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23일 새 단원제 의회 쿠룰타이 첫 선거

3월 15일 카자흐스탄 새 헌법 국민투표에서 한 유권자가 알파라비 학생궁전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이 헌법은 7월 1일 발효되면서 23일 선거로 구성되는 단원제 의회 쿠룰타이를 새로 만들었다 사진아주프레스 박세진
3월 15일 카자흐스탄 새 헌법 국민투표에서 한 유권자가 아스타나 알파라비 학생궁전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이 헌법은 7월 1일 발효되면서 23일 선거로 구성되는 단원제 의회 쿠룰타이를 새로 만들었다. 박세진 기자 = swatchsjp@ajupress.com

카자흐스탄이 23일 새 의회 쿠룰타이의 의원 145명을 뽑는 선거를 치른다. 지난 3월 국민투표를 통과한 새 헌법이 7월 1일 발효된 뒤 처음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이자, 상하 양원을 하나로 합치는 개헌 작업을 마무리하는 절차다.

쿠룰타이는 카자흐 칸국 시절 부족의 유력자들이 모여 최고 지도자인 칸을 세우고 전쟁과 이주, 계승 문제를 결정하던 회의를 가리키던 말이다. 모임이나 회의를 뜻하는 튀르크어에서 왔고, 바시코르토스탄에서 키르기스스탄까지 여러 나라의 의회와 공공 회의체 이름에 지금도 남아 있다.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지난 1월 크즐오르다에서 열린 국민 쿠룰타이 회의에서 이 이름을 새 의회에 붙이자고 제안했다. 역사적 무게를 지닌 말을 현대 기구로 이어가자는 취지였다.

이름을 내준 국민 쿠룰타이는 2022년 관료, 학자, 사회 인사들을 모아 만든 자문기구로 새 의회와는 하는 일이 다르다. 크즐오르다 회의가 이 기구의 마지막 자리였다. 종전 의회는 두 개였다. 선거로 뽑는 하원 마질리스와 50명 가운데 10명을 대통령이 지명하는 상원 세나트다. 새 헌법은 두 원을 모두 없앴고 145석짜리 쿠룰타이에는 지명직이 한 자리도 없다. 의석 전부를 선거로만 채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한도 다시 짜였다. 쿠룰타이는 법률을 제정하고 국가 예산을 의결하며, 정부를 감시하고 내각 불신임을 의결할 수 있다. 대통령이 새로 만들어진 부통령직과 총리를 임명하려면 쿠룰타이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헌법재판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최고감사원 수뇌부 인선도 마찬가지다.

새 헌법이 세운 기구는 쿠룰타이만이 아니다. 최고 자문기구로 규정된 국민회의(할릭 케네시)는 126명 전원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민족문화단체와 주요 사회단체, 지방의회 및 지역 공공위원회가 3분의 1씩 자리를 나눠 갖고, 전체 회의는 1년에 한 번 이상 열리며 회기 사이에는 상설 간부회인 토랄카가 일을 맡는다. 자문에만 머무는 기구도 아니어서 쿠룰타이에 법안을 낼 수 있고 국민투표도 발의할 수 있다. 1995년 민족 대표 기구로 출범한 카자흐스탄 민족회의와 국민 쿠룰타이가 하던 일도 이 기구로 넘어온다. 설치 근거인 헌법률은 5월 의회 1독회를 통과했고 아직 구성은 되지 않았다.

투표 방식은 단순하다. 전국이 하나의 선거구이고 유권자는 7개 정당 가운데 하나에만 표를 준다. 개별 후보를 고를 수는 없다. 정당이 미리 순서를 정해 등록한 명부대로 의석이 채워지기 때문이다. 유효투표의 5%를 넘긴 정당만 의석을 가져가되, 5%를 넘은 정당이 하나뿐이면 득표 2위 정당도 함께 들어간다. 후보는 등록 정당만 낼 수 있고 무소속 출마는 막혀 있다. 투표용지에는 추첨으로 정한 순서대로 정당 이름이 적히고 맨 아래에 모두 반대 항목이 붙는다. 의원 임기는 5년이다.

