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변경 청구서]"버티면 또 바뀐다"…잦은 세제 개편이 키운 '학습 효과'

  •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재개→완화 '오락가락'

  • 금투세는 유예 후 폐지…가상자산 과세 3차례 연기

  • 불확실성 확대…예측 가능성 훼손돼 정책 신뢰 하락

사진한준구 기자
[사진=한준구 기자]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방침을 다시 완화하면서 세제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도마에 올랐다. 정부가 시행·종료 시점을 미루거나 기존 방침을 손질하는 일이 반복되면 시장에서는 발표를 즉각적인 행동 신호로 받아들이기보다 추가 변화를 기다리는 관망 심리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처럼 이미 예고된 세제 시행·종료 방침이 뒤집히거나 유예·폐지된 사례는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금융투자소득세다. 금투세는 당초 2023년 시행을 전제로 법제화됐지만 2022년 말 시행 시점이 2025년으로 2년 미뤄졌다. 이후 시장 충격과 투자자 부담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면서 결국 시행을 한 달 앞둔 2024년 말 폐지됐다.

국회를 통과한 세법조차 시행 직전 무산되면서 정부가 제시한 시행 시점만으로는 제도 도입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인식도 커졌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과세 여부에 따라 투자·매매 전략이 달라지는 만큼 정책 변경 가능성을 고려해 의사결정을 늦출 유인이 생긴다.

가상자산 과세도 비슷하다. 당초 2022년 시행 예정이었지만 2023년과 2025년을 거쳐 2027년으로 시행 시점이 세 차례 연기됐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안이 빠진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과세가 시작되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추가 유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 같은 학습효과는 정책의 본래 목적을 약화시킬 수 있다. 정부가 세제 혜택이나 부담 조정을 통해 자금 이동을 유도하거나 부동산 시장 안정을 꾀하더라도 시장 참여자들이 정책의 지속성을 신뢰하지 못하면 당장 움직이기보다 다음 대책을 기다릴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주택 매도처럼 한 번 결정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사안일수록 정책 변화 가능성을 감안해 의사결정을 늦출 수 있다. 세제는 경제주체가 수년 단위로 투자와 소비, 자산 처분 계획을 세우는 기준인 만큼 단기적인 정책 효과 못지않게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행 시점이나 제도 내용이 반복해서 바뀌면 경제주체들은 정책을 확정된 기준이 아니라 앞으로 또 달라질 수 있는 변수로 받아들이게 된다”며 “정책이 의도한 효과를 거두려면 일관성 측면에서 충분한 신뢰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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