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건의 심리렌즈] '나는 솔로' 32기 상철은 왜 광수를 의식할까?

  • 질투보다 복잡한 감정, 숨은 인정 욕구와 선망

사진ENA·SBS Plus 나는 솔로 방송 캡처
[사진=ENA·SBS Plus '나는 솔로' 방송 캡처]

▲ 본 코너는 개인에 대한 비난이나 낙인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연애 예능·리얼리티에 드러난 장면과 선택을 바탕으로, 보편적인 심리와 관계 구조를 해석합니다.

ENA·SBS Plus '나는 SOLO' 32기 상철을 예민한 사람이라고 말하면 간단하다. 진지한 사람, 분위기 못 읽는 사람, 혼자 과몰입한 사람이라고 분류하면 정리는 빠르다. 대신 그가 왜 그렇게 반응하는지, 왜 사소한 말 하나를 그냥 넘기지 못하는지는 들여다볼 수 없다.

상철의 등장 신에는 '애늙은이', '고독한 진지캐'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1995년생인 그는 어릴 때부터 성숙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한다. 어린 나이에 많은 경험을 했고, 주변에서 결혼·이혼 고민을 자신에게 상담하러 온다고 말한다. 혼자 버티며 살아온 인생이 고독하다고도 한다.

이 말들을 따라가면 상철은 또래보다 빨리 어른이 된 사람, 남들보다 깊은 사람, 인생의 무게를 아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왜 광수의 건배사 하나도 그냥 넘기지 못했을까.
 
▲ 광수는 왜 상철의 신경을 건드렸을까

상철은 광수에게 유독 예민한 태도를 보였다. 말투, 태도, 거리 두기, 건배사까지 그냥 넘기지 못했다. 어쩌면 광수가 상철의 자존심과 인정 욕구를 건드리는 비교의 대상이기 때문일 수 있다. 

전투기 조종사가 꿈이었던 광수는 공군사관학교에서 훈련을 받던 중 부상을 입어 퇴교했다. 현재 개원 10년 차 치과의사다. 광수는 직업적으로 안정돼 보이고, 말투는 차분하고, 감정을 길게 늘어놓지 않는다. 누가 봐도 사회적으로 정돈된 어른의 이미지다. 상철이 말로 애써 구축하려는 어른스러움이 광수에게는 자연스럽게 자리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광수는 옥순 옆에 앉은 경쟁자이기 전에, 상철의 자존심 옆에 앉은 사람이었다. 옥순이 관심을 보이는 남자이면서, 상철이 추구하는 어른의 이미지를 가진 사람처럼 보였을 수 있다. 상철이 차지하고 싶었던 '어른 남자'의 자리를, 광수가 가져갔다고 느낄 수 있다.

정체성 위협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에 대한 주관적 인식이 외부 환경이나 타인과의 관계에 의해 흔들리거나 부정당할 때 심리적 불안이 생긴다. 상철에게 중요한 정체성이 '가벼운 남자들과 다른 사람', '고독을 견딘 사람'이라면, 광수는 그 정체성의 독점성을 깨뜨렸다.

또는 상철이 광수처럼 되고 싶었기 때문에 광수를 더 의식하게 됐을 수 있다. 상철은 성숙해 보이고 싶어하지만 실제로는 말의 의미를 따지고, 상대의 반응을 확인하려 하고, 경쟁자의 의도를 알고 싶어한다. 반면 광수는 선을 긋고, 적당히 상황을 넘기고, 필요 이상으로 감정을 전시하지 않는다.

상철의 감정은 질투일 수도, 동경일 수도 있다. 둘 다일 수도 있다. 광수는 상철에게 자리의 위협이자 자기상의 거울이었다. 내가 인정받고 싶은 역할을 가져간 사람, 그리고 내가 되고 싶은 모습에 가까운 사람.

 
사진ENA·SBS Plus 나는 솔로 방송 캡처
[사진=ENA·SBS Plus '나는 솔로' 방송 캡처]

상철은 줄곧 광수에게 옥순을 선택할 것인지 묻고 싶어했다. 하지만 광수는 응하지 않았고, 상철은 작아졌다. 한 차례 싸늘한 공기가 지나간 뒤에는 서로 마음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어쩌면 상철은 광수와 같은 무대 위에 서고, 허물없이 소통하고, 한 명의 경쟁자로 존중받음으로써 숨은 인정 욕구를 채우고 싶었을지 모른다. 그 복잡한 마음이 견제로 드러났을 뿐이다.
 
