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산불, 비 내리며 확산세 일시 멈춰…40도 폭염 재개 앞두고 진화 총력

  • 보르도 인근 핵·방산시설까지 위협…폭염 예보에 "완전 진화까지 수개월"

27일현지시간 프랑스 보르도 외곽 르 라스 인근 산림에서 소방관들이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프랑스 보르도 외곽 르 라스 인근 산림에서 소방관들이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프랑스 남서부를 휩쓴 대형 산불이 비의 영향으로 확산세를 일시 멈췄다. 그러나 다시 폭염이 예보된 데다 완전 진화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당국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27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와 CNN 등에 따르면 남서부 지롱드 지역에서는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약 1시간 동안 비가 내려 산불이 추가로 확산하지 않았다.

지난 22일 해안에서 시작된 불은 서풍을 타고 동쪽으로 번지며 현재까지 약 4만2000헥타르(약 420㎢)를 태웠다. 불길은 지롱드 중심 도시이자 유명 와인 산지인 보르도에서 15㎞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했다. 지방 당국은 산불 확산에 대비해 주민 약 22만명을 안전지대로 대피시켰다.

지롱드 당국은 이날 "밤사이 상황이 대체로 안정적으로 유지됐다"며 소방관들이 현장에서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랑 누네즈 프랑스 내무부 장관도 산불이 안정화됐지만 진압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밤사이 불길이 더 번지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타고 있다"고 말했다.

인접한 랑드 지역에서는 산불 확산이 통제된 상태다. 랑드 산불은 지금까지 약 3600헥타르를 태우고 건물 198채를 파괴했다. 현장 상황이 호전되면서 대피 주민 3만명 가운데 약 1만500명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다만 폭염이 다시 찾아올 것으로 예보되면서 향후 이틀이 진화 작업의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프랑스 기상 당국은 남서부 지역의 기온이 최고 40도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보했다.

프랑스 전국소방관연맹의 다비드 아노텔 중령은 RTL 라디오에 "산불이 완전히 꺼지기까지 수주, 길게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지역에서 발생한 2022년 산불도 완전히 진화하는 데 수개월이 걸렸다며 당시 산불 규모는 이번보다 작았다고 설명했다.

현지 주민과 기업들도 진화 작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농민들은 트럭에 물탱크를 싣고 현장에 물을 공급하거나 나무와 덤불을 제거해 방화선을 만들고 있다. 지역 기업들도 트럭과 물탱크 등 장비를 지원했다.

유럽연합(EU)과 주변국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EU는 현장에 항공기 9대를 투입한 데 이어 헬기 2대를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 독일군은 A400M 수송기를 이용해 수송 헬기 2대와 소방 장비를 지원했으며, 루마니아 소방관 40명도 프랑스 남부 지역의 진화 작업에 합류했다.

산불이 보르도 서부의 방산·항공우주 산업단지로 접근하면서 전략시설 보호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 지역에는 프랑스의 M51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생산과 연료 공급을 담당하는 아리안그룹 공장들이 밀집해 있다.

아리안그룹은 산불 영향권에 있는 시설의 인원을 모두 대피시키고 시설 보호 조치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보르도 인근의 핵실험 시뮬레이션 시설 ‘레이저 메가줄’도 산불로 인해 전면 폐쇄됐다.

프랑스 원자력·대체에너지청(CEA)은 해당 시설에 핵물질이 없어 방사능 유출 위험은 없다고 설명했다. 소방 당국과 군은 민감한 시설 주변에 방화선을 구축하고 불길의 연료가 될 수 있는 식생을 제거하고 있다.

마르크 베르뮐런 지롱드 소방구조국장은 "전략시설을 산불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인명 구조 다음으로 중요한 임무"라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보르도 현장 대책본부를 찾아 소방관과 군 장병,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진화 과정에서 숨진 소방관 2명을 애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산불을 "우리는 지금 전례 없는 산불과 맞서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며 "현재 상황은 지금까지 기록된 가운데 가장 심각하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대응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16만 헥타르(약 617제곱마일)가 불탔지만 산불철은 아직 한참 남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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