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 논설위원장]
제2부. 경쟁을 넘어 동맹으로, AI 시대의 새로운 산업지도
필자가 이번에 정리한 세 장의 인포그래픽은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한다. 한국과 일본은 무엇이 다르고, 무엇을 함께할 수 있으며, 그 결과 세계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첫 번째 <그림1> 「한국 vs 일본 산업경쟁력 비교(SWOT 분석)」은 감정이 아니라 산업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한국의 강점은 AI와 반도체, 초고속 디지털 인프라, 그리고 무엇보다 뛰어난 실행력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HBM 메모리와 첨단 제조 역량은 AI 시대의 핵심 자산이다.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제품으로 만들고 시장으로 연결하는 속도는 한국 산업이 가진 독보적인 경쟁력이다.
이 비교는 승자를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AI 시대에는 두 나라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정확히 메워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국은 AI가 강하지만 산업용 로봇과 초정밀 장비에서는 일본으로부터 배울 것이 있다. 일본은 제조기술이 세계 최고지만 글로벌 AI 플랫폼과 반도체 메모리, 디지털 전환 속도에서는 한국과 협력할 여지가 크다.
다시 말해 한국은 'Speed & Scale', 일본은 'Depth & Quality'를 대표한다. AI 시대에는 이 두 가지가 결합될 때 비로소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두 번째 <그림 2> 「한일협력을 통한 글로벌 톱 전략」은 경쟁 이후의 미래를 제시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협력의 대상이 단순히 반도체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다. 필자는 앞으로 양국이 함께 추진해야 할 분야를 열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AI다. 생성형 AI와 산업 AI, 피지컬 AI, AI Factory 운영기술을 공동으로 연구하고 데이터와 인재를 연결해야 한다.
둘째는 제조업이다. 독일이 'Industry 4.0'으로 제조혁신을 추진했다면 한국과 일본은 AI Factory를 중심으로 새로운 제조혁명을 함께 설계할 수 있다.
셋째는 반도체다. 한국의 메모리와 패키징, 일본의 소재·장비·정밀기술이 연결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공급망이 만들어질 것이다.
넷째는 소프트웨어다. AI 운영체제와 산업용 소프트웨어, 임베디드 시스템은 앞으로 제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다섯째는 플랫폼이다. AI 시대에는 플랫폼이 곧 시장이다. 한국의 디지털 서비스와 일본의 금융·산업 플랫폼이 연결된다면 새로운 아시아형 플랫폼 모델도 가능하다.
여섯째는 로봇이다. 휴머노이드와 산업용 로봇은 AI Factory의 마지막 퍼즐이다. 한국의 AI와 일본의 로봇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의 조합이 될 수 있다.
일곱째는 자동차다. 자동차는 이제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움직이는 AI 컴퓨터다. 현대차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략과 일본의 품질관리·부품기술이 만나면 미래 모빌리티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 수 있다.
여덟째는 소재·부품이다. 첨단산업은 소재가 결정한다. 반도체든 배터리든 양자기술이든 소재기술 없이는 세계 1등이 될 수 없다.
아홉째는 서비스 산업이다. AI 의료와 스마트 물류, 디지털 금융, 관광 플랫폼 등 서비스 산업 역시 제조업 못지않게 중요한 성장축이 될 것이다.
마지막은 글로벌 브랜드다. 브랜드는 기술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한국의 역동성과 일본의 신뢰가 결합된다면 세계 시장에서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를 만들 가능성도 충분하다.
세 번째 <그림 3> 「한일 AI 산업동맹이 바꾸는 세계지도」는 이러한 협력이 궁극적으로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은 한일 협력을 양국만의 문제로 생각한다. 그러나 AI 시대의 산업동맹은 처음부터 세계를 목표로 해야 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은 아세안과 인도다.세계 최대의 제조 성장지역이며 가장 빠르게 AI 수요가 증가하는 시장이다. 중동은 또 다른 축이다. 풍부한 자본과 에너지,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결합되면서 세계 최대의 AI 인프라 투자 지역으로 변하고 있다. 유럽 역시 중요한 협력 대상이다. 탄소중립과 스마트 제조, 로봇과 표준 분야에서는 여전히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말할 필요도 없다.세계 최고의 AI 플랫폼과 반도체 설계기술을 가진 미국과 협력하면서 동시에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큰 전략적 공간이 열린다.
여기에서 필자는 하나의 새로운 개념을 제안하고 싶다. '한일 AI 기술산업동맹(Korea–Japan AI Technology & Industry Alliance)'이다. 이 동맹은 군사동맹도 아니고 정치동맹도 아니다. AI를 중심으로 반도체, 제조업, 로봇, 에너지, 데이터센터, 인재, 대학, 연구기관, 스타트업, 금융이 함께 움직이는 미래형 산업동맹이다.
20세기가 자동차와 철강, 석유를 중심으로 산업질서를 만들었다면, 21세기는 AI와 데이터, 반도체, 전력이 새로운 산업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그 변화의 한복판에 서 있다.
문제는 누가 먼저 움직이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큰 생태계를 설계하느냐다. AI 시대의 승자는 가장 뛰어난 기술을 가진 나라가 아니라 가장 강력한 산업동맹을 구축한 나라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한국과 일본은 경쟁국이면서 동시에 가장 강력한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다.
곽재원 필자 주요 이력
▷전 중앙일보 경제부국장, 도쿄특파원 ▷전 서울대 공과대학 초빙교수 ▷전 한양대 기술경영학 석좌교수 ▷전 경기도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원장 ▷현 광주과기원 AI정책전략대학원 특임 교수, 가천대 초빙교수 ▷현 아주경제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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