▲ 상철은 왜 "반갑습니다"를 거슬려 했을까

4대1 데이트 자리에서 광수는 술잔을 들며 "반갑습니다"라고 했다. 회식 자리에서 흔히 나오는 관용적 표현이다. 반가워서 반갑다고 했다기보다,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던지는 사회적 멘트다.

그런데 상철은 그 말을 그냥 넘기지 못했다. 광수의 말을 듣고 피식 웃은 그는 이후 그 말을 다시 끌고 왔다. 상철은 "이게 반가울 일인가 싶었다", "결국 경쟁 아니냐"고 말했고, 광수는 "그냥 한 말인데"라며 당황했다.

 
사진ENA·SBS Plus 나는 솔로 방송 캡처
[사진=ENA·SBS Plus '나는 솔로' 방송 캡처]

광수의 반응처럼, 상철은 왜 '그냥 한 말'을 그렇게 반박하려 했을까. 먼저 상철이 그 말의 사회적 기능에 익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는 금주 5년 차라고 밝혔고, 1995년생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일을 시작한 이력도 있다. 정확한 말과 분명한 태도가 중요한 일터라면 사교적 완충의 언어를 습득하지 못했을 수 있다.

상철의 감정 상태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사람은 불안이나 경쟁심에 잠겨 있을 때, 별말이 아니어도 과도한 의미를 붙인다. 농담은 가벼움으로, 건배사는 태도로. 광수에 대한 상철의 감정이 이미 커져 있었기 때문에 작은 말도 크게 받아들였을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반갑습니다"라는 말은 상철에게 '당신은 이 상황이 편한가', '당신은 나를 경쟁자로도 안 보나', '당신은 이 긴장감을 그렇게 쉽게 넘길 수 있나'라는 생각을 들게 했을지도 모른다. 불편한 공기를 잠깐 눅이는 말에서 의미를 따졌고, 광수의 여유에 더 크게 흔들린 것이다.
 
▲ '애늙은이'와 '억울함'의 정체성

'애늙은이'라는 말은 자조처럼 들리지만 어떤 사람에겐 자부심이 된다. 또래와 다르고, 철이 빨리 들었고, 삶을 안다는 생각. 상철에게도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자칭 애늙은이인 상철에게서 가장 강하게 보이는 감정은 억울함이다. 그는 이혼 사유를 묻는 말에 "축약하자면 성격 차이"라면서도 "저는 많이 억울하다"고 답했다. 억울함이 심해 심장이 안 좋아졌고, 이혼 후 1~2년간 스스로를 치유하는 데 집중했다고도 밝혔다.

이혼이라는 사건은 누구에게나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상철이 느낀 억울함을 함부로 부정할 수 없다. 다만 그 억울함이 상철의 세계를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는 들여다봐야 한다.

억울함을 오래 붙잡고 있으면 정체성이 된다. "내가 억울한 일을 겪었다"였던 말이 어느 순간 "나는 억울한 사람"으로 바뀐다. 그렇게 되면 계속 말하고 싶어진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얼마나 버텼는지, 얼마나 혼자였고 얼마나 고독했는지.

그러면서도 어른스럽다는 정체성은 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상처는 고독이, 예민함은 진지함이, 불안은 철학이 된다. 자신이 흔들리는 게 아니라, 깊은 사람이라고 믿는 것이다. 약한 게 아니라, 남들보다 많은 것을 견딘 사람인 것이다.

그 방식은 한동안 자신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됐을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도 억울한 사람으로만 남아 있으면, 새로운 관계에서도 예민하게 살피게 된다. 누가 나를 알아주는지, 누가 나를 오해하는지, 누가 내 감정을 가볍게 여기는지.
 
▲ 심장을 증거로 쓸 때

상철은 유독 '심장' 이야기를 자주 한다. 억울해서 심장이 안 좋아졌고, 덩치 큰 이성이 있으면 무서워서 심장이 뛰고, 솔로나라 입소 전에는 일주일 동안 심장이 뛰어서 잠을 이루기 어려웠다고 말한다.

내수용 감각(Interoception)은 심장 박동, 호흡, 허기, 근육 긴장도 등 몸 안의 신호를 해석하는 능력이다. '여섯 번째 감각'으로 불리며 스트레스 관리, 감정 조절 및 직관적 의사결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상철은 이 감각이 예민한 사람처럼 보인다. 몸의 반응을 감지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반응에 곧바로 의미를 붙이는 경우가 보인다. 심장이 뛴 사실은 어느새 감정의 크기가 되고, 감정의 크기는 다시 자기 해석의 증거가 된다.

