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와 위기' 갈림길 선 서울대…"경영자·석학·COO·개혁가 '4인 4색' 리더십, 차기 총장은 누가 될까"
김준환 기자입력 2026-09-17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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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총장추천위원회 주관으로 17일 연건캠퍼스에서 첫 공개소견발표 열려
강준호·최해천·이재영·김현철 4인 후보, 서울대 현주소 진단 및 해법 제시
질의응답 통해 후보별 공약 실행 계획 제시, 뚜렷한 색깔과 전략 드러나
서울대 제29대 총장 예비후보자 4인. [사진=김준환 기자]
글로벌 대학평가 순위의 정체와 라이벌 대학들의 맹렬한 추격, 2011년 법인화 전환 이후 15년간 누적된 재정 의존도 및 경직된 관행, 대전환기 속 혁신 리더십의 실종까지. 서울대학교가 안팎으로 복합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학내외의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2046년 개교 100주년을 앞두고 서울대의 다음 도약을 이끌 선장을 뽑는 제29대 총장 선거 레이스가 본격화됐다.
서울대 총장추천위원회 주관으로 17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연건캠퍼스 의과대학 대강당에서 열린 첫 공개소견발표회는 서울대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개선 방향 및 해법을 제시하는 치열한 정책 검증의 장이었다.
이날 연단에 오른 4인의 예비후보자(강준호·최해천·이재영·김현철 교수)는 각자 준비한 공약집과 현장 발표, 질의응답을 통해 뚜렷한 색깔과 전략을 드러냈다. <아주경제>는 각 후보가 내건 비전과 현장 검증 내용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강준호 후보] “교수 연봉 3억 시대 열겠다”…경영자형 리더십과 재정 자립 강조
서울대 제29대 총장 예비후보자로 나온 강준호 후보. [사진=김준환 기자]
기호 4번 강준호 후보(사범대학 체육교육과 교수)는 “지금 서울대는 과연 서울대다운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며 첫 발표자로 나섰다.
강 후보는 서울대가 세계 랭킹 정체와 고려대·연세대의 거센 추격에 직면해 있으며, 법인화 15년이 지났음에도 높은 정부 재정 의존도와 낡은 관행, 성과-보상의 불일치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돌파할 해법으로 강한 실천력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경영자형 리더십’을 제시했다.
강 후보가 서울대다운 변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당면 과제로 꼽은 것은 파격적인 ‘교수 처우 개선’이다. 서울대 교수협의회 조사 결과 교수 연봉이 서울 상위권 대학 중 10위권에 머물고 최근 초봉이 7000만 원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 최근 설문조사에서 차기 총장 최우선 과제로 ‘연봉 인상’이 꼽힌 점을 짚었다.
강 후보는 “기부금과 정부출연금에 기대는 기존 방식은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이 됐다”며 “서울대 교수의 타당한 보상 기준을 3억 원으로 먼저 세우고 역순으로 재정을 설계하는 ‘교원 연봉 3억 원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소견 발표를 마친 뒤 질의응답에선 매년 반복되는 인건비 지출 구조와 재원 조달 가능성에 질문이 집중됐다. 강 후보는 “현재 교원 2080명의 총인건비는 3000억 원 수준으로 1인당 평균 1억 3000만 원이 안 된다”며 2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먼저 1단계로 정교수 평균을 2억 원으로 올릴 경우 인건비 총액이 약 4500억 원으로 50% 늘어나며, 2030년까지의 자연증가분(500억 원)을 제외하면 순수하게 1000억 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한데, 이는 기존 예산 배분의 최적화로 충당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2단계인 2억 원에서 3억 원 진입에는 약 800억 원이 추가로 소요되는데, 이는 모든 교원이 아닌 글로벌 선도 연구 성과를 입증한 대상자(정교수 1500명 중 약 40%)에게 차등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재원은 기금 투자 수익과 자체 재원 수익화(공약집 기준 자체 재원 1조 원, 발전기금 1조 원 등 총 2조 원 신규 확충)로 달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최해천 후보] 공학 석학의 ‘초연결 파트너십’…모호한 현장 답변은 숙제로 남아
서울대 제29대 총장 예비후보자로 나온 최해천 후보. [사진=김준환 기자]
기호 1번 최해천 후보(공과대학 기계공학부 교수)는 “대학의 소명은 질문을 가장 먼저 던지고 답을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연구 중심 총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 후보는 서울대가 개교 100주년(2046년)을 향해 가고 있지만 인재를 가두는 경직된 평가·행정·규정 때문에 멈춰 서 있다고 진단했다. 하버드대 등 세계적 명문대와 비교해 발전기금(약 7600억 원) 등 자율 재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최 후보는 세계적 수준의 연구를 직접 수행하고 연구처장 등 교내외 제도를 혁신해 본 공학자로서의 강점을 내세웠다. 핵심 공약으로는 기업에 미래 비전을, 정부에 국가 난제 해법을 제시해 4년간 신규 기금 및 전략 재원 2조 원을 확보하는 ‘SNU 메가프론티어 파트너스’를 제시했다. 메가프론티어 파트너스 9000억 원, 초대형·명명기부 6000억 원, 재단기금 등을 통해 자율 재정 기반을 구축하고, 신임교수 Seed Money(정착금) 3배 확대, 기부 기반 명명 석좌교수와 서울대 학문적 유산을 잇는 특임 석좌교수를 각 100명 규모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 및 로드맵은 제시되지 못했다. 의대·치대 교수의 개인 클리닉 개설 등 겸직 확대 질의에 대해 “단과대학 학장에서 의견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답변하거나, 간호대 현황 및 이전 계획 질문에도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것은 별로 없으며, 시기와 재원이 중요한데 공약을 통해 큰 문제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답했다.
