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축구 대표팀을 맡고 있는 김상식 감독의 지난 6월 자카르타 방문 장면이 인도네시아의 아세안 현대컵 2026 탈락 이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베트남 대표팀을 이끄는 김 감독이 직접 상대를 관찰한 장면을 두고 현지 팬들과 전문가들은 '준비의 차이'를 언급하며 인도네시아 축구가 배워야 할 사례로 받아들이고 있다.
11일(현지 시각) 베트남 현지 매체 VnExpress 및 인도네시아 축구계에 따르면, 김상식 감독은 지난 6월 FIFA 데이 기간 중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붕카르노 경기장을 찾아 인도네시아와 모잠비크의 평가전을 직접 지켜봤다. 당시 김 감독은 흰색 티셔츠를 입고 검은색 배낭을 멘 채 관중석에 앉았고 인도네시아 팬들과 사진을 찍기도 했다.
김 감독의 방문은 당시에도 잠시 화제가 됐다. 인도네시아 언론은 베트남 대표팀 사령탑이 아세안 현대컵 2026 조별 리그에서 맞붙을 인도네시아의 전력을 확인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것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이 장면은 대회가 시작되기 전까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인도네시아가 지난주 아세안 현대컵 2026 조별 리그에서 탈락한 뒤이다. 지난 3일 베트남에게 0-3 패배를 당했던 인도네시아는 7일 싱가포르와의 아세안 현대컵 A조 마지막 경기에서 1-1로 무승부를 기록한 가운데 총 2승 1무 1패, 승점 7점으로 베트남(승점 10점)과 싱가포르(승점 8점)에 밀려 탈락했다. 이후 인도네시아 축구 커뮤니티에는 김 감독이 붕카르노 경기장 관중석에 앉아 있던 사진이 다시 올라왔고 베트남의 치밀한 준비 과정에 대한 평가도 함께 쏟아졌다. 현지 팬들은 베트남의 결과가 우연이 아니라 상대를 직접 보고 분석한 과정에서 나온 성과였다고 반응했다.
인도네시아 누리꾼 Fantamas는 "정말 존경스럽다. 베트남 감독은 인도네시아전을 몇 달 전부터 준비할 만큼 전문적이었다. 그것이 그들이 우리를 이긴 이유"라고 적었다. 또 다른 누리꾼 Rikki는 "이제야 이 일이 떠올랐다. 베트남 감독은 정말 멀리 내다본다. 그가 왜 베트남 대표팀 감독으로 성공했는지 알겠다"고 평가했다.
현지 팬들의 반응은 인도네시아 대표팀 내부를 향한 지적으로도 번졌다. Lita라는 닉네임의 누리꾼은 "우리 감독들도 이런 정신을 배워야 한다. 스스로 강하다고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준비 과정을 빼고는 누구도 이길 수 없다"고 밝혔다. Satra는 "그들은 이번 대회를 위해 몇 달 동안 준비했다. 그 진지함은 보상받을 만하다. 반면 우리는 대회를 가볍게 보고 더 먼 목표만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동남아를 알아야 이긴다"…허드먼 향한 조언
인도네시아 축구 전문가 이밤 하리리도 김 감독의 준비 방식을 존 허드먼 인도네시아 감독이 참고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인도네시아 매체 Kompas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6월 김상식은 혼자 붕카르노 경기장에 와서 인도네시아의 플레이 방식을 직접 봤다. 그것은 감독에게 매우 중요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허드먼 감독을 아세안 현대컵 2026 조별리그 탈락만으로 실패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허드먼 감독은 올해 초 부임했고 이번 대회는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맡은 뒤 치른 첫 번째 큰 시험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밤은 인도네시아 축구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허드먼 감독이 동남아 각국 대표팀의 특징, 문화, 경쟁 구도를 더 넓게 살펴야 한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김상식 감독이 경기장에서 직접 상대를 분석한 사례가 비교 대상으로 거론됐다.
이밤은 "허드먼 감독도 많이 노력했고 열심히 일했으며 팀을 최대한 잘 준비시켰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는 인도네시아가 어디에 있고, 다른 나라들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네시아가 월드컵 진출에 가까워졌다는 사실 때문에 지나치게 자부심을 갖고 동남아의 경쟁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현지 베트남 팬들 사이에서는 김 감독의 준비성과 지도 방식을 높게 평가하는 반응도 이어졌다. 한 팬은 "동남아 축구에서는 상대를 알고 자신을 알아야 한다"며 김 감독이 직접 경기장을 찾아 인도네시아 전력을 살핀 점에 의미를 뒀다. 또 다른 팬은 "대표팀 감독은 현재 가진 선수들로 가장 좋은 성과를 내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강한 선수단을 모두 갖춰야만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전력 안에서 결과를 만드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일부 팬들은 한국인 지도자와 베트남 축구의 궁합에도 주목했다. 한 팬은 "한국인 감독들은 베트남과 꽤 잘 맞는다"며 김 감독 체제에서 베트남이 다시 안정감을 찾은 점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김 감독의 경기 관찰 방식에 대한 반응도 나왔다. 한 팬은 "계속 경기장에 올라가 경기를 지켜보고 올바른 결정을 내려달라"고 적었다. 김 감독이 직접 현장에서 상대를 분석하는 방식이 베트남의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깔린 반응이다.
아세안 현대컵 디펜딩 챔피언인 베트남은 4강에 올라 말레이시아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다가오는 16일에는 쿠알라룸푸르 원정에서 4강 1차전을 치르고 19일 오후 8시에는 하노이 미딘 경기장에서 2차전을 갖는다. 베트남 대표팀은 김상식 감독 체제 하에서 결승 진출과 대회 2연패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아세안 현대컵 2026은 지난달 24일부터 오는 26일까지 10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A조에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캄보디아, 동티모르가 속했고 B조에는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미얀마, 라오스가 들어갔다. 4강에서는 싱가포르와 태국, 베트남과 말레이시아가 결승행을 놓고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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