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일할 수 있게"… 日, '월 45시간' 일률 지도 없앤다

  • 다카이치 노동규제 유연화 추진… "'일하는 방식 개혁' 역행" 비판도

  • 법정 한도 내 시간외근로 자율성 확대… 건강보호 조치 중점 점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로이터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기업의 시간외근로를 월 45시간 이내로 줄이도록 해온 노동당국의 일률적인 지도를 다음 달부터 폐지한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취임 이후 노동시간 규제 유연화 논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관련 행정 조치가 구체화된 것이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노동시간을 보다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경제계의 요구가 반영된 조치지만, 장시간 노동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에서도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주 52시간제 특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어 일본의 이번 조치가 주목된다.

20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다음 달부터 근로감독 기관인 노동기준감독서의 시간외근로 지도 방식을 변경하기로 했다.

일본 노동기준법은 정규 노동시간을 하루 8시간, 주 40시간으로 규정한다. 이를 넘겨 일하려면 노사가 이른바 ‘36협정’을 맺어야 하며, 원칙적으로 시간외근로는 월 45시간·연 360시간까지 가능하다. 다만 특별조항을 두면 월 45시간을 넘길 수 있으며, 휴일근로를 포함한 상한은 월 100시간 미만, 연 720시간이다.


노동기준감독서는 그동안 특별조항을 둔 기업에도 시간외근로를 월 45시간 이내로 줄이도록 일률적으로 지도해왔다. 9월부터 폐지되는 것은 이 같은 ‘45시간 일률지도’로, 시간외근로의 법정 상한 자체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는 특별조항을 둔 기업이 법정 한도 안에서 월 45시간을 넘겨 근무하더라도 이를 일률적으로 줄이도록 지도하지 않는다. 대신 의사 상담 등 근로자의 건강 보호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는지를 중점적으로 점검한다. 후생노동성은 이번 조치가 “과중 노동을 조장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불법적인 장시간 노동에 대한 감독은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재계는 특별조항을 둔 기업에 대해서도 노동기준감독서가 월 45시간 이내의 근로를 일률적으로 지도하는 것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고 주장해왔다. 자민당은 지난 4월 정부에 지도 방식 변경을 제안했고, 다카이치 총리가 의장을 맡은 일본성장전략회의도 7월 같은 내용을 제시했다. 이후 이 방안은 각의에서 확정된 ‘일본성장전략’에 포함됐다.

노동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장시간 노동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월 45시간 이내로 근로시간을 줄이도록 하던 지도가 사라지면 기업의 노동시간 단축 노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이 그동안 추진해온 ‘일하는 방식 개혁’은 장시간 근로 관행 개선을 주요 과제로 삼아왔다. 반면 다카이치 총리는 법정 상한은 유지하되 그 범위에서 노동시간을 보다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 문제에 정통한 사사키 료 변호사는 아사히신문에 “이번 조치가 정부가 추진해온 ‘일하는 방식 개혁’의 방향에 역행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장시간 근무 발언도 이번 논란에 겹쳐 있다. 그는 지난달 20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 “총리 취임 이후 0~3시간 수면이 일상화됐다”며 심야부터 새벽까지 자료를 읽고 연휴에도 수천 통의 이메일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잠을 줄여 일하는 모습을 강조해 장시간 노동을 긍정하는 분위기를 만든다는 비판이 나오자, 이달 14일 서면 답변에서 그런 의도는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수면 시간이나 가족과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생산성 높은 일을 하는 데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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