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준 논설주간]
중국공산당은 지난 17일 인민대회당에서 ‘장쩌민(江澤民) 동지 탄신 100주년 기념대회’라는 행사를 대규모로 거행했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8일 1면을 뒤덮는 톱기사로 “융중(隆重)하게 거행했다”고 표현했다. 1989년부터 2002년까지 중국공산당 총서기를 지낸 장쩌민은 1926년 8월 17일 출생해서 2022년 12월 30일 상하이(上海)에서 96세로 사망했다. 유골은 유족들 뜻에 따라 화장해서 장강(長江) 하구에 뿌려졌다.
중국중앙TV는 기념대회를 앞두고 6일 동안 12집 다큐멘터리 ‘장쩌민(江澤民)’을 하루 두 편씩 방영했다. 당이 주최하는 각종 좌담회도 열렸고, 중국인민은행은 기념 금화와 은화, 지폐 4종을 발행했다. 중국공산당이 1921년 창당 이래 지금까지 지도자의 탄생 100주년 기념대회를 연 것은 마오쩌둥(毛澤東), 저우언라이(周恩來), 류샤오치(劉少奇), 주더(朱德), 덩샤오핑(鄧小平), 천윈(陳雲) 등 여섯 명이 전부였다. 이들은 중화인민공화국 창시자로 제1세대 최고지도자, 영원한 총리, 개국 원훈 국가주석, 최고의 군사전문가, 제2세대 최고지도자로 개혁·개방 정책의 설계사, 사회주의 경제 전문가 등 공(功)이 있는 인물이었다. 이번 대회를 주재한 시진핑(習近平)은 장쩌민을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위대한 사업의 걸출한 영도자”로 규정했다.
지금까지 중국 외부에 알려진 것은 시진핑이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을 잇는 제3세대 최고지도자로 자리매김되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또는 덩샤오핑조차도 무시하고 마오쩌둥 이후 최고의 지도자로 자리 잡으려 하는 것으로 비쳤다. 그러나 이 시점에 시진핑은 왜 갑자기 장쩌민을 띄우고 나선 것일까. 17일의 대회 규모나 선전 규모로 볼 때 마치 장쩌민을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을 잇는 제3세대 지도자로 부각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이날 대회장에는 리창(李强) 총리,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 위원장, 왕후닝(王滬寧) 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차이치(蔡奇) 서기처 서기, 딩쉐샹(丁薛祥) 부총리, 리시(李希) 부총리 등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과 국가부주석 한정(韓正)이 참석했다. 이날 대회에는 현재 권력 핵심 전원이 참석한 것은 물론 과거 권력들도 대부분 참석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전 총리 원자바오(溫家寶), 전 정협주석 자칭린(賈慶林), 전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장더장(張德江), 전 정협주석 왕양(汪洋)을 비롯한 과거 권력 13명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특히 대만 미디어들은 장쩌민의 책사 쩡칭훙(曾慶紅)과 전 기율위원회 서기로 시진핑의 반부패 캠페인을 사실상 실행한 왕치산(王岐山) 전 국가부주석이 참석한 사실을 두고 “이날 참석자들은 과거 권력이 아니라 아직도 살아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권력들”이라고 평가했다.
시진핑이 이처럼 현재 권력과 과거 권력들을 모두 모아놓고 자신의 전전임 당 총서기 장쩌민 탄생 100주년 기념대회를 거창하게 치르고, 또 주요 선전도구들을 활용해서 대대적으로 홍보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아무래도 2027년 10월로 예정된 제21차 당대회(전국대표대회)와 이 당대회를 예비하기 위한 오는 10월의 5중전회(20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에서 자신의 4연임을 설득하기 위한 장치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홍콩에서 발행되는 영어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미국과 스위스에서 활동하던 외교관 쉬잉(Xu Ying)이 쓴 오피니언 칼럼에서 이런 견해를 밝혔다. 시진핑은 장쩌민 탄생 100주년 기념대회를 통해 내년 가을 제21차 당대회에서 4연임에 연착륙하기 위한 정치적 정통성 또는 연속성의 근거 확보 준비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1949년부터 1976년까지 27년간 중화인민공화국 역사에서 당과 정부의 최고지도자였던 제1세대 마오쩌둥과 마오쩌둥 사후 1997년까지 30여 년간 중국의 막후 최고 실력자로 당과 정부를 지휘한 덩샤오핑의 다음 지도자로 시진핑 자신이 곧바로 들어서기에는 정치적 연속성이 결여돼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덩샤오핑과 시진핑 자신을 연결하는 고리로 장쩌민을 선정해서 띄우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마오쩌둥, 덩샤오핑과 자신을 연결하는 제3세대 지도자로 장쩌민을 설정하면 사회주의 계획경제 시대를 이끈 마오쩌둥과 개혁·개방 시대를 설계한 덩샤오핑에 이어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 시대를 정착시킨 장쩌민을 자신이 이어간다는 논리의 연결이 자연스럽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과거 권력과 현재 권력이 모두 참석한 8월 17일 장쩌민 탄신 100주년 기념대회에 참석하지 않은 인물이 딱 한 사람 있었다. 