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미스터리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가 대장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68세.
일본 출판사 고단샤는 2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히가시노가 지난 23일 새벽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장례는 유족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1958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히가시노는 오사카부립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자동차 부품업체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으며, 1985년 『방과 후』로 제3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받으며 정식 데뷔했다.
초기에는 본격 추리소설을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지만, 이후 인간의 죄책감과 가족관계, 사회적 편견, 과학기술의 윤리 문제 등을 폭넓게 다루며 일본을 대표하는 대중소설가로 자리매김했다.
1999년에는 비밀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비밀』로 제5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받았다. 『비밀』은 나오키상 후보에도 오르며 그의 이름을 일본 문단과 대중에게 널리 알린 작품이 됐다.
2006년에는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 마나부가 등장하는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제134회 나오키상과 제6회 본격미스터리대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당시 일본의 주요 미스터리 순위를 석권했고, 2012년 미국추리작가협회가 주관하는 에드거상 후보에도 올랐다.
『용의자 X의 헌신』을 비롯한 '갈릴레오 시리즈'는 과학적 지식을 활용한 독창적인 사건과 치밀한 논리 구조로 큰 인기를 얻었다. 1996년 유가와가 처음 등장한 뒤 『탐정 갈릴레오』, 『예지몽』, 『성녀의 구제』, 『한여름의 방정식』, 『침묵의 퍼레이드』 등으로 이어졌으며, 시리즈 누적 발행 부수는 1600만부를 넘어섰다.
형사 가가 교이치로를 주인공으로 한 '가가 교이치로 시리즈'도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졸업』을 시작으로 『잠자는 숲』, 『악의』, 『붉은 손가락』, 『신참자』, 『기린의 날개』, 『기도의 막이 내릴 때』 등이 출간됐다. 이 가운데 『기도의 막이 내릴 때』는 2014년 제4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을 받았다.
호텔을 배경으로 형사와 호텔리어의 공조를 그린 '마스커레이드 시리즈'를 비롯해 『백야행』, 『편지』, 『유성의 인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녹나무의 파수꾼』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도 꾸준히 발표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2012년 중앙공론문예상을, 『몽환화』는 2013년 시바타 렌자부로상을 받았다. 그는 2019년 노마출판문화상, 2023년 기쿠치칸상을 수상했으며 같은 해 일본 정부가 학술·예술 분야 공로자에게 수여하는 자수포장을 받았다.
히가시노의 작품은 일본 출판시장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판매 기록을 세웠다. 2023년 저서 100권 출간과 함께 일본 국내 누적 발행 부수 1억부를 넘어섰으며, 작가 생활 40주년을 맞은 2025년에는 해외 발행분을 포함한 누적 부수가 1억 6000만부를 돌파했다. 고단샤가 펴낸 공식 가이드에는 총 106편의 저서가 수록됐다.
수많은 작품이 영화와 드라마로도 제작됐다. 일본에서는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유가와를 연기한 드라마·영화 '갈릴레오' 시리즈가 흥행했고, 『백야행』, 『비밀』, 『유성의 인연』, 『신참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마스커레이드 호텔』 등도 영상화됐다.
한국에서도 『용의자 X의 헌신』, 『백야행』,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편지』 등을 비롯한 다수 작품이 번역 출간되며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했다. 『용의자 X의 헌신』은 한국에서 영화 '용의자X'로, 『백야행』은 영화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로 각각 재해석되기도 했다.
히가시노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일본추리작가협회 이사장을 맡았으며,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나오키상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후배 작가들의 작품을 평가했다.
고인의 마지막 신간은 갈릴레오 시리즈 11번째 장편 『영원한 기억』이다. 오는 8월 5일 문예춘추에서 출간될 예정으로, 히가시노의 106번째 저서이자 유가와가 등장한 지 30년을 맞아 선보이는 작품이다.
『영원한 기억』은 형사 우쓰미 가오루가 노인에게 습격당하면서 시작되는 사건을 다룬다. 출판사는 작품을 갈릴레오 시리즈의 최신 장편으로 소개했으며, 예정대로 출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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