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타워팰리스. 비가 오락가락하던 단지 안에서 네 발 달린 로봇 한 대가 몸을 일으켜 이동하기 시작했다. “타워팰리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주행 중이니 조심해 주세요.”
안내음이 반복되는 가운데 로봇은 단차를 내려갔다 다시 올라서며 정해진 경로를 따라 움직였다. 사람이 앞을 지나자 스스로 피해 갔고, 경사로에서도 균형을 잡으며 주행을 이어갔다. 이날 오후 비가 내리면서 야외 시연은 잠시 지붕 밑에서 진행되다 빗줄기가 잦아들면서 야외에서도 진행됐다.
이날 찾은 곳은 LG CNS가 프리미엄 주거시설 관리기업 타워피엠씨와 진행 중인 사족보행 경비로봇 기술검증(PoC) 현장이다. 양사는 약 2개월간 타워팰리스에서 PoC를 진행한 뒤 4분기 내 실제 운영에 나설 계획이다.
LG CNS는 로봇 본체를 제외한 상부 장비와 순찰 소프트웨어를 구성하고 자체 로봇 플랫폼 ‘피지컬웍스’를 적용했다. 하드웨어로는 딥로보틱스의 사족보행 로봇 ‘M20’을 활용했다. 순찰용 플랫폼 ‘피지컬웍스 패트롤’을 통해 현장 맵과 이동 노드, 순찰 경로, 사진 촬영 등을 관리한다.
로봇 전면에는 일반 카메라와 열화상 카메라가 탑재돼 있었다. 열화상 카메라는 지하주차장의 전기차 충전시설 발열이나 흡연자 감지 등에서 활용도가 높다. 로봇은 매일 미리 지정된 순찰 포인트를 따라 이동하며 영상과 사진을 촬영·저장하고, 송출되는 영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침입자나 화재 등 이상 상황을 감지하게 된다.
현장을 오가는 주민들도 로봇에 관심을 보였다. 한 주민은 로봇이 실제로 사람을 피해 가는지 확인하려는 듯 진행 방향 앞에 발을 내밀었다. 로봇은 이를 장애물로 인식한 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지나갔다. 어린아이들이 가까이 다가와 움직임을 지켜보거나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주민들도 있었다. 한 주민은 “실제로 이렇게 움직이는 로봇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며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로봇의 안정성을 직접 확인하려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 주민이 손으로 로봇을 강하게 밀자 로봇은 네 다리로 균형을 유지했다. 현장 관계자는 약 60㎏의 사람이 올라타는 무게도 견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은 현장에서 초속 약 1.5미터로 이동하며, 15센티미터 이하 단차의 경우 스스로 판단해 넘을 수 있다.
LG CNS는 이번 PoC 기간 야외에서의 주행 안전성, 사진을 촬영하고 시설물 상태를 확인하는 순찰 기능, 단차와 방지턱이 많은 지하주차장에서 목적지까지 안정적으로 이동해 이상 상황을 감지할 수 있는지를 점검한다. 특히 로봇이 현장 데이터를 빠르게 학습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 로봇의 현장 투입 기간을 수개월에서 1~2개월로 단축시켰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하주차장의 기술검증을 세밀하게 진행할 예정이다.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충전, 화재 위험 등에서 대규모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만큼, 로봇을 통해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로봇은 학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용 공간과 지하주차장 등을 자율 순찰하며 거동이 수상한 사람을 발견하거나 전기차 및 충전시설에 고열이 발생하는 등의 이상 상황을 감지할 경우 관리실에 알람을 전달한다. 관리자는 이를 통해 현장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로봇에 탑재된 양방향 음성 통신 기능을 통해 로봇과 실시간으로 소통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적합한 후속 조치를 결정할 수 있다.
현장에 있던 LG CNS 관계자는 “타워팰리스 지하 5층 전기차 전용 충전구역을 반복 순찰하며 열화상 카메라로 전기차와 충전시설의 이상 과열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 상황이 발생하면 향후 방재센터에 자동으로 알림을 보내 신속한 대응을 지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안 요원 순찰 시 1~2시간이 걸리는 과정을 30분 등 보다 짧은 주기로 반복 순찰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LG CNS는 향후 로봇의 기능 및 성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는 한편 다양한 서비스 로봇과 연계한 자율 협업 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경비로봇이 단지 내에 쓰레기를 발견하면 청소로봇에 작업을 요청하는 등 이기종 로봇 간 협업을 통해 다양한 시설 관리 업무까지 로봇이 자율적으로 수행하도록 할 예정이다.
명창국 LG CNS 스마트물류센터/로봇사업담당 상무는 “이번 협력은 피지컬 AI 기술이 실제 주거 환경에서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의미 있는 사례”라며 “LG CNS는 피지컬웍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로봇이 실제 업무를 수행하고 서로 협업하는 AI 로봇 서비스를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타워팰리스 관리업체인 타워피엠씨의 강민수 대표는 "보안요원이 수행하는 여러 업무 가운데 반복적인 순찰 업무를 로봇이 우선 맡을 예정"이라며 "로봇이 사람의 개입 없이 안정적으로 순찰 업무를 수행하게 될 때 실질적인 인력 효율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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