1번은 아딜레트다. 5월 7일 창당대회를 열고 6월 1일 법무부에 등록한 신생 정당인데, 후보 186명으로 명부가 가장 두껍다. 대통령 행정실장을 지낸 아이베크 다데바이가 이끈다. 규모의 배경은 합당이다. 2023년 총선에서 53.9%를 얻어 마질리스 최대 세력이던 아마나트가 6월 12일 전당대회에서 아딜레트 합류를 결정했고, 이틀 뒤 아딜레트 전당대회가 이를 받아들였다.

나머지 6개 정당의 명부는 33명에서 75명 사이이다. 2023년 총선 성적을 보면 농업과 농촌을 앞세운 아울이 10.9%로 2위였고, 재계와 가까운 레스푸블리카가 8.59%, 시장 자유화와 의회 감시 강화를 내건 아크졸이 8.41%를 얻었다. 카자흐스탄 인민당은 6.8%, 전국사회민주당은 5.2%였다. 환경 정당 바이타크는 2.3%로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아딜레트는 그때 선거에 나오지 않아 두 선거를 정당별로 곧바로 견주기는 어렵다.

전체 후보는 545명이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여성이 172명, 남성이 373명이고 평균 연령은 45.4세다. 35세 미만이 74명, 장애가 있는 후보가 19명이다. 각 정당은 여성과 청년, 장애인에게 명부의 30% 이상을 배정해야 하고 확보한 의석을 나눌 때도 같은 비율을 지켜야 한다. 명부 요건은 7개 정당이 모두 충족했다.

개헌 논의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9월이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단원제 전환을 처음 꺼내면서 국민투표 시기를 2027년으로 잡았고, 논의에만 1년 넘게 걸릴 것이라고 했다. 10월에는 에를란 카린 국가고문을 앞세워 의회 개혁 실무그룹을 꾸렸다.

일정이 앞당겨진 것은 올해 1월이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크즐오르다 회의에서 손볼 범위가 넓어져 사실상 새 헌법을 만드는 일이 됐다고 밝혔고, 엘비라 아지모바 헌법재판소장이 이끄는 헌법위원회가 초안 작업을 넘겨받았다. 2월 12일 공개된 초안은 3월 15일 국민투표에 부쳐졌다. 애초 예고보다 1년 넘게 이른 시점이다. 중앙선관위 집계로 찬성률은 87.15%, 투표율은 73.12%였다. 새 헌법은 7월 1일 발효되면서 기존 의회의 임기를 끝냈고, 토카예프 대통령은 같은 날 선거 실시 명령에 서명했다.

등록 유권자는 1260만 5788명이다. 투표소는 전국에 1만 400곳 넘게 차려지고 선거관리 인력 7만 1000여 명이 투입된다. 재외투표는 61개국에 있는 카자흐스탄 공관 79곳에서만 가능하고, 우편이나 온라인 투표가 없어 유권자가 직접 나와야 한다. 카자흐어와 러시아어로 인쇄되는 투표용지는 법정 예비분 1%를 포함해 1273만 1847장이 준비됐다.

선거운동은 7월 23일에 시작해 8월 21일 자정에 끝난다. 22일은 숙려일이다. 여론조사와 예측조사 결과 공표는 18일부터 이미 금지됐다.

중앙선관위는 17일까지 외국과 국제기구 참관인 781명을 승인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민주제도인권사무소를 통해 장기 참관인 39명과 단기 참관인 208명을 보냈다. 1차 평가는 선거 다음 날, 최종 보고서는 그 뒤에 나온다.

개표 결과가 공표되면 대통령은 30일 안에 첫 회기를 소집해야 한다. 내각은 새 의회 앞에서 물러난다. 첫 회기로부터 두 달 안에 토카예프 대통령은 쿠룰타이의 동의를 받아 부통령과 헌법재판소, 중앙선관위, 최고감사원 수뇌부를 임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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