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별검사팀(조은석 특별검사)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1심이 인정하지 않은 '2023년 10월 이전 비상계엄 준비' 의혹을 다시 다툰다. 이를 위해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주거지에서 확보한 군인 80명의 문건을 새 증거로 꺼내 들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은 최근 윤 전 대통령 등의 내란 사건 항소심 재판부에 노 전 사령관 주거지에서 압수한 14쪽 분량 문건을 추가 증거로 신청했다.
특검 관계자는 아주경제에 "80명 관련 문건은 항소심에 들어와 추가로 신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건은 별도 제목 없이 '문재인 정부 BH' 항목으로 시작하며,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거나 당시 국방 정책과 관련된 군인 등을 성격별로 분류했다. 예비역 6명을 포함한 총 80명의 보직 경로와 문건 작성 당시 직책도 정리됐다.
특검은 이들의 보직과 재임 기간 등을 분석해 문건이 2023년 4월 이후, 늦어도 같은 해 10월 이전 작성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노 전 사령관 수첩에 적힌 이른바 '수거 대상'과 문건 속 인물군의 연관성을 주목하고 있다.
노 전 사령관 수첩에는 '문재인과 그 일당', '문때 청행정관 이상(현역, 예비역, 경찰 포함)', '문때 장관 등 정책보좌관 한 놈들' 등이 수거 대상으로 적혀 있다. 특검은 수첩과 80명 문건을 토대로 늦어도 2023년 10월 이전부터 계엄 실행에 장애가 될 수 있는 군인들을 사전에 선별하려는 구상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80명 문건이 항소심에서 주목되는 것은 윤 전 대통령 사건 1심에서 노 전 사령관 수첩의 신빙성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수첩을 적법한 증거로 채택하면서도 보관 장소 등을 이유로 내용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특검이 주장한 2023년 10월 이전 계엄 준비 사실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에서 수첩에 대해 다른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수첩의 증명력을 인정하면서 비상계엄 후속 조치로 기재된 내용 가운데 상당 부분이 실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수첩 작성자가 누구인지는 더 이상 주요 쟁점으로 보지 않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이 수첩을 작성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했고, 다른 증거를 통해서도 작성자가 노 전 사령관이라는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특검은 별도의 필적 감정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특검 출범 전 수첩 필적을 분석하는 작업이 이뤄졌지만, 작성자를 특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악필인 노 전 사령관의 글씨를 정확히 판독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관련 분석도 이미 마쳤다는 입장이다.
특검이 보다 중요하게 보는 것은 수첩에 적힌 개별 구상과 실제 계엄 준비·실행 사이의 연결고리다.
수첩에 특정 계획이 적혀 있고, 뒤에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만으로 노 전 사령관이 해당 행위에 직접 관여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노 전 사령관의 개입을 인정하려면 군 관계자나 계엄 가담자 진술 등 이를 뒷받침할 별도 증거가 필요하다는 게 특검 측 설명이다.
특검 측은 일부 수첩 내용의 경우 노 전 사령관의 실제 관여를 뒷받침할 연결 증거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실제 관여하지 않은 것인지, 관여했지만 관련자 진술이 나오지 않은 것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특검이 실제 계엄 준비 과정과 연결됐다고 판단하는 내용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수용공간 확보' 구상이다.
노 전 사령관 수첩에는 '수거팀 구성', '수거대상 명부작성'과 함께 500여명을 어디에 분산 수용할지를 검토한 내용 등이 담겼다. 계엄 당일 박 전 장관은 법무부 교정본부를 통해 3600명을 추가 수용할 공간을 파악했고,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계엄 이틀 전 작성한 메모에도 국군교도소 등 구금시설 관련 내용이 담겼다.
특검은 수첩에 기록된 초기 구상이 계엄 계획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법무부 교정시설과 국군교도소 등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변경된 것으로 보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이 윤석열 정부 초기부터 군 인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자료를 보유했던 정황도 최근 드러났다. JTBC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 주거지 금고에서는 2022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기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국방 인사 전략 방향' 문건이 발견됐다. 문건에 표시된 일부 장성의 향후 보직은 실제 윤석열 정부 군 인사와 일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해당 문건의 작성자와 노 전 사령관에게 전달된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문건 자체가 비상계엄 준비를 위해 작성됐다고 볼 근거 역시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노 전 사령관 주거지에 대한 첫 압수수색은 2024년 12월 중순 경찰이 실시한 것으로 추가 취재 결과 파악됐다. 이후에도 수차례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지만, 80명 문건이 어느 압수수색에서 확보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노 전 사령관 수첩을 둘러싼 사실관계 확인은 현재 2차 종합 특별검사팀(권창영 특별검사)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종합 특검은 수첩에 기재된 일부 의혹과 관련해 현장검증과 노 전 사령관 방문조사 등을 토대로 실제 행위와의 연결 여부를 확인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항소심에서는 내란 특검이 새로 신청한 80명 문건이 수첩의 신빙성을 보강해 계엄 준비 시점을 앞당길 증거로 인정될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동시에 종합 특검 수사를 통해 아직 확인되지 않은 수첩 속 구상과 실제 실행 사이의 연결고리가 드러날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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