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망 건설에 최대 15년…접속 대기열·기존망 활용 '병목 해법' 부상

글로벌 전력망 접속 대기용량 및 20212024년 주요국 재생에너지 출력제어율 사진한전경영연구원
글로벌 전력망 접속 대기용량 및 2021~2024년 주요국 재생에너지 출력제어율 [사진=한전경영연구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확대로 전력망 접속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신규 송전망 건설만으로는 당장의 계통 병목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력망 건설에는 최대 15년이 걸리는 만큼 허수 접속 신청을 걸러내고 기존 전력망의 수용 능력을 높이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26일 한국전력 경영연구원이 발간한 '전력망 접속 병목 해소를 위한 글로벌 대응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력망 접속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전력망 확충 지연과 전력망·접속설비 간 건설 기간 불일치, '가상 포화' 현상이 꼽혔다. 보고서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일렉트리시티(Electricity) 2026'을 토대로 작성됐다.

전력망은 준공까지 5~15년이 걸리는 반면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데이터센터 등 접속설비는 1~5년이면 건설할 수 있다. 변압기와 전선, 차단기 등 전력망 기자재 공급 부족도 망 확충을 늦추는 요인이다.

국내에서도 전력망 확충은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주요 송전망 건설 사업 54개 가운데 20개가 당초 계획보다 준공이 지연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보급을 추진하는 동시에 제12차 전기본 수립 과정에서 데이터센터와 첨단산업 등의 신규 전력수요를 반영하고 있다.

신규 전력망이 완공되기 전 병목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는 접속 대기열 관리가 꼽힌다. 선착순 방식에서는 사업자가 순번을 선점하기 위해 사업 확정 전부터 신청하거나 중단된 사업의 신청을 유지하면서 허수 물량이 대기열을 차지하는 '가상 포화'가 발생할 수 있다.

독일은 5만 유로의 접속신청 처리 수수료를 도입한 결과 대기 중이던 배터리 사업의 65%가 더 이상 추진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중부지역 송전망 운영기관인 MISO는 사업이 주요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면 강제 철회하거나 보증금을 몰수하도록 한 뒤 2025년 접속 대기열이 전년보다 10% 감소했다. 국내에서도 한전은 전력망을 선점한 뒤 발전사업을 추진하지 않는 사업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약 5GW의 계통접속 여유물량을 확보했다.

전력망이 부족하더라도 조건부로 접속을 허용하는 방식도 확산하고 있다. '논펌(Non-firm) 접속'은 계통 혼잡 시 발전설비의 출력이나 데이터센터 등의 전력소비를 제한하는 대신 조기 접속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2025년 11월 기준 15개국이 시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계통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범위에서 유연접속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전력망의 수용 능력을 높이는 방안도 제시됐다. 한정민 한전경영연구원 연구원은 동적송전용량 산정과 전선교체, 전압승압 등 계통 강화 기술을 활용하면 전 세계적으로 450~700GW의 추가 계통용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이 같은 기술은 신규 전력망 건설을 대체하기보다 인프라 준공 전까지 혼잡을 완화하는 과도기적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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