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만의 프리즘] 세계로 뻗은 K뷰티, 혁신 없이는 지속성장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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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 [이미지=챗GPT]

K콘텐츠가 세계인의 일상으로 파고들면서 K뷰티의 영토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한국 화장품이 이제 미국과 유럽의 주요 유통망과 온라인 플랫폼에 잇따라 진입하며 글로벌 시장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드라마와 음악, 음식으로 시작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화장품 소비로 이어지면서 K뷰티는 한류의 대표 수혜 산업이자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 화장품의 경쟁력은 분명하다. 변화하는 소비자 취향을 빠르게 읽어 제품에 반영하고, 우수한 품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능력은 세계 시장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중소 브랜드의 감각적인 기획력과 제조자개발생산 기업의 기술력이 결합한 산업 생태계도 K뷰티만의 강점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자발적 입소문이 확산하면서 과거 대기업 중심이던 수출 구조에 다양한 중소 브랜드가 가세한 점도 고무적이다.

하지만 지금의 성장세가 앞으로도 저절로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세계 화장품 시장은 유행의 변화가 빠르고 경쟁사의 추격도 거세다. 한류의 인기에 편승한 판매 확대만으로는 소비자 충성도를 장기간 유지하기 어렵다. 과거 중국 시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외교 갈등과 소비 환경 변화 속에서 산업 전반의 부담으로 돌아왔던 경험도 잊어서는 안 된다. 시장의 외연을 넓히는 것만큼 중요한 과제는 경쟁력의 기반을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드는 일이다.

무엇보다 연구개발(R&D) 투자가 지속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화장품은 피부과학과 생명공학, 신소재 기술이 결합할수록 제품의 부가가치와 진입장벽은 높아진다. 피부 상태에 맞춘 맞춤형 제품, 효능이 과학적으로 검증된 기능성 소재, 친환경 원료와 용기, 인공지능을 활용한 피부 진단 등은 앞으로 글로벌 시장의 경쟁 구도를 좌우할 분야다. 유행하는 성분을 뒤따라 넣거나 비슷한 제품을 빠르게 출시하는 방식만으로는 세계적인 브랜드와의 격차를 좁히는 데 한계가 있다.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연구개발 투자에 힘써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독자적인 원료와 제형, 특허 기술을 확보해야 가격 경쟁을 넘어 기술 경쟁으로 도약할 수 있다. 특히 해외 소비자는 제품의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자료를 꼼꼼히 따진다. 임상 데이터와 품질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국가별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일도 연구개발 투자 못지않게 중요하다.

스킨케어에 집중된 제품 구조도 바꿔야 한다. 기초화장품은 K뷰티 성장의 출발점이자 핵심 경쟁력이지만, 특정 분야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시장 변화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화장품 시장에서 색조화장품은 브랜드의 개성과 정체성을 드러내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는 중요한 영역이다. 다양한 인종의 피부색과 피부 특성에 맞는 폭넓은 색상 구성, 현지의 미적 취향과 생활 방식에 맞춘 제형 개발도 필요하다. 스킨케어로 신뢰를 얻은 브랜드가 색조와 헤어케어, 향수, 바디케어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한다면 성장의 기반도 한층 넓어질 것이다.

정부도 K뷰티의 성장세를 수출 실적으로만 자축할 일이 아니다. 중소기업이 독자적인 소재와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지원을 확대하고, 해외 인허가와 안전성 검증, 지식재산권 보호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국가별 규제 정보를 제공하고 임상시험과 현지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공동 기반을 마련하는 일도 필요하다. 기업이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시험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규제를 정비하는 한편, 글로벌 기준에 맞는 품질과 안전성은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K뷰티가 한류의 인기에 기대는 일시적 유행에 머물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 기술력으로 제품의 깊이를 더하고, 스킨케어를 넘어 색조와 다양한 분야로 경쟁력의 폭을 넓혀야 한다. 세계 시장에서 얻은 관심을 지속적인 신뢰로 바꾸는 힘은 결국 연구개발과 혁신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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