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에 이어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도 미국과 일본의 공조 환시 개입 사실을 발표했다. 이들은 앞으로 추가 공조 개입도 불사하겠다며 강력한 엔화 방어 의지를 나타냈다.
가타야마 재무상은 이날 담화에서 미·일 양국이 지난달 31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 매수 공조개입을 실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는 "최근 나타난 엔화의 과도한 변동과 무질서한 움직임에 대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가 공조 개입에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혀 추가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일은 공동 성명 발표도 조율하고 있다.
앞서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일본과 좋은 관계"에 있기 때문에 공조 개입을 실시했다고 밝혔고, 베선트 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지난 금요일 이뤄진 외환시장 공조 조치는 엔화의 무질서한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경제안보는 곧 국가안보이며 미·일 동맹은 이 두 가지를 기반으로 구축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필요할 경우 추가 공동 개입에 참여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요미우리신문은 2일 미·일 통화당국이 지난달 31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 매수 공조 개입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30일에 이어 이틀 연속 개입했다. 미국 통화당국은 30일 금융기관에 환율 수준을 묻는 '레이트 체크'를 한 데 이어, 31일에는 여러 은행에 개입 가능성을 통보하고 준비를 요청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재무부의 31일 개입은 뉴욕연방준비은행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통해 실시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각료회의에 참석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책상에 '일본 엔화 매입 50억~100억 달러(약 7조1662억~14조3323억원)'라고 적힌 메모가 놓여 있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30~31일 일련의 개입에서 미 당국이 유로를 팔아 엔화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했다고 전했다.
공조 개입은 두 나라 이상의 통화당국이 시점을 맞춰 시장에 개입하는 것으로, 한 나라의 단독개입보다 환율 안정 효과가 크다고 평가된다. 지금까지는 금융위기나 대재해 등 예외적 국면에 한정됐다. 미·일은 1995년 한신대지진 뒤 엔화 급등을 막기 위해 달러 매수·엔 매도 개입에 나섰고,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는 반대로 엔 매수 개입을 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직후에는 주요 7개국(G7)이 함께 엔 매도 개입에 나섰다. 엔저 국면에서 공조 개입에 나선 이번 사례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미일, 지난해 9월 개입 원칙 확인
요미우리에 따르면 양국 재무당국은 오랜 기간 물밑 협의를 이어왔다. 토대가 된 것은 지난해 9월 발표한 미·일 재무장관 공동성명이었다. 당시 양국은 외환시장 개입은 과도한 변동이나 무질서한 움직임에 대처하기 위한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했다.
닛케이는 이 성명이 일본의 엔 매수 개입을 사실상 용인한 것으로 해석했다. 미 재무부가 지난달 공개한 환율정책보고서에서 엔화에 대해 "과도한 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힌 것도 이번 공조 개입의 밑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1월 금융기관을 상대로 레이트 체크를 실시해 투기 세력의 엔 매도를 견제했다. 미국이 일본의 개입을 사실상 용인한 가운데,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4월 30일 1년 9개월 만에 엔 매수·달러 매도 단독개입에 나섰고 이후에도 간헐적으로 개입을 이어갔다. 공조 개입 논의는 5월 12일 가타야마 재무상과 베선트 장관의 회담을 계기로 본격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엔 매도 흐름은 멈추지 않아 엔·달러 환율은 7월 한때 달러당 163엔 90전대까지 올라 39년 8개월 만의 엔저 수준을 기록했다.
양국의 이해관계도 맞아떨어졌다. 일본은 엔저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을 막아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도 달러 강세로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꺼린다. 일본 재무성 간부는 닛케이에 "일본의 수출이 유리해져 미국 경제에 타격이 된다고 미국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엔저가 트럼프 행정부의 간판 정책인 고율 관세의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을 엔 매수 개입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미국이 공조 개입에 나선 배경에는 미 장기금리 상승을 억제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요미우리는 분석했다. 일본은 미 국채 최대 해외 보유국으로, 일본이 개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 국채를 대거 팔면 미 장기금리가 오를 수 있다. 닛케이는 3일 엔화와 일본 국채가 동시에 약세를 보이는 '일본 매도'가 미 국채 매도로 번져 금리 상승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을 미국이 의식했다고 전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에 연동되는 장기금리 상승을 피해야 할 이유도 있다.
다만 이번 개입만으로 엔저 흐름이 꺾일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에서 추가 금리 인상 관측이 강해지면서 미·일 금리차가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에 신중한 다카이치 정권의 스탠스, 소비세 감세 등 적극 재정에 대한 우려도 엔 매도 압력을 떠받치고 있다. 일본의 무역 적자와 신NISA(소액투자비과세제도)를 통한 해외 주식형 펀드 투자 확대, 미국 디지털 서비스 이용 대금 증가에 따른 '디지털 적자'도 구조적 요인으로 꼽힌다.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요미우리에 "개입 효과는 일시적이며 앞으로 몇 주 안에 개입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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