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해외사업 성적표가 엇갈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기존에 확보한 해외 일감이 실적을 받쳤다면 하반기부터는 원전과 액화천연가스(LNG), 데이터센터 등 대형 프로젝트를 실제 계약으로 연결하는 능력이 내년 이후 실적을 가를 전망이다.
11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연간 해외건설 수주 규모는 275억7000만~302억4000만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상반기 국내 건설사 해외건설 수주액이 112억8100만 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만 약 162억9000만~189억6000만 달러를 추가 수주해야 한다. 상반기보다 최소 44% 이상 많은 수주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상반기에는 현대건설이 해외건설 수주액이 35억1400만 달러로 가장 많았다. 미국 전기로 제철소 등 대형 공사를 확보한 영향이다. 하반기에는 대형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태양광, 데이터센터 등으로 해외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은 이미 설계 단계에 들어간 만큼 향후 EPC 본계약 전환 여부가 대형 원전 사업 확대의 분수령으로 꼽힌다.
삼성물산의 경우 기존 해외 프로젝트의 매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과 말레이시아 데이터센터 등을 새로 수주했지만 기존 프로젝트의 공정 진행과 준공에 따른 매출 인식이 이어진 영향이다. 하이테크 공사 본격화와 해외 플랜트 프로젝트의 공정 호조를 실적 개선 배경으로 꼽았다. 하반기에는 동남아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SMR과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신규 일감을 확대할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하반기 대형 LNG 프로젝트의 계약 여부에 따라 해외 수주잔고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파푸아뉴기니 LNG와 모잠비크 로부마(Rovuma) LNG 등 대형 프로젝트의 수주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회사는 올해 전체 신규수주 목표를 기존 18조원에서 27조원으로 50%를 올렸다.
GS건설은 상반기 말 해외 수주잔고는 24조9000억원으로 전체 수주잔고 75조3954억원의 약 33%를 차지하는 등 기존 해외 파이프라인이 탄탄하다. 싱가포르 철도·터널 사업 등의 계약금액이 증가하며 잔액도 지난해 말보다 소폭 늘었다. 다만 플랜트와 인프라 신규 수주가 전년동기 대비 각각 80.9%, 56.2% 줄어드는 등 하반기 후속 플랜트, 인프라 수주가 과제로 남았다.
DL이앤씨는 해외 일감 보충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국내외에서 다수 발전 플랜트 EPC 경험을 보유했으며, 미국 현지 프로젝트(GTPP)를 수행 중이다. 미국 발전사업 개발·투자·운영 경험을 보유한 DL에너지와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하반기에는 북미·태평양에서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각축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전통적인 해외건설 텃밭인 중동 수주는 12억72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77.2% 급감했다. 반면 북미·태평양 지역은 72억4600만 달러로 165% 증가해 전체 수주의 64.2%를 차지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공종별로도 산업설비(플랜트)가 84억7400만 달러로 전체 수주의 75.1%에 달했다”며 “중동 중심의 석유·가스 플랜트에서 북미 제조시설과 LNG, 원전 등으로 해외 수주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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