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당신이 약해서 당한 게 아니다"…임철웅 『안티 다크심리학』

  • 타인을 조종하는 법 대신 조종이 작동하는 조건 분석

  • '사실 분리'부터 '요청 재정의'까지 4단계 인지 방어법 제시

오는 24일 출간되는 신간 임철웅『안티 다크심리학』사진트로이목마
오는 24일 출간되는 신간, 임철웅『안티 다크심리학』[사진=트로이목마]

"왜 그 자리에서 거절하지 못했을까."
"충분히 납득하지 못했는데 왜 먼저 동의했을까."

누군가의 요구를 받아들인 뒤 뒤늦게 후회하면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성격부터 탓한다. 의지가 약해서, 지나치게 착해서, 사람을 쉽게 믿어서 당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개인의 나약함이 문제일까.

심리대화 전문가 임철웅은 오는 24일 출간되는 신간 『안티 다크심리학』을 통해 타인의 심리적 압박으로부터 자신의 판단과 선택권을 지키는 방법을 제시한다.

책을 관통하는 핵심 주장은 '조종은 개인의 성격보다 조건을 통해 작동한다'는 것이다.

시간에 쫓기는 상황, 관계가 깨질지 모른다는 불안, 죄책감과 책임감, 상대가 지닌 권위, 누적된 피로, 대화 기록이 남지 않는 환경, 누구와도 상의하지 못한 채 혼자 결정해야 하는 조건이 겹치면 평소 신중한 사람도 판단을 서두를 수 있다.

이에 저자는 조종당하기 쉬운 성격을 찾아내거나 모든 상대를 위험인물로 분류하는 것만으로는 자신을 지키기 어렵다고 말한다. 누구에게나 판단력이 약해지는 조건이 있으며, 그 조건을 발견하고 바꾸는 것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책의 초반부에서는 조종과 정상적인 설득·압박의 차이를 구분하고 대중적으로 유통되는 '다크심리학'의 개념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다크 트라이어드, 설득 연구, 인지 편향, 넛지 등 서로 다른 심리학 연구가 '상대를 마음대로 움직이는 기술'로 과장돼 소비되는 문제를 짚는다. 특정 말 한마디로 사람을 조종할 수 있다거나, 상대의 성격 유형만 알아내면 조종을 피할 수 있다는 통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설명이다.

중반부에서는 인간의 판단이 우회되는 과정을 파고든다. 시스템 1과 시스템 2, 인지 부하, 결정 피로, 시간 압박 등의 개념을 바탕으로 사람이 충분히 생각하고 동의하기 전에 먼저 행동하게 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조종이 주로 건드리는 지점은 죄책감과 책임, 사회적 기준, 정체성, 관계 등 다섯 가지로 정리한다.

"다들 이렇게 한다", "네가 선택한 것이다.", "좋은 사람이라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 "너라면 이해해줄 줄 알았다" 등의 말이 어떤 구조로 판단을 서두르게 하는지도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저자가 제안하는 핵심적인 실천법은 '사실 분리-감정 명명-해석 유예-요청 재정의'로 이어지는 4단계 인지 방어 시스템이다.

먼저 실제로 확인된 사실과 자신의 추측을 구분한다. 이어 불안, 미안함, 두려움, 조급함 등 당시 느끼는 감정에 이름을 붙인다. 그다음 상대의 의도와 상황의 의미를 성급하게 확정하지 않고 해석을 미뤄둔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흐릿하게 전달된 압박을 구체적인 요청으로 바꾼다. 상대가 정확히 어떤 행동을 원하는지,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다시 묻는 방식이다.

책 후반부에서는 이 방식을 양쪽 어느 쪽을 선택해도 비난받게 되는 더블바인드, 정보를 특정한 방향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프레이밍, 작은 동의를 쌓아 더 큰 요구를 받아들이게 하는 마이크로 예스 등에 적용한다.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는 디지털 다크 패턴부터 연애와 가족관계, 직장과 조직, 투자 사기, 보이스피싱, 사이비 집단까지 사례의 범위도 넓다. 특별히 악한 사람만 사용하는 비밀스러운 기술이 아니라 일상적인 관계와 거래 속에서도 판단권이 서서히 좁아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미 압박에 흔들렸거나 손실을 입은 사람을 위한 회복법도 다룬다. 저자는 '왜 그것도 몰랐을까'라는 자기비난에 머무르기보다 추가적인 동의와 손실부터 멈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화와 거래 내용을 기록하고, 상황을 신뢰할 만한 제3자에게 알리며, 당시 자신이 어떤 조건에서 판단했는지를 다시 살펴보는 방식이다. 피해의 원인을 개인의 결함으로 돌리는 대신 피로와 고립, 시간 압박, 정보 부족 등 판단을 어렵게 했던 조건을 복기해야 같은 상황의 반복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티 다크심리학』은 모든 관계를 심리전으로 보거나 상대를 조종자로 낙인찍는 태도 역시 경계한다. 상대보다 더 강하고 교묘해지는 것이 아니라, 결정을 늦추고 질문할 시간을 확보하며 관계와 요청을 분리함으로써 조종이 작동하기 어려운 조건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저자 임철웅은 산업공학 박사이자 심리대화 전문가다. 포항공대 HSD(인간공학연구실) 자문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건국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강의했다.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와 본부장, 태웅인포텍 대표이사 등을 거쳐 심리대화LBC를 설립했다. 2012년부터 팟캐스트와 유튜브 등을 통해 1000건 이상의 상담을 진행했으며 현재 15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심리대화LBC'를 운영하고 있다.

산업공학 박사로서 직접 오프라인 실습과 상담을 통해 얻은 통계자료를 분석·적용해 스몰토크 이론과 심리훈련 기법을 정립하고 공식까지 만들어냈다. 심리를 기반으로 인간관계에 관한 공식과 이론을 만들어내고 교육과 사례로 검증함으로써, 인간관계도 과학적인 접근이 중요한 것을 증명했다. 자신의 마음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 인간관계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길을 깨닫게 해주기 위해 힘쓰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마음 설계의 힘』, 『마음을 훔치는 대화법』, 『스몰토크』, 『어느 심리학자와 사기꾼의 대화』, 『그저 한마디 건넸을 뿐인데』, 『마음이 정리가 된다』, 『감정을 소모하지 않는 대화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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