는 게 두 언론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리고, 극심한 변동성이 투자자 피해를 극도로 키웠다는 게 보도의 핵심이다. WSJ 보도에 등장하는 직장을 그만두고 퇴직금 절반을 반도체주에 넣었다가 일주일 만에 손실을 본 투자자, 3주 만에 40% 수익을 내고도 다시 레버리지 상품에 들어갔다가 손실률 69%를 기록한 투자자는 지금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이들이다.
WSJ 보도에 대해 금융당국은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최고 수준의 상승률"과 "안정화 추세"를 강조했다. 또한 "정부는 증시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적기에 변동성 완화 조치를 시행하는 한편, 위기에 강한 자본시장 구축을 위해 근본적인 시장 체질개선 노력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3일 블룸버그 보도 때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는 입장을 냈었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 할 말이 많을 것이다. 한국 증시가 오랜 박스권을 벗어나 2년 연속 주요국 중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성과이고, 이는 자본시장 개혁 드라이브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외신들이 우리 증시를 '카지노', '롤러코스피'라고 칭하니 억울할만도 하다.
하지만 정부 스스로 시장 과열에 일조했던 건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코스피 5000'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 도입을 서둘렀고, 개인투자자 비중이 유독 높고 특정 종목 쏠림이 심한 한국 시장의 구조적 특성을 간과한 측면도 없지 않다. '자업자득' 까지는 아니지만 책임회피를 할만큼 관리를 잘 한 것도 아니다.
외신보도를 반박하기에 앞서 정부가 고심해야 할 것은 '신뢰'의 문제다. 진폭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8월에도 여전히 코스피는 등락을 거듭 중이다. 이같은 고(高) 변동성이 반복될수록 한국 증시에 대한 장기 투자자와 해외 자본의 신뢰도는 낮아지게 마련이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한숨 소리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신뢰는 반박자료가 아니라 변동성을 다스리는 실력에서 나온다. "증시가 건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변동성을 낮출 정책을 더 진중하게 고민하고 숙의하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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