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메모리 가격 상승분을 AI 서버 가격에 반영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협상력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HBM과 서버용 D램 수요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가격 상승이 AI 서버를 넘어 스마트폰과 PC 등 완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최근 주요 고객사에 내년 초 출하 예정인 AI 서버 시스템 가격을 15% 이상 올릴 수 있다고 통보했다.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과 현 세대 '그레이스 블랙웰' 등이 대상이다. 제품별 메모리 구성에 따라 실제 인상 폭은 달라질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메모리 가격 상승을 주요 배경으로 지목했다.
AI 서버에는 AI 가속기뿐 아니라 대용량 HBM과 서버용 D램이 대거 탑재된다. 데이터센터 투자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업체들은 생산능력을 AI용 제품에 우선 배분하고 있다. HBM 생산 확대가 범용 D램 공급 여력까지 압박하면서 전체 메모리 가격을 끌어올리는 구조다.
엔비디아의 가격 인상은 고객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엔비디아 서버 가격 상승 부담을 떠안게 됐다. AI 데이터센터를 직접 구축하는 빅테크 기업도 메모리 가격 상승을 피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메모리발 비용 상승은 소비자 기기로도 번지고 있다. 애플은 최근 맥과 아이패드 등 일부 제품 가격을 올렸다. 팀 쿡 애플 CEO는 메모리 비용이 상승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퀄컴도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가격 상승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HBM뿐 아니라 서버용 D램 가격까지 상승하면 AI 데이터센터 투자의 증가분이 메모리 업체 매출과 수익성에 직접 반영된다. AI 반도체 경쟁이 심화될수록 메모리 확보 경쟁도 함께 커지는 구조다.
다만 메모리 업체가 모든 제품에서 가격 결정권을 확보한 것은 아니다. 중국 CXMT가 범용 D램 생산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용 고부가가치 메모리에 생산능력을 집중하는 사이 CXMT가 범용 제품 공급을 늘리면 일반 D램 가격 상승세가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의 메모리 가격 강세가 단순한 공급 부족을 넘어 AI 인프라 투자 구조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가속기 성능 경쟁이 HBM 탑재량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메모리가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서버에서 메모리는 단순히 GPU를 보조하는 부품이 아니라 성능과 원가를 함께 결정하는 핵심 부품이 됐다"며 "당분간 공급이 빠듯한 고부가가치 메모리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격 협상력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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