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만의 프리즘] '새벽배송 노동시간 제한', 모두를 위한 해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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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 [챗GPT]

새벽배송은 이제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생활 인프라가 됐다. 맞벌이 가구와 1인 가구는 물론, 고령층까지 밤에 주문한 생필품을 다음날 아침 받아보는 서비스를 일상처럼 이용한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정착한 이 서비스는 단순한 기업의 마케팅 수단을 넘어 소비자의 시간과 편의를 높이고 유통산업의 경쟁력을 키운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이 생활물류법 개정을 통해 택배기사의 새벽배송 노동시간을 법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택배기사의 건강권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안전한 근무환경을 만드는 것은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문제는 방식이다. 이번 개정안은 사회적 대화가 진행 중인 핵심 쟁점을 법으로 먼저 확정하려 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우려를 낳는다. 택배 사회적 기구의 참여 주체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논의가 중단된 상황에서 입법으로 결론을 내려버리면 사회적 대화의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충분한 합의 없이 법으로 강제하는 방식은 또 다른 갈등만 키울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정작 현장에서 새벽배송을 하는 기사들의 목소리도 법안과는 거리가 있다. 쿠팡파트너스연합회가 지난 1월 기사 2098명을 조사한 결과 91.5%가 주 40∼46시간 제한에 반대했다. 92.2%는 배송시간이 줄면 생계를 위해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답했다. 2025년 11월 야간기사 240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93%가 심야배송 제한에 반대했다.

조사에서 보듯 상당수 배송기사가 노동시간 제한에 반대하며 소득 감소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새벽배송은 일반 배송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입을 기대할 수 있어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생활비를 보전하기 위해 또 다른 일을 찾아야 하고, 이는 오히려 건강권을 해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강권 보호라는 정책이 생계 악화라는 역설적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된다.

소비자 부담도 간과할 수 없다. 노동시간 제한으로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고 기사들의 소득을 보전하려면 결국 막대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업계에서는 연간 수천억원 규모의 비용 증가와 배송 건당 운송비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기업이 모든 비용을 떠안을 수 없는 만큼 배송비 인상이나 상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고 결국 소비자의 물가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택배기사의 건강은 반드시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해법이 반드시 노동시간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만은 아니다. 분류 자동화 확대, 적정 배송 물량 배분, 휴식권 보장, 안전관리 강화, 자율적인 근무체계 개선 등 다양한 대안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계와 택배업계, 정부, 소비자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좋은 정책은 한쪽만 만족시키는 정책이 아니다. 택배기사의 건강권과 생계, 소비자의 편익, 산업의 경쟁력이 균형을 이룰 때 지속가능한 제도가 될 수 있다. 생활물류법 개정 역시 충분한 사회적 대화와 객관적 영향 분석을 거쳐 신중하게 추진하는 것이 순서다. 성급한 입법은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한 채 배송비 인상과 소비자 불편이라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만 남길 수 있다. 한쪽에서는 14년 전 도입된 대형마트 새벽배송이라는 낡은 규제를 풀어내는 논의가 진행되고, 한쪽에서는 새벽배송 시간 제한이라는 또다른 규제를 추진한다고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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