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한양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겸임교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한 지 5년 차에 들어섰는데도 아직 종전되지 않고 있다. 답답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한 후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전쟁을 조속히 끝내겠다고 공언하였다. 그런데, 오히려 중동에서는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확전되었으며, 푸틴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 간의 종전 협상은 진전이 없다. 트럼프 정부가 그동안 종전 협상을 중재해왔으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시각 차이가 현격하여 협상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으로 큰 피해를 보았다. 사망자와 전쟁 비용도 상당하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최대 45만명이 사망했다. 전쟁 비용으로 2조500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우크라이나도 약 15만명이 전사했다. 푸틴 대통령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
바이든 전 정부에서는 나토와 미국 간 결속으로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인 무기 지원으로 고전을 하였다. 서방과 미국의 경제보복도 성과를 거두었다. 푸틴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어, 중국 시진핑 주석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국제정치적 역학관계를 형성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출범하여 국제 고립주의를 표방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발을 빼려고 하였다. 동맹국인 나토 국가에 미국 무기를 구매하여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도록 하는 등 미국 우선주의 자세를 견지했다. 러시아와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푸틴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처신으로 나토·우크라이나 정부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멀어졌으며, 이스라엘과 전쟁을 했던 하마스의 배후 세력인 이란의 핵 개발 포기 문제에 집착하고 있다. 미국은 2025년 6월 이란을 전격적으로 타격한 후, 휴전하였다. 그러나 올해 2월부터 다시 시작된 이란과의 전쟁에 군사력을 집중하고 있으나, 종전을 위한 출구를 찾지 못해 난감한 상황이다.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에 “이란 전쟁의 휴전을 중재하겠다”는 제안까지 한 어처구니없는 일도 일어났다. 강대국인 미국이 뚜렷하지 못한 명분 속에서 이란과 전쟁을 시작함에 따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변명거리만 제공해준 결과를 초래하였다. 요즘 국제사회에서 푸틴의 활동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출범한 이후 나토 국가에 일방적으로 국방력을 키우라고 압박하였으며, 지난해 관세부과 문제로 EU와 갈등을 촉발하기도 했다. 나토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보내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고조되었다. 유럽에서 미군 역할을 축소하려는 트럼프 정부와 푸틴 대통령의 도발적인 행동으로, 나토 국가들은 독자적으로 방어 능력을 향상하려고 한다. 새로운 국제질서가 구축되고 있다.
나토 국가들은 바이든 정부 시절, 대중국 봉쇄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나, 트럼프 정부 2기에서는 미국에서 이탈하여 중국과 경제적으로 가까워지려는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유럽에 대한 시 주석의 전략적 자율성 주문이 실현되고 있다. 한편 중국은 인도·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의 대중국 억제정책을 약화하고, 동북아지역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을 견제하기 위해 북·중·러 동맹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트럼프 정부에 대한 반감이 증가하고 있다. 안보와 경제적 측면에서 유럽의 변화가 꿈틀거리고 있다.
한편 러시아의 국내 사정은 어떠한가? 전쟁이 장기화함에 따라 러시아 경제지표가 하강 국면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IMF 경제 통계치가 이를 증명해준다. 2024년 러시아 경제성장률이 4.3%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1.1%밖에 안 된다. 러시아 국민의 전쟁 피로감도 누적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에게는 좋지 않은 징조다. 러시아가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구소련도 1979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후, 10년간 탈레반 때문에 힘들었다. 소련군 1만5000명이 사망했다. 1991년 구소련이 붕괴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전쟁의 후유증이 너무 컸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전쟁물자와 병력 부족이라는 문제를 떠안고 있다. 러시아는 이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2024년 11월 북한군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끌어들였다. 북한으로부터 탄환 등 전쟁물자를 조달하고 1만4000명이 넘는 병력을 지원받아 우크라이나에 빼앗겼던 러시아 본토인 쿠르스크주 영토를 수복하였다. 김정은과 푸틴은 서로 러시아와 북한을 방문하고, 북·러 군사조약을 체결하는 등 군사협력 관계를 급격하게 강화해왔다. 러시아는 UN 안보리에서 북한을 감쌌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UN 안보리의 대북제재를 위반한 행위이다. UN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국제사회의 따가운 눈총에도 불구하고 UN의 대북제재를 허물고 있다. 대한민국의 안보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공세가 또다시 격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드론을 활용하여 모스크바 인근 카포트냐 정유시설 등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으며, 크림반도와 흑해에서도 러시아 에너지시설을 타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에서 열세를 만회할 수단으로 드론 공격에 의존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도 흑해에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저지하기 위해 상선을 공격하고 있다. 전쟁이 대륙에서 흑해로 옮겨지고 있다. 중동에서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이 격전지가 되고 있는데, 흑해도 전쟁에 휩싸이게 생겼다. 전 세계 주요 해상 물류 운송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속셈은 어떤 것일까? 전쟁을 지속할 것인가? 러시아는 향후 나토의 약소국가를 침공할 것인가?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핵무기 보유국가이다. 나토 국가들은 미국의 전술핵에 의존하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성격에 힘겨워하고 있다. 러시아의 핵무기에 심각한 위협을 느낀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46년간 지속되었던 미·소 중심의 냉전 시대가 종식되었지만, 현재 우리는 신냉전 시대에 살고 있다. 언제, 어디서 또 다른 전쟁이 발발할지 알 수 없다.
북한 외무상 최선희는 19일 러시아 크렘린궁에서 푸틴 대통령을 면담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예상된다. 만일 푸틴과 김정은 간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주요 의제는 무엇이 될 것인가? 푸틴이 북한에 추가 파병을 요청할 것인가? 젤렌스키 대통령은 25일 “러시아가 북한군 3만명을 추가로 지원받기를 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이 더 많은 북한군을 전쟁에 참전시킨다면, 서방 국가는 물론 한반도 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최근 러시아 외무부 당국은 “한국이 나토와 군사·군사기술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경고했다. 어불성설이다. 러시아는 북한의 핵무기를 용인하고 있으며, 북·러 군사조약을 체결하고, 북한군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시킨 장본인이다. 한국에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6월 방북하여 북·중 간 군사 교류를 강조했다. 그 후 북·중 관계가 급격히 발전되고 있다. “시진핑이 대만통일 문제에 북한군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만일 그러한 움직임이 헛소문이 아닐 경우,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감은 급격하게 높아질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새로운 국제정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남의 일이 아니다. 먼 산의 불구경 하듯이 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 정부가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국민의 생명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가안보 문제는 냉철하게 다루어야 한다. 감상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 국제정세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으로 대응해야 한다. 북한의 핵 문제는 우리 국민에 매우 위협적이다. 북한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북한과의 평화공존을 운운할 수는 없다. 러시아도 핵으로 나토 국가를 압박하고 있다. 한반도에도 위협적인 존재이다.
신냉전 시대에 있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한국이 위험에 처해 있을 때, 도와줄 국가는 누구인지 생각해보자. 정답은 자명하다. 한미동맹 관계를 더한층 강화해야 한다. 한·미·일 안보협력 체계도 잘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고조되는 북한위협에 맞서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국방력 제고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트럼프 정부와 원자력 잠수함 건조를 위한 후속 조치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 조속히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하여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확보하는 데도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엄태윤 필자 주요 이력
△한국외국어대 국제관계학 박사 △Pace 대학 경영학 박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 △주 보스턴 총영사관 영사 △통일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제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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