연구공간 부족 문제에 대해선 “총장이 되면 얼마나 부족한지 파악해 적극 지원하겠다”, 직원 처우 및 복지 질의에는 “직원들이 행복하게 다녔으면 좋겠고 만나서 대화해보겠다”며 구체적 수치나 단계별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지난 3월 서울대 최고 영예인 특임석좌교수에 임명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총장에 출마한 것이 취지에 부합하느냐는 질문에는 “총장이 되면 특임석좌교수는 당연히 그만둘 것”이라며 “우리나라 대학 총장은 연구를 잘하고 교육과 연구에 진심인 총장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15분간의 휴식을 가진 뒤, 세 번째 순서로 나선 기호 3번 이재영 후보(인문대학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비전을 실제로 실행할 준비된 최고운영책임자(COO) 총장이 필요하다”며 강한 실행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후보는 서울대 총수입의 55~58%가 국민 세금에 의존하고, 하버드대 대비 자산 규모가 7%에 불과하며, 1000대 기업 CEO 중 서울대 출신 비율도 21.3%로 떨어졌다는 지표를 제시하며 시스템 경쟁력의 획기적 전환을 촉구했다.
이 후보는 교무부처장, 학생처장, 기초교육원장, 인문대학장 등 교내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하고 법인화 소통팀장,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위 분과위원장 등을 거친 폭넓은 행정 경험을 자신의 최대 자산으로 꼽았다.
그는 “선출 직후 첫날부터 전력 질주할 수 있는 COO형 총장”을 자임하며, 글로벌 톱10 대학 도약(100년의 약속), 10조 원 자산 확충, 인공지능 기반 전환(AX)을 아우르는 ‘100·10·1 비전’을 공약했다. 연건캠퍼스에 대해서는 기초·임상 연결과 5대 거점 의생명·보건 네트워크 구축을 약속하며 연구 장애 요인을 총장이 직접 치우겠다고 공언했다.
질의응답에서는 ‘신규 4조 원 확충’과 ‘10조 자산 조성 방안’에 질문이 쏠렸다. 이 후보는 4조 원 조달 포트폴리오로 사업 수익, 자산 운용 연계, 공공 재원, 민간 기부의 네 갈래 분산 모델을 제시했다. 특히 현재 약 7500억 원 규모인 발전재단 기금과 관련해 “40만 동문 중 10%인 4만 명을 타깃으로 하는 TPA(동문 기부) 캠페인으로 1조 원을 모으고, 1000대 기업과 연구 역량을 연계해 임기 중 5000억 원 규모의 연구 기부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병원 물품 및 기자재 외주 구조를 지적하며 “병원과 서울대 발전재단이 공동 자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면 연간 최소 3000억 원 규모의 사업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며 세브란스의 수익 사례를 들어 재원 창출의 구체성을 강조했다.
[김현철 후보] 선거 캠프 없는 ‘책임경영과 거버넌스 개혁’…“서울대법·병원법인 상위기구 신설”
서울대 제29대 총장 예비후보자로 나온 김현철 후보. [사진=김준환 기자]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기호 2번 김현철 후보(국제대학원 국제학과 교수)는 “혁신은 변방에서 시작된다”며 기성 학내 정치와의 다른 면모를 보여주겠다고 선언했다.
김 후보는 역대 총장 선거 때마다 공약 남발과 이행 실패가 반복되며 학내 불신과 조직 문화 파괴가 심화됐다고 질타했다. 그는 타 후보들의 연봉 3억 원, 2조 원 펀드, 10조 원 자산 공약을 겨냥해 “신의 자리를 노리는 비현실적 지르기 경쟁”이라고 직격했다.
