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9기 출범 직후 전면 재검토 대상에 올랐던 울산 도시철도 1호선 트램 사업이 일단 재개된다.
울산시가 별도의 손실보상이나 손해배상 책임 없이 이미 체결된 계약을 중단하거나 해지할 수 있는 법적 방안을 찾지 못하면서, 중단됐던 차량 제작과 설계·시공 절차를 다시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이번 결정이 트램 사업의 최종 추진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 울산시는 계약상 남아 있는 일시중지 가능 기간을 모두 소진하지 않고 보존한 채 본공사 전까지 사업의 득실과 중단 가능성을 계속 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번 재개 결정은 트램 사업의 '완전한 정상화'라기보다, 법적·재정적 부담을 피하면서 추가 검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조건부 재가동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울산시는 31일 시청에서 김상욱 시장 주재로 트램 관련 현안회의를 열고 도시철도 1호선 사업의 향후 처리 방향을 논의했다.
시는 앞서 복수의 법률 자문과 중앙부처 질의, 계약 상대방과의 협의를 통해 사업을 중단하거나 기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이미 적법하게 체결돼 효력이 발생한 계약을 울산시가 일방적으로 종료할 경우 손해배상 등 재정적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현대로템과 한신공영 측도 손실보상 없는 계약 중단이나 변경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울산시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법률 자문에서도 손해배상 책임 없이 합법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트램 사업은 이미 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한신공영 컨소시엄과 계약이 체결됐고, 현대로템과는 수소전기트램 차량 9편성 구매계약이 이뤄진 상태다. 기존 계약을 파기할 경우 이미 투입된 비용뿐 아니라 계약 상대방의 손실과 장래 이익을 둘러싼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업무상 배임이나 직권남용 등 형사책임이 곧바로 성립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실제 형사책임 여부는 계약 해지의 경위와 권한, 재산상 손해, 고의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 울산시로서는 법적 근거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행정기관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중단할 수 있느냐가 우선적인 쟁점이다.
울산시는 추가 비용 없이 계약을 일시 중지할 수 있는 잔여 기간을 모두 사용하지 않고 사업을 재개하기로 했다.
현재 남아 있는 일시중지 가능 기간은 현대로템 27일, 한신공영 40일로 알려졌다. 두 계약을 동시에 중지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울산시가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간은 현대로템 계약을 기준으로 27일가량이다.
김상욱 시장은 뚜렷한 대책 없이 남은 기간을 모두 소진하기보다 향후 중대한 사정 변경이나 합법적인 중단 근거가 마련될 경우 활용할 수 있도록 보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 절차는 다시 움직이지만 울산시의 재검토가 끝난 것은 아니다. 시는 본공사 착공 전까지 사업비 증가 가능성과 국비 지원 조건, 공사 기간 교통 혼잡, 개통 이후 운영 적자, 노선의 수송 효율 등을 다시 점검할 방침이다.
트램 사업은 당초 총사업비 3814억원을 투입해 태화강역에서 공업탑을 거쳐 신복교차로까지 10.85㎞를 연결하고 2029년 말 개통하는 일정으로 추진돼 왔다. 울산시는 앞서 실시설계와 각종 영향평가, 국토교통부 사업계획 승인을 거쳐 본공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업비가 당초 계획보다 크게 늘어나면 타당성 재조사와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가 필요할 수 있고, 그 결과에 따라 국비 지원에도 변수가 생길 수 있다. 김 시장 역시 공사를 시작한 뒤 국비 지원에 문제가 생겨 사업이 중단되는 상황을 우려해왔다.
트램을 둘러싼 논쟁은 사업의 경제성뿐 아니라 행정 책임을 어디까지 감수할 것인가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박맹우 전 울산시장은 트램이 울산의 인구 규모와 도로 여건에 맞지 않고 공사 과정에서 교통 혼잡과 장기적인 운영 적자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사업 백지화를 요구해왔다.
박 전 시장은 30일 기자회견에서도 "한번 설치하면 잘못된 사업이라도 돌이킬 수 없는 굴레가 된다"며 트램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그는 공사 기간의 교통체증과 예상보다 적은 이용객, 지속적인 운영 적자 등을 주요 문제로 제시했다.
반면 김 시장은 사업의 문제점을 계속 검증하되 법적 권한과 계약 관계를 벗어난 방식으로 사업을 중단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합법적으로 사업을 중단할 방안이 확인된다면 검토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사업이 계속될 경우에는 사업비 증가와 시민 교통 불편을 줄이는 데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두 사람이 트램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면서도, 중단 과정에서 감수할 수 있는 법적·재정적 위험의 범위에서는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울산 트램은 재개됐지만 논란이 끝난 것은 아니다. 계약을 중단할 법적 방안을 찾지 못했다는 사실이 트램의 경제성과 교통 효과까지 입증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로 사업의 경제성에 의문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적법하게 체결된 계약을 법적 근거 없이 중단하는 것 역시 책임 있는 행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결국 울산시가 본공사 전까지 해야 할 일은 '중단이냐 추진이냐'는 정치적 구호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총 사업비와 국비 확보 가능성, 공사 중 교통 대책, 수요 예측, 연간 운영비와 적자 보전 규모를 구체적인 수치로 시민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이번 재개 결정이 단순히 계약상 손실을 피하기 위한 시간 벌기에 그칠지, 사업의 위험을 줄이고 시민적 판단을 끌어내는 검증 과정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의 행정에 달렸다.
트램은 일단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울산시가 내려야 할 최종 판단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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