 
사진ENA·SBS Plus 나는 솔로 방송 캡처
[사진=ENA·SBS Plus '나는 솔로' 방송 캡처]

하지만 몸의 반응이 해석의 정확성을 보장하진 않는다. 몸이 반응했을 순 있지만, 몸이 알려주는 건 '내가 지금 강하게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 판단이 전부 맞다'는 증거가 아니다.

상철은 몸의 반응을 서사의 증거로 쓰는 사람처럼 보인다. 어떤 장면에서든 심장은 그의 감정이 얼마나 큰지를 증명하는 장치가 된다.

이런 태도는 대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상철은 자신의 감정이 어디서 시작됐고, 왜 그렇게 느꼈고, 얼마나 컸는지를 설명하고 싶어한다. 그 설명은 상대의 자리보다 자기 자리에서 출발한다.

식당에서 상철이 "여기서 말고 식당에서 할 수 있는 대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순간 멈칫할 수밖에 없다. 여기가 식당인데, 무슨 말이지.

 
사진ENA·SBS Plus 나는 솔로 방송 캡처
[사진=ENA·SBS Plus '나는 솔로' 방송 캡처]

상철의 말은 자신의 과거 시점을 기준으로 나온 말이었다. '숙소에서는 하지 못했지만, 식당에 오면 할 수 있는 대화가 있지 않을까'…그에게는 그 맥락이 당연하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그 과정이 공유되지 않았다. 자신의 관점에 깊이 빠져 상대를 살피지 못할 때 생기는 일이다.

그만큼 상철은 자신의 감정이 중요한 사람이다. 감정의 타당성을 증명하려 하는 건, 자신의 여림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데 서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나약한 게 아니라 시련을 지나왔음을 전하기 위해 말이 많아지고, 이유가 많아지고, 철학이 많아진다.

상철이 아프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아팠을 것이다. 중요한 건 '나는 그 아픔을 지금 어떻게 쓰고 있는지'다. 그 아픔이 나를 이해하는 통로가 되는지, 아니면 새로운 관계에서도 계속 나를 방어하게 만드는 갑옷이 되는지.
 
▲ 진지함이 매력이 되려면 장소를 알아야 한다

상철의 진지함은 장점이 될 수 있다. 가벼움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그는 믿음직해 보일 수 있다. 쉽게 말을 던지지 않고, 마음을 중요하게 여기고, 관계를 장난처럼 다루지 않는 태도는 분명한 매력이다. 다만 모든 순간에 진지함을 들이밀면, 진지함은 깊이가 아니라 압박이 된다.

4대1 데이트는 이미 어색한 자리였다. 옥순 한 명을 두고 네 명의 남자가 앉아 있는 상황. 모두가 긴장하고, 모두가 서로를 의식한다. 이런 자리에서는 가벼운 말이 필요하다. 의미 있는 말이 아니어도 된다. 분위기를 느슨하게 만드는 말, 어색함을 흘려보내는 말, 모두가 불편하다는 사실을 모른 척해주는 말이 필요하다.

"반가울 일이냐"고 물은 상철은 사실을 말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회적 맥락을 놓치고 있다. 경쟁은 맞지만 모든 건배사가 거창한 출사표일 필요는 없다. 모두가 옥순을 신경 쓰고 있지만, 식당을 전쟁터로 만들 필요는 없다.

 
사진ENA·SBS Plus 나는 솔로 방송 캡처
[사진=ENA·SBS Plus '나는 솔로' 방송 캡처]

진지함은 타이밍을 만나야 매력이 된다. 타이밍을 잃은 진지함은 상대를 불편하게 만든다. "저도 진짜 진지한데 진짜 진지하시다", "진짜 진지하죠?", "상철님의 가벼운 모습이 궁금해졌다" 등 옥순의 반응도 분위기를 풀고 싶다는 말이었을 수 있다. 상철은 그 말을 이렇게 듣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내 진지함을 알아주는구나.'
'내 깊이를 보고 있구나.'
'내 다양한 모습을 더 궁금해하는구나.'

하지만 상대가 보고 싶었던 건 더 깊은 상철이 아니라, 잠깐 힘을 빼고 웃는 상철이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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