김 후보는 청와대 경제보좌관 등 국정 운영 경험과 7년간 삼성전자 자문 등 대기업 경영 혁신을 이끈 외부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특히 보직 나눠먹기의 온상이 되는 선거 캠프를 일절 꾸리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총장 권한 내려놓기와 책임경영’을 1순위 사명으로 내세웠다. 총장 일정과 판공비 공개, 공직 불출마 선언, 매년 구성원 앞 성과 보고 및 평가 수용을 공약했다. 아울러 비대해진 본부 행정을 ‘3S(Slim, Speedy, Smart)’ 조직으로 슬림화하고, 부총장직을 절반으로 축소하는 대신 본부 예산을 줄여 단과대학 운영비를 첫해 2배로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질의응답에서는 발전계획서에 제시된 ‘거버넌스 개혁안’이 집중 조명됐다. 김 후보는 서울대학교 학교법인과 서울대병원 법인을 아우르는 총괄 상위기구 설치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이를 위해 법 개정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대병원의 복지부 이관 논의나 의정 갈등 당시 총장의 리더십이 완전히 실종됐다”고 꼬집으며, “상위기구가 있었다면 병원의 독단적 결정이 아닌 전체 대학의 관점에서 제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위기구를 통해 병원 이사회 개편, 병원장 선출 방식 혁신, 임상교수의 총장 발령, 연건캠퍼스 종합발전계획을 원스톱으로 다루겠다고 강조했다. 재정 측면에서도 허황된 수치 대신 정부출연금 연 250억 원씩 4년간 1000억 원 증액, 발전기금 4년간 7000억 원, 운용 및 산학 연구 확충을 묶어 실현 가능한 ‘4년 1조 원 추가 확보’를 책임경영의 잣대로 제시했다.
[공통 쟁점] ‘서울대 뿌리’ 연건캠퍼스의 위기…열악한 교육·연구 환경과 치전원 정원 해법은
첫 공개소견발표회가 연건캠퍼스에서 열렸다는 점에서, 총장예비후보자 4인은 연건의 고질적 공간·연구 인프라 부족과 학제 개편(치전원 정원 환원) 문제를 두고선 각기 다른 해법을 내놓았다.
치전원 학제 개편 및 45명 정원 환원 문제에 대해 강준호 후보는 “2009년 치전원 전환 당시 타 단과대로 분산된 45명 정원을 회수하려면 교육부 시행령 개정과 타 단과대학과의 이해관계 조정이라는 제약조건이 따른다”며 “치전원 내부의 합의안이 도출된다면 총장이 직접 총대를 메고 정부 및 타 단과대 협상을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영 후보는 “과거 인문대 10명, 사회대 10명, 자연대 10명, 경영대 5명 등으로 배정된 역사가 있다”면서 “단과대 간 제로섬 싸움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5명 단위 복귀를 유도하거나 정부와의 담판을 통해 학·석사 통합 운용 등 과거의 틀을 깨는 결단을 내리는 COO 총장이 되겠다”고 실행력을 강조했다.
반면 최해천 후보는 “과거 6년제 치과대학 복귀가 바람직하며 정부를 열심히 설득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비쳤다. 김현철 후보는 “캠프 출신 보직자 체제에서는 특정 단과대의 기득권 때문에 정원 조정을 절대 풀 수 없다”며 “캠프 없는 총장이 신설 상위기구의 집단지성을 통해 단과대들을 직접 설득하고 일머리를 찾아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연건캠퍼스의 열악한 교육 공간 및 연구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시각차가 분명히 드러났다. 강준호 후보는 용산 철도청 부지 빅딜 기회가 무산된 아쉬움을 언급하며 “물리적 한계를 넘기 위해 주변 건물의 단계적 매입·인수를 추진하고, 연건-관악-시흥을 잇는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제시했다. 최해천 후보는 주변 부지 확장에 대해 구성원이 결정하면 전폭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이재영 후보는 본부가 주도하는 ‘미래공간전략위원회’를 신설해 간호대·의대·치대·병원의 공간 갈등을 중재하고, 인근 한국방송통신대 공간 활용까지 거론하면서 난개발을 막겠다고 약속했다. 김현철 후보는 관악과 연건을 잇는 20년 장기 종합 캠퍼스 마스터플랜을 강조하며 “행정 규제와 고도제한 해제 같은 일은 총장이 직접 풀고, 관악캠퍼스 내에 연건 연구진을 위한 기초·AI·융합 연구 공간 및 공유 오피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