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람의 건강읽기]담배 못 끊는 건 의지 부족?...니코틴 의존은 '질환'

  • 반복되는 금연 실패…전문 치료가 성공률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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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챗GPT 생성 이미지]

흡연은 폐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담배가 해치는 것은 폐만이 아니다. 담배 연기에는 7000여 종의 화학물질과 수십 종의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어 심장과 혈관, 뇌, 위장관 등 인체 거의 모든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에는 흡연을 단순한 생활습관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니코틴 의존 질환'으로 바라보는 인식도 강조된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질병분류(ICD-11)에 따르면 진단코드 6C4A.2가 '니코틴 의존'이라는 질병으로 정의된다. 미국정신의학회(APA)의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DSM-5) 역시 '담배사용장애'를 중독장애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담배중독은 개인의 습관이 아니라 명확한 진단 기준을 가진 질환이라는 의미다.

금연이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흡연자의 뇌는 니코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뇌 보상회로가 변화한 상태다. 담배를 피우면 일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지만 시간이 지나면 금단 증상이 나타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다시 담배를 찾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김대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니코틴은 담배를 피운 직후 뇌에 빠르게 도달해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키며 일시적인 안정감과 집중력 향상을 유도하지만 효과는 매우 짧다"며 "불안과 초조, 집중력 저하, 짜증 등 금단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다시 흡연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스트레스 상황에서 담배 생각이 강해지는 이유도 니코틴 금단 증상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러한 효과는 매우 짧게 지속되기 때문에 흡연자는 다시 담배를 찾게 되고, 반복될수록 의존은 심해진다. 

실제로 혼자 금연에 도전해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영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금연클리닉 등 전문적인 도움 없이 금연한 사람의 98%는 1년 안에 다시 흡연을 시작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국내 흡연율은 낮은 편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결과 2024년 우리나라 성인(만 15세 이상)의 매일 흡연율은 13.2%로 조사 대상 25개국 가운데 11번째로 높았다. 흡연자의 평균 수명은 비흡연자보다 10~15년 감소하고, 흡연자의 절반은 중년 시기에 흡연 관련 질환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흡연이 남기는 건강 피해는 광범위하다. 폐암 뿐 아니라 후두암과 식도암, 췌장암 등 각종 암 발생 위험을 높이고, 고혈압과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심뇌혈관질환 위험도 증가시킨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천식 악화, 치주질환, 위궤양, 골다공증과도 관련이 있으며 여성은 임신 합병증과 태아 성장 저하, 남성은 혈관 기능 저하에 따른 성기능 장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간접흡연도 예외는 아니다. 담배 연기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폐암과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고, 어린이는 중이염과 천식, 폐렴 등 호흡기 질환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 

전자담배를 안전한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전자담배는 금연 보조 수단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지만 상당수 제품에는 여전히 니코틴이 포함돼 있으며 장기적인 건강 영향도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 OECD 가입 국가(2024, 2025년 기준) 중 우리나라의 성인(만 15세 이상) 전자담배 제품 사용률은 3.8%이며 15번째로 전자담배 사용률이 높은 국가에 해당한다.

금연을 시작하면 몸은 빠르게 회복하기 시작한다. 금연 후 20분이 지나면 혈압과 맥박이 안정되기 시작하고, 수주가 지나면 혈액순환과 폐 기능이 점차 개선된다. 다만 니코틴 의존이 강한 경우 의지만으로 금연을 이어가기 어려운 만큼 전문적인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김대진 교수는 "금연은 빠를수록 좋지만 오랜 기간 흡연한 사람이나 고령 흡연자도 충분한 건강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니코틴 패치나 껌 같은 니코틴 대체요법, 금연 치료제, 행동치료를 병행하면 금연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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