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이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종준 전 대통령 경호처장이 항소심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서울고법 형사1부(윤성식 부장판사)는 20일 오후 2시 특수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 전 처장 등 4명에 대한 항소심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인정해 박 전 처장에게 징역 4년, 김성훈 전 차장에게 징역 5년, 이광호 전 경호본부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현장 실무 책임자였던 김신 전 가족부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판결 이후 피고인 전원과 내란 특별검사팀(조은석 특별검사) 측 모두 항소했다.
박 전 처장 측은 이날 무죄 주장을 전면 철회하고, 양형 부당만을 다투겠다고 밝혔다. 박 전 처장은 직접 발언권을 얻어 "30여 년 공직 생활 동안 법과 원칙을 지키려 노력했으나, 미흡함으로 인해 국가기관 간의 물리적 충돌 위험과 국민적 혼란을 초래해 깊이 반성하고 송구하다"고 말했다.
반면 김 전 차장 측은 양형 부당과 사실 오인, 법리 오해를 주장하며 일부 혐의에 대해 유무죄를 다퉈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전 처장의 변호인은 윤 전 대통령의 비화폰 통화 기록 삭제 지시 혐의(경호법 위반 등)에 대해서는 "증거 인멸 지시가 아닌 정상적인 보안 조치 요구였으며, 핵심 증인인 김대경 전 대통령경호처 지원본부장의 진술 신빙성이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김 전 부장의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1심에 대해 사실 오인, 법리 오해를 이유로 항소했다고 밝혔다. 특검 측은 "김 전 부장이 사전 간부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더라도 현장에서 차벽 설치에 관여하고, 영장 집행 공무원에게 직접 유형력을 행사하며 진입 저지를 지휘한 이상 전체 범행에 대한 순차적·암묵적 공모 관계가 성립한다"고 지적했다.
또 특검은 피고인 전체에 대한 양형 부당도 주장했다. 특검 측은 "국가기관의 조직과 인력을 동원해 적법한 형사사법 절차를 무력화하고, 법치주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중대한 범죄임에도 피고인들이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전면 부인하는 등 반성하지 않았다"며 원심 형량이 지나치게 가볍다고 꼬집었다.
양측의 의견을 청취한 재판부는 김 전 차장 측이 다투는 비화폰 보안 조치의 적법성 여부와 김 전 부장의 체포 방해 가담 정도 등에 대해 양측에 구체적인 입장을 담은 서면을 9월 2일까지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한편 양형 자료 제출 외에 추가 증거 조사가 필요 없는 이 전 본부장과 김 전 부장에 대해서는 추후 변론을 분리해 결심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변론 분리가 결정되자 이 전 본부장과 김 전 부장은 곧바로 법정을 빠져나갔다.
재판부는 박 전 처장 측이 신청한 안모 전 경호처 기획관리실장과 김 전 차장 측이 신청한 김 전 지원본부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고, 9월 9일과 11일 재판을 속행해 증인신문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심리에 앞서 특검 측이 신청한 중계방송 요청을 허가했다. 재판부는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재판의 공정성, 피고인의 사생활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판 개시부터 종료 시까지 중계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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