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빌바오 효과와 노들 효과

 
강병근 건국대 명예교수
강병근 건국대 명예교수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 뿌리는 보이는 시공간의 나무보다 최대 40배나 큰 규모인 경우도 있다.  그래서 뿌리의 왕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건축이라는 문화는 이러한 뿌리 왕국에서 자라는 큰 나무와 같다. 그래서 잘 태어난 건축문화유산의 생명력은 수천년간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건축문화의 경제적 효과
문화의 경제적 효과를 잣대로 재어 평가하거나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파급효과를 정리해 보면 그 경제효과를 이해하기가 쉽다.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아가는 곳이 그 도시를 상징하는 곳이다. 그래서 많은 도시가 고품격, 고부가가치의 마케팅전략으로 도시의 상징물(landmark)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성공한 도시의 상징물은 도시의 품격을 높여주고, 자긍심을 고취해 시민 통합을 끌어내기도 한다. 상징물이 해외 관광객까지 끌어모으면 지역 경제가 크게 향상되고 도시의 경쟁력 또한 상승한다. 이러한 효과를 높이기 위해 다른 도시들은 어떤 노력을 했는지 살펴보자.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비행기 동체 마감재인 티타늄 패널 3만3000여 장이 빌바오를 관통하는 네르비온(Nervión)강의 흐르는 물결처럼 시시각각 다른 색상의 옷으로 갈아입는 변화의 장관을 지켜보면 어쩌면 저렇게 절묘한 건축문화를 이곳에 창조해 냈는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철강산업의 몰락으로 폐허가 되었던 이곳에 빌바오시가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할 때 협상전략으로 내어놓은 조건은 첫째 지원은 하되 개입은 하지 않는다. 둘째 시가 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셋째 공사비 또한 전액 부담한다. 넷째 그러나 설계 및 운영은 구겐하임 재단에 일임한다.
 
그래서 '자유로운 곡면과 비대칭의 역동적인 곡선의 3차원 설계'로 유명한 해체주의 대가인 프랭크 게리(Frank Gehry)의 설계가 채택되었다.
 
총 7년간의 공사 기간에 최초 예산의 10배 이상인 1억3500만 유로가 투입되었다. 이 엄청난 투자비는 연간 100만명 방문객으로 개장 5년 만에 전액 회수되었고 이제는 빌바오 시민의 자긍심이고, 스페인의 자랑을 넘어 세계적인 건축문화유산으로 자리 마감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빌바오 효과(Bilbao effect)라는 사전에도 없던 경제 용어를 만들어 냈다.
 
-세비야 메트로폴 파라솔
스페인 세비야(Sevilla) 구시가지 엥카르나시온(Encarnación) 광장에 세계 최대 규모의 목조 건축물로 세워진 메트로폴 파라솔(Metropol Parasol)이 두 번째 사례이다.
 
이것이 세워진 곳은 안달루시아 옛 수도의 문화재가 지하에 묻혀있고, 그 위는 세비야 구시가지의 전통시장이었다. 그곳에 광장, 식당, 공연장, 세비야 구시가지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공중 전망대까지를 한꺼번에 다 넣어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을 만드는 과제였으니 그 어려움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갈 것이다.
 
국제 공모를 통해 위르겐 마이어(Jürgen Mayer)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현재 작품이 선정되었다. 제작 초기 기술적인 문제에서 예산초과와 6년간의 제작 기간에 대한 많은 난제를 극복하고 2011년 4월에 개장하여 현재는 플라밍고 출생 도시에서 3번째로 방문객이 많은 세비야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자리를 잡았다.
 
공중 전망대에서 붉은 노을과 함께 현란한 야간조명이 춤을 추기 시작하면 가히 플라밍고의 탄생 도시다운 건축문화의 화려한 빛의 향연이 펼쳐지고 방문객은 탄성을 지르게 된다.
 
-노들 소리풍경
뉴욕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은 추산 2억 달러가 투입된 건물 16층 높이의 벌집 모양의 계단 베슬(Vessel TKA)을 설계한 토마스 헤드위크가 노들섬에 '소리풍경'이라는 공중정원을 서울의 중심 한강 노들섬 위에 빚어냈다.
 
섬의 기존 풍경을 공중정원 아랫면에 그대로 비치게 하고, 흐르는 한강 물의 흐름을 함께 투영시켜 계절과 시간 변화에 따른 자연풍경을 땅과 하늘을 반전시키며 감상할 수 있는 환상의 세계를 빚어낼 것이다.
 
공중에 오르면 서울의 파노라마 경관을 밤과 낮을 바꾸어가며 볼 수 있을 것이고 여기에서 흘러나오는 삶의 소리와 향기가 천상 정원에서 가슴 속 비원으로 흘러들어올 것이다.
 
물안개가 춤을 추는 비정형화된 정원을 걸으며 세계인은 한국의 감성문화에 또다시 함께 춤추고 노래할 것이다. 이 문화적 가치를 얼마로 환산할 수 있을지는 서울의 새로운 상징이 될 것이고, 명소가 될 이곳을 찾아오게 될 이들에게 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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