장쩌민의 후임 당총서기이자 시진핑 자신에게 당 총서기 자리를 넘겨준 후진타오(胡錦濤) 전임 당 총서기였다. 후진타오 전 총서기는 2022년 12월 20일 제20차 당대회 폐막식에 참석했다가 시진핑 바로 왼쪽 옆자리에 앉아 있던 중 당규약 개정안 표결을 앞두고 갑자기 젊은 당 관계자에게 팔과 양어깨를 붙들려 강제 퇴장당하는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후진타오는 끌려 나가지 않으려고 잠시 저항하기도 했지만 바로 옆자리에 앉은 시진핑과 시진핑의 측근 리잔수(栗戰書)가 젊은 당 관계자에게 퇴장시키라는 눈짓을 하자 퇴장당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 광경은 당대회 폐막 취재를 위해 인민대회당에 입장한 외신기자들의 영상카메라에 포착돼 전 세계에 공개됐다. 후진타오는 자신이 시진핑의 후임자로 지정해준 후춘화(胡春華) 정치국원이 당시 당대회에서 중앙위원으로 강등되는 결정이 이루어진 데 항의하는 과정에서 퇴장당한 것으로 추측됐다. 내년 21차 당대회 4연임을 앞둔 시진핑에게는 후진타오가 걸림돌이 된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후진타오 이외에 내년 당대회 시진핑의 4연임 연착륙에 또 한 사람, 시진핑에게 심적 부담을 안겨줄 가능성이 있는 인물은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였다. 주룽지 총리는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장쩌민 총서기 시절 총리를 지내 중국이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이 신뢰했던 총리 주룽지는 지난 12일 98세로 사망해서 17일 베이징 팔보산(八寶山) 화장터에서 화장됐다. 주룽지 역시 시진핑 체제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인물로 미 월스트리트저널 등을 통해 알려졌으나 주룽지의 운명은 여기까지였다.
1989년 6월 4일 톈안먼 사태 당시 당 기관지 인민일보 기자였다가 미국으로 망명해서 프린스턴대 정치학 박사를 획득한 중국 전문가 우궈광(吳國光)은 스탠퍼드대학 후버연구소가 발행하는 인터넷 계간 ‘차이나 리더십 모니터(China Leadership Monitor)’ 2026년 여름호에 ‘시진핑 시대의 파벌 역학(factional dynamics) 변화’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우궈광은 이 논문에서 “2022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시진핑의 3연임 기간에 중국공산당 내 파벌정치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분류한 올리가르키(Oligarchy·소수집단통치)에서 티러니(Tyranny·1인 통치)로 변화했다”고 진단했다. 또 이는 “마오쩌둥 만년에도 중국공산당 정치는 문화혁명을 통해 올리가르키에서 티러니로 변화했다”고 했다.
1978년에 시작해서 1997년까지 이어진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 정치는 덩샤오핑이 이끄는 개혁파와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고수하던 천윈(陳雲)이 이끄는 보수파가 대립하던 파벌정치의 시대였다. 그 과정에서 1989년 6월 톈안먼 민주화 시위 사태가 발생했고 사태는 원로 지도자들이 단합한 보수강경의 승리로 귀결됐다. 이때부터 중국 정치는 보수 견지, 경제는 개혁·개방의 시대를 맞아 이후 40여 년간 급격한 경제발전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덩샤오핑이 주도한 정치권력 이양의 제도화에 따라 중국공산당의 정치권력은 장쩌민에서 후진타오로 이어져 2012년 시진핑에게 승계됐다. 시진핑은 2022년 20차 당대회에서 헌법을 고쳐 3연임 금지 규정을 깨고 연임에 성공했다. 이번에 시진핑이 주재한 장쩌민 탄생 100주년 기념대회는 내년 21차 당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정통성 논리 확보용으로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
내년 당대회를 앞두고 발표된 우궈광의 논문은 “현재 중국공산당 내에 시진핑의 4연임에 도전할 만한 파벌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부패 척결로 인한 숙청으로 파벌 자체가 형성될 수 없는 정치 환경이 됐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특별한 후계자를 양성하지 않아 시진핑에 도전할 만한 인물도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정치의 불안정은 바로 권력의 이양 체계가 없다는 점에 있다는 것이 우궈광의 결론이다. “중국공산당 정치는 거대한 블랙박스이다. 중국공산당 내부의 비공식 정치(Informal Politics)가 그 블랙박스의 가장 어두운 부분이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최종현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주간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최종현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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