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내년도 국세수입은 기존 전망치인 412조원을 크게 웃도는 500조원+α로 예상된다. 총지출은 올해 본예산보다 10% 이상 늘어난 800조원+α로 편성된다. 정부 지출 증가율이 10%를 넘어서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했던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도 지난 26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2027년 국세 수입은 애초 전망인 412조원을 훌쩍 넘는 500조원+α로 최대 세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 구상대로라면 반도체 호황은 세입 확대와 재정지출 증가를 동시에 이끄는 동력이 된다. 다만 역대 최대 세수가 경기 회복에 따른 구조적 증가인지, 특정 업종의 이익 급증에서 비롯된 일시적인 호황인지는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국회 예산정책처는 법인세수가 경제구조와 산업 환경 변화에 따라 전년 대비 20% 안팎까지 출렁일 정도로 변동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등 수출 대기업의 영업이익이 업종별 경기 사이클에 따라 크게 변하지만 기존 세수 전망모형이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법인세 추계 오차가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최근 세입 전망은 호황과 불황 사이에서 크게 흔들렸다. 2021년과 2022년에는 예상하지 못한 대규모 초과세수가 발생했지만 2023년에는 세수결손으로 방향이 급격히 바뀌었다. 세수오차가 반복되면 재정정책의 신뢰가 떨어지고 예산 집행 과정에서도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세입보다 지출의 방향 전환이 훨씬 어렵다는 점이다. 복지와 인건비, 연금, 지방교부금처럼 매년 반복되는 경직성 지출은 한번 늘리면 경기 하강기에도 줄이기 어렵다. 반도체 호황으로 들어온 일시적 세수를 토대로 영구적인 지출을 확대하면 다운사이클 진입 뒤 국채 발행을 늘리거나 다른 사업을 급격히 줄여야 할 수 있다.
정부가 800조원대 예산을 편성하면서 동시에 50조원 규모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량지출 사업을 15%, 의무지출 사업을 10% 줄이고 전체 사업 수도 10% 감축해 마련한 재원을 핵심 분야에 재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기존 사업을 정리하는 동시에 새로운 복지·보조 사업을 상시화한다면 구조조정 효과가 상쇄될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호황기에 지출의 몸집만 키울 것이 아니라 세입 증가분 가운데 구조적인 부분과 일시적인 부분을 구분해 재원 배분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추가 세수로 조성할 미래대응기금은 이런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장치로 꼽힌다. 단년도에 재원을 모두 쓰지 않고 AI·반도체 등 전략산업에 다년도 투자하는 한편 향후 세수결손이나 긴급 추가경정예산 편성 시에도 이를 재정 여력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내년 800조원을 넘어서는 슈퍼예산의 성패는 지출 규모보다 재원의 지속 가능성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가 채운 세수를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한시적 투자와 재정 안전판에 활용할지, 되돌리기 어려운 고정지출로 굳힐지에 따라 이번 세수 풍년이 미래를 위한 종잣돈이 될 수도, 다음 불황 때 재